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韓직원 휴직명단 곧 통보…"해고될까 파업 못해"

기사등록 2020/03/24 13:38:17

미군 사령부, 25~26일 무급휴직 직원 명단 통보

필수 인원과 무급휴직 인원 간 노노갈등 잠재

노동3권 인정 안돼 단체행동 시 해고 가능성

한국인 노조 24일 주한미군 사령부 항의 방문

[평택=뉴시스]김선웅 기자 = 주한미군 첫 코로나19 확진자(칠곡 주둔)가 발생한 가운데 27일 오후 경기 평택시 주한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 출입구 앞에서 마스크를 쓴 주한 미군 장병 및 카투사 장병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2020.02.27.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지연으로 강제 무급휴직 대상이 되는 한국인 직원 명단이 이르면 25일 통보된다. 직원 9000여명은 혹시나 자신이 명단에 포함될까 마음을 졸이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24일 주한미군 사령부와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사령부는 25~26일께 무급휴직 대상 한국인 직원 명단을 확정하고 개별 통보한다. 방위비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한국인 직원들에게 줄 임금이 없다는 게 이유다. 통보를 받은 직원들은 다음달 1일부터 강제로 무급휴직에 들어간다.

당초 사령부는 23일께 명단을 통보하려 했지만 일정이 며칠 늦춰졌다. 한국인 노조가 20일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급휴직에 항의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사령부는 기자회견 후 노조에 '필수인원을 늘리고 무급휴직 인원을 다소 줄이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급휴직 인원이 줄어든다는 소식에도 직원들의 불안감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필수인원으로 지정돼 미군 기지에서 계속 일하게 될 인원과 필수인원에서 빠져 무급휴직하게 될 인원 간 노노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손지오 전국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24일 뉴시스에 "계속 일하는 사람은 일하는 게 미안하고, (휴직 통보를 받아) 일을 안 하는 사람은 억울해 할 것"이라며 "(명단이 아직 발표되지 않은) 지금은 직원들 서로 간에 조심스러워서 말을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무급휴직 명단이 통보되면 잠재해있던 노노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손 국장은 "기지에 필요하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돼 일을 못 하게 되는 분들의 실망감이 얼마나 크겠냐"며 "이번 사태가 끝나도 후유증이 클 것이다. 이미 필요치 않다고 분류됐던 분들이 추후 복귀 후에 과연 얼마나 애사심과 자긍심, 의무감을 갖고 일할 수 있겠냐"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무급휴직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020.03.20. mangusta@newsis.com
일부 한국인 직원은 미국 정부와 주한미군 사령부에 저항하기 위해 단체로 출근을 거부하자는 주장을 하지만 이는 위험한 선택이다.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에게는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아 파업할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손 국장은 "우리는 파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SOFA(주한미군 지위협정) 노무조항에 따라 파업 시 노동조합 설립 신고가 취소되고 파업 참여자가 해고된다"며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지 않으니 노조가 투쟁이라는 말을 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미군 부대는 한국인 직원들이 무급휴직 사태에 항의하며 단체 출근을 거부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엄포를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3일 무단 결근 시 명령 불복종으로 간주해 해고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한국인 노조는 비교적 낮은 수위의 저항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노조 집행부는 항의 방문, 출입구 시위, 출근 투쟁 등 계획을 마련했지만 미 정부와 미군 사령부를 얼마나 압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인 노조는 휴직 명단 통보를 하루 앞둔 이날 주한미군 사령부를 방문해 항의한다. 또 25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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