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텃밭 강남갑, 與 김성곤-野 태영호 배수진
부동산 세부담 완화, 안보 문제 등 이슈 격돌
김성곤 "더 준비된 후보, 힘 있는 후보" 자신감
태영호 "국회를 바꿀 신선함, 안보 문제 강점"
[서울=뉴시스] 김성진 윤해리 기자 = 4·15총선이 1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서울 강남갑 지역구는 각각 배수의 진을 친 여야 후보 간 맞대결로 불꽃이 튀고 있다.
4선 의원 출신이지만 전통적인 보수 텃밭에서 한 차례 낙선하고 와신상담한 더불어민주당 김성곤 후보와, 북한 출신으로는 처음 지역구에 파격적 도전장을 낸 '평양 신인' 미래통합당 태영호(태구민) 후보의 치열한 양자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 부촌 중 하나인 강남갑은 보수세가 강하지만, 지난 20대 총선에서 여야가 10%p도 되지 않은 격전을 펼친 만큼 이번 21대 총선에서도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4선의 정치 관록 김성곤…집권여당 배경 무게감으로 승부
민주당 김성곤 후보는 전남 여수에서 내리 4선을 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후보자 등록을 열흘 남기고 험지로 꼽히는 강남갑에 전략 공천을 받았다.
당시 득표율 45.2%로 낙선했지만 당선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후 4년간 지역 현안과 민심을 청취하며 강남갑에 텃밭을 갈았다.
김 후보는 31일 오전 7시께 압구정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 출근 인사를 시작으로 유세에 나섰다. "이번에는 꼭 좀 되세요!"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던 50대 남성이 먼저 다가와 덕담을 건네자 "열심히 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강남 중에서도 갑 지역은 신사·논현·압구정·청담·역삼동으로 이뤄져 보수세가 강한 동네다. 특히 압구정은 논현·역삼과 달리 주민들의 평균 연령대가 높아 보수 성향이 우세하다. 최대 관건은 부동산 정책이다.
김 후보는 "강남 아파트의 92%가 9억 이상이라 공시지가도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세금 올라가는 정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높은 것이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라며 "투기가 아닌 1가구 1주택자, 장기보유자, 실거주자, 고령자 이런 분들에 대한 종부세는 상당 부분 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다선 의원이기도 하고 종합부동산세 감면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당론보다는 소신투표로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김 후보가 당선될 경우 15대 국회 이후 민주당이 한 번도 깃발을 꽂지 못한 강남갑을 탈환한 5선 의원이 된다. 당내에서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중진 의원이면서 풍부한 정치 경험으로 태 후보와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명함에도 '힘 있는 후보, 강남 현안 해결한다'고 적어 정치적 무게감에 방점을 뒀다.
총선 공약으로 ▲종합부동산세 대상 고가 주택을 공시지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1세대 1주택자 종부세 감면 ▲14년 이상 실거주자 종부세 완전 면제 등을 내걸었다. 강남을 한류 산업 메카로 만들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태 후보에 대해서는 "적어도 국회의원의 대표성을 가지려면 한국 사회에 상당한 뿌리가 내려져야 하는데, (지역구로 출마하기엔) 너무 이르다"며 "누가 강남 현안을 해결하는데 실질적인 능력이 있는가. 제가 더 준비된 후보, 검증된 후보"라고 자신했다.
국회 국방위원장과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김 후보는 태 후보의 안보 이슈에 맞서 '평화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는 "상생과 평화의 정치가 제 16년간 정치 모토였다"며 "태 후보의 통일·안보관은 냉전적이고 수구적이다. 남북 관계를 긴장시키고 무력 충돌까지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발상으로 남북관계와 통일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견제했다.
◇청바지 입은 탈북민 출신 태영호…인지도와 신선함으로 어필
통합당 '전략공천 1호' 태영호(태구민) 후보는 지난 2016년 8월 영국 주재 북한공사로 근무하다 탈북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황장엽 노동당 비서 이후 최고위급 탈북자로 알려진 태 후보는 이번 21대 총선에 주민등록상 이름인 '태구민'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이날 오전 역삼동 강남구 비즈니스센터 앞에서 뉴시스와 만난 태 후보는 자신의 저서인 '3층 서기실의 암호' 표지에 실린 근엄해 보였던 얼굴과는 달리 '태구민(태영호)' 문구가 적힌 분홍재킷과 청바지, 운동화, 백팩 차림의 편안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명함 주기도 어렵다는 강남갑 선거구에서 태 후보의 강점은 높은 인지도였다. 뉴시스와 만나는 중에도 지나가는 시민들이 재킷을 입은 태 후보를 알아보고 연신 호기심에 찬 눈빛을 보냈다. 그렇지만 높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정치 신인' 태 후보에게 선거가 마냥 녹록지만은 않다.
