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검사가 주장하는 지주 이용 광고물로 볼 수 없어"
광주지법 제3형사부(항소부·재판장 장용기 부장판사)는 옥외 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 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모(81)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2일 밝혔다.
김씨는 2017년 5월20일 광주 북구 무등산 공원구역 내 한 종교시설 인근에 설치된 A씨의 비석 앞에 관할관청의 허가 없이 A씨의 친일 행적을 알리는 내용의 지주 이용 광고물(가로 100㎝·세로 90㎝)을 설치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김씨와 변호인은 '친일파인 A씨의 비석과 부도 형태의 탑이 설치된 것을 규탄하기 위해 광고물을 설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심은 "김씨가 자연공원법상 자연공원인 부지에 광고물을 세운 사실은 인정된다. 하지만 이는 입간판으로 보일 뿐 검사가 주장하는 지주 이용 간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는 '해당 광고물은 지면에 따로 설치한 파이프 형태의 지주에 끈을 이용해 알루미늄 및 아크릴 재질의 광고 현판을 고정한 것이다. 이는 관련 법이 정한 지주 이용 간판에 해당한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입간판과 지주 이용 간판을 구분하는 핵심 표지는 해당 광고물이 따로 설치된 기둥에 의해 건물 또는 지면에 고정돼 있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주 이용 간판에 해당하기 위해 필요한 (기둥의) 설치의 고정성은 단순히 꽂아두거나 꽂아둔 정도의 것으로 족하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적어도 기초공사나 체결 작업 등을 통해 지표면이나 건물에 단단히 고정돼 풍수해에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을 고정성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광고물은 알루미늄 재질의 H형 뼈대의 다리 부분을 별다른 고정 장치 없이 땅에 20∼30㎝ 깊이로 꽂아 고정한 것이다. 지주 이용 간판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고정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 사건은 A씨 후손의 고소로 시작됐다.
A씨의 후손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사자(死者)명예훼손도 주장했지만, 수사기관은 게시글의 내용이 진실에 부합하다며 김씨에게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행정기관에서는 입간판을 유동광고물로, 지주 이용 간판을 고정광고물로 분류하고 있다. 불법 유동광고물의 경우 과태료 처분을, 불법 고정광고물은 형사처벌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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