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장 찾은 시민 "어차피 장은 봐야 하고, 상인도 살아야 하니…"

기사등록 2020/03/23 18:09:37

서문-칠성시장 지난 주말부터 손님 조금씩 늘어

아직도 2주간 사회적거리두기 도심 곳곳 썰렁"


[대구=뉴시스] 23일 낮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다. (2020.03.23) ljy@newsis.com

[대구=뉴시스]이지연 기자 = "나가지 말라 해도 일상은 살아가야 하잖아요."

23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A(37·여·이천동)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시장 상인들이 어렵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감염이 걱정되긴 하지만 어차피 장을 봐야하고 또 상인들도 살아야하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서로 조심하면서라도 이용해야 하지 않겠나"며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 차단을 위해 정부와 대구시가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오는 4월5일로 연기하며 시민들의 외출 자제를 적극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지역 전통시장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은 오히려 조금씩 늘고 있다.

이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고 있지만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시민들에게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서문시장에는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시장을 찾은 인근 회사원들과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의 모습이 빈번하게 목격됐다. 지난 주와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어린 자녀와 모처럼 외출했다는 B(33·여)씨는 "인터넷 쇼핑을 주로 하고 있지만 물건을 직접 보고 사야하는 경우도 있다. 막상 나와보니 가게 문을 다 열고 있는 상인들을 보니 장사가 잘 안 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은 일상이 이어지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시장에서 30년째 국숫집을 운영한다는 C(72·여)씨는 "주말부터 손님들이 조금씩 찾아오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시끄러운 이 시국에 시장을 찾아주는 것만도 고마워 평소보다 양을 더 줄 때도 있다"며 "힘들 때마다 (대구 시민들이) 잘 이겨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래도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며 애써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종합상가 내부는 여전히 썰렁했다.

가족들과 함께 나왔다는 D(32·여)씨는 "상가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건 아직 조심스럽다. 보행 통로가 워낙 좁기도 해서 사람들끼리 안 부딪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 서문시장은 전체 점포 70~80%가 문을 연 상태다. 개학 연기로 어린이집과 학교를 보내는 젊은 상인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가게를 열고 운영 중이다.

상가연합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 물품들을 직접 구입 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자체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서문시장 상가연합회 김영오 회장은 "지금은 시장을 찾아주는 시민들에게 그저 감사하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정책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시장 상인들 입장에서는 생계가 달린 문제기 때문에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에서 임대료나 관리비 등을 지원한다고 해도 아직은 체감하기 어렵다"며 "소상공인 경영애로자금 등을 신청해도 언제 지원될지 모르는 상황이다"고 답답해 했다.

그는 "손 세정제 경우 지원이 많지만 자체 소독을 하는 곳에서는 방역 소독액이 부족하다. 소독 약품을 좀 더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구=뉴시스] 23일 오후 칠성시장 안은 여전히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3.23) ljy@newsis.com


대량 도매가 주로 거래되는 칠성시장은 유치원, 학교 개학 연기로 식품 납품업체 구매가 현저히 줄어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칠성시장에서 20년 넘게 농산물 도매업을 해왔다는 E(44·여)씨는 "날씨도 따뜻해져 시장 찾는 시민들이 조금 늘고 있지만 식당이나 공급 업체 거래는 평소 30%도 안 되고 있다. 우리도 우리지만 (주로 거래하던)식당들은 폐업 기로에 서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했다.

북구 고성동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F(57)씨는 "정부나 대구시에서 외출을 자제시키고 집단 감염에 대한 우려도 커지면서 시민들이 식당 이용을 매우 꺼려하고 있다. 이번 주부터는 다시 문을 열어야 할 것 같아 재료 준비 해 두려고 나왔다. 포장 위주로 판매해 보려고 한다. 임대료도 나가야해서 가게는 열어야 하지 않겠나"며 씁쓸해 했다.

칠성시장상인회 김문진 회장은 "도매업을 위주로 하는 칠성시장은 매출이 80%가 급감했다. 당장 회비 납부도 제대로 안 돼 상인회 운영도 어렵다. 쓰레기 처리 등 공동 관리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 난감하다"며 "정부에서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피부로 와 닿는 게 없다. 손소독제 정도의 지원에 그쳐 아쉽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조기 종식을 위해 외출을 금지 해야하지만 한편으로는 돈이 돌지 않으니 모두의 일상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상인연합회 등 단체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고 했다.

칠성시장은 청년회를 중심으로 3개조로 편성해 매일 자체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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