태 후보는 "강남이 이렇게 다양하고 창의적인 지역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선거에) 나왔다"며 다양한 계층과 소통하기 위해 하루는 양복 차림, 하루는 청바지 차림으로 유권자에게 다가서고 있다고 했다. 이날 오전에는 출근길 인사 일정까지 취소하고 이른 아침부터 지역방송 녹화를 위해 연설 연습에 열중했다.
태 후보는 4선의 관록을 자랑하는 김성곤 후보를 상대하지만 자신이 더 신선한 후보라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태 후보는 "김 의원은 4선을 하신 중진이지만, 저 같은 신인에게 오히려 강남구민들이 국회에 가면 바꾸지 않을까 하는 신선함에 대해 기대감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와 안보에 방점을 찍은 태 후보는 이날도 경제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대한상공회의소 강남구상공회를 찾았다.
그는 특히 "불합리한 과세제도에 대해서 불만이 크다"며 "정상적인 과세를 떠나서 징벌적 과세로 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종부세 부과대상인 공시가격 기준을 기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1주택자의 세부담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아울러 외교통일전문가 답게 통일관에서도 강한 목소리를 냈다. 태 후보는 "한반도에서 진정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평화로운 환경을 만들어나가려면 북한 정권의 성격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현 정권의 평화 정책에 쓴소리를 가감없이 뱉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 정권에 탄압을 받고 폭압받고 있다. 김정은은 가해자고 주민들은 피해자"라며 "민주화를 해오신 분들이 북한 문제에서는 가해자 편에서 두둔하는 게 정의롭지 못한 주장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름 '태구민'은 '북한 주민(民)을 구(救)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태 후보는 "북한에서 왔던 2명이 강제 북송되는 사건을 보면서 명백한 헌법적 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21대 국회에 입성한다면 북한 인권과 관련된 법을 발의하고 싶다고 전했다.
◇강남갑 전통적인 보수 강세…이번엔?
강남갑은 신사동, 논현동1동·2동, 압구정동, 청담동, 역삼1동·2동 등으로 구성된 선거구로 보수세가 강하다. 지난 15대 총선부터 보수정당이 단 한 차례의 예외 없이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다.
다만 지난 20대 총선에서 김성곤 후보가 득표율 45.18%를 기록하면서 당시 이종구 새누리당 후보의 득표율 54.82%에 10%p 이내로 격전을 벌이는 이변을 연출했다.
당시 김 후보는 7개 동 중 논현1동에서 4769표를 받아 3966표를 받은 이 후보를 따돌렸다. 또 역삼 1동에서도 6839표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김 후보가 강남갑에 재도전장을 낸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총선에서는 지역 내 최대 이슈 중 하나인 '부동산'을 둘러싸고 김 후보, 태 후보 모두 ▲종합부동산세 감면 ▲1주택자 세부담 완화 등 비슷한 공약으로 맞대결을 펼치는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다.
40대 주부 이모씨는 뉴시스 기자에게 "여기서 40년을 살았는데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며 "정당과 인물 중에 어떤 쪽을 택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노모씨는 "올해 종부세가 지나치게 많이 나왔다는 같은 아파트 주민 얘기도 들었다. 주변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민주당에 대한 지역 민심은 좋지 못한 것 같다"며 "후보자에 대한 직접적인 부정적인 인식보다도 당이 주는 거부감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군인 출신에 중도 성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60대 주민은 "옛날 같으면 보수정당에서 탈북민이 어떻게 후보로 나오겠는가. 세상이 많이 변했다"며 "태 후보가 인지도가 높지만 강남에서 전현희 의원이 나오고 민주당 구청장도 되지 않았나.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고 했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강남 지역이지만 아무래도 젊은 층이다보니 진보정당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태영호 후보는 뉴스에서 많이 접해서 친숙하긴 하지만 대북관이나 이런 문제는 오히려 보수에 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sj87@newsis.com, bright@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