한국 1분기 경제 성적표 발표 D-18…10년 전 '0%대'로 회귀할까

기사등록 2020/04/05 06:00:00 최종수정 2020/04/05 08:26:38

노무라증권 "1분기 성장률 -2.9~0.2%" 전망

싱가포르 1분기 성장률은 '2.2%'나 역성장해

코로나19 반영 첫 성적표…예상보다 피해 커

경제 전문가 "1분기 0%…이후 더 나빠질 듯"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2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3.29. radiohead@newsis.com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18일 뒤면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발표된다. 각종 기관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0%대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이 0%대 분기 성장률을 기록했던 것은 미국발 금융 위기가 세계를 덮쳤던 지난 2009년 3분기였다.

5일 정부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23일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 속보치를 공표한다. 한은은 지난 2월27일 연 경제 전망 설명회에서 "올해 1분기 GDP가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0.4%를 기록했던 작년 1분기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단기적인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2~3월 실물 지표가 크게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간 기관 전망도 부정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일본계 투자은행(IB)인 노무라증권은 지난 2월18일 한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을 -2.9~0.2%로 전망했다. 최악(-2.9%)의 시나리오는 '코로나19 관련 중국 봉쇄가 오는 6월 말까지 이어지고, 한국에서도 확산세가 이어지는 경우', 최선(0.2%)은 '중국 봉쇄가 2월 말 이후로 풀리고, 코로나19 확산이 중국 내부로 제한되는 경우'였다.

중국은 아직 봉쇄를 풀지 않고 있고, 코로나19가 이탈리아·미국 등으로 번진 점을 고려하면 최선의 시나리오는 해당 사항이 없는 셈이다.


전망치 이외에 가늠자가 될 만한 또 다른 지표가 있다. 싱가포르가 지난 3월26일 내놓은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이다. 이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여파가 반영돼 발표된 GDP 성장률이다.

싱가포르의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싱가포르를 강타했던 지난 2003년 2분기(-0.3%)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중앙은행 전망치(-0.8%)를 큰 폭으로 하회했다. 싱가포르의 코로나19 확진자가 631명(3월25일 기준)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감염병이 경제에 미친 악영향이 예상보다 컸다.

특히 싱가포르는 한국과 비슷한 소규모 개방 경제 국가라 그 지표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재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싱가포르는 경제에서 수출과 중개 무역의 비중이 큰 국가라 자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관계없이 무역 수요가 줄어든 만큼 타격을 받은 것"이라면서 "이탈리아 등 유럽과 미국에서 확진자 수가 늘고 있는데, 한국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뉴시스에 전했다.

지난 3월 수출이 469억1000만 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수출 부진 현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심해질 수 있다.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에는 코로나19와 관계없이 작년에 선주문됐던 수출 물량 출하분이 반영돼있으며, 감염병 백신 개발이 늦어진다면 연간 GDP가 역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김 교수의 관측이다.

증권가에서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는다.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은 0%대를 기록하되, 역성장 추세가 2분기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이코노미스트)은 "한국의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비교 대상인 지난 2019년 1분기 GDP가 역성장했던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의 타격은 작지 않은 셈"이라면서 "미국·유럽 등지에서 코로나19가 뒤늦게 퍼져 수출길이 막힌 점을 고려하면 4~5월 수출, 2~3분기 GDP 성장률 지표는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의 분기별 GDP 성장률이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때는 10여년 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금융 위기로 이어졌던 지난 2008년 4분기(-1.7%)다. 2009년 1분기(-1.8%), 2분기(-1.2%)까지 마이너스를 이어가다가 3분기(0.9%) 들어 0%대를 회복했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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