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집단면역' 정책…총리는 "밖에서 즐겨라"
전문가 "국민 1000만명 대상으로 한 미친 실험"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북유럽 스웨덴에서 정부의 미온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에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차라리 스톡홀름을 봉쇄해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2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웨덴 정부는 국내 저위험군 인구 60% 이상이 면역성을 가져 감염성의 확산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는 '집단면역' 전략을 선택한 상태다. 바이러스의 종식이 아닌 완화에 방점을 찍은 정책이다.
백신이 없는 현재 상태에서 집단면역을 갖추는 방법은 단 한 가지, 감염 후 완치다. 감염 후 완치된 사람의 숫자가 국민의 60% 이상이 될 때까지 노인,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 인구의 검역에 집중하면서 그저 버티자는 뜻이다.
스웨덴에서는 "정부의 방역 대책은 러시안룰렛(권총에 한 발의 총알만 장전한 뒤 차례로 자신의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게임) 식이다. 운이 나빠 걸리면 죽는 거다"는 여론도 나오는 실정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통계에 따르면 한국시간 24일 오후 3시 기준 스웨덴 내 코로나19 누적환진자는 2046명, 사망자는 27명이다. 완치자는 단 16명 뿐이다.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는 여전히 집단면역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뢰벤 총리는 지난 22일 스톡홀름 내 중증환자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을 막기 위해 여러분의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총리는 "여러분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동료, 그리고 나라를 위한 희생을 치러야할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면서 개인 차원의 방역을 철저히 할 것을 요구했다.
뢰벤 총리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정을 (정부가) 내릴 수도 있다"면서도 여전히 도시 봉쇄, 이동금지 등 강력한 대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는 "지역의 소비를 위해 가까운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라"고도 권했다. 한 당국자는 "노인과 위험군이 아니라면 소비를 하고, 외식을 하고, 재밌게 하지만 책임감을 갖고 행동하라"며 "영세상인을 생각하라"고 말했다.
스웨덴은 다만 전국의 대학을 포함한 초·중·고교를 폐쇄하고, 500명 이상의 집회를 전면 금지했다. 시민들에 불필요한 여행은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또 기저질환자와 70세 이상의 노인이라면 집에 머물라고 요청했다.
스웨덴 우메오대학의 프레드리크 엘르호 의학박사는 "정부의 정책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차라리 스폭홀름이 격리되는 편이 안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감염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을 도입하지 않는 국가는 우리 뿐이다. 이건 정말 심각한 일이다"고 말했다.
동대학의 조아심 록뢰브 역학박사는 "이게 정부와 보건당국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계산된 결과인가?"라며 "대체 국가 경제가 코로나19로 무너지지 않도록 희생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고 되물었다.
스웨덴 의학협회도 정부의 '집단면역' 전략을 강하게 비판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저자는 "이대로라면 스웨덴에서 이탈리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며 "우리는 단지 몇 주 뒤쳐진 상태다"고 했다. 또 "스웨덴과 같은 (집단면역) 전략을 내세우던 영국은 이제 완전히 달라졌다. 스웨덴의 변화를 만드는 건 뢰벤 총리의 의무다"고 주장했다.
룬드 대학의 마르쿠스 칼손 수학과 교수는 유튜브에 "집단면역은 근거가 없는 접근법"이라는 내용의 영상을 게시했다. 그는 "정부가 1000만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 미친 실험을 시작했다"며 "총리는 스웨덴 국민으로 러시안룰렛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같은 일에 처해야 한다면 이유를 알 수 있도록 진짜 사실을 테이블 위헤 올려놓아야 한다. 이대로는 우리는 재앙을 향해 양떼처럼 달려가는 것일 뿐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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