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엽기적" 입소문에…관전 변태들, 박사방에 득실득실

기사등록 2020/03/23 16:02:10

지난해 여름 이후 '갓갓' 자취 감춰

"새 영상 찾던 분위기에 박사 등장"

경찰 "더욱 엽기·변태적…가장 악랄"

"갓갓 n번방 이용자들, 박사로 이동"

[서울=뉴시스] 정윤아기자=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모(가운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진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후 법원을 나서는 조씨의 모습. 2020.03.19. yoona@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인우 기자 =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촬영한 성착취 동영상을 메신저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사방' 운영자가 텔레그램 성착취 행각의 시초 격인 'n번방'의 공백기를 틈타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텔레그램을 통한 성착취 영상물 공유방의 시작 장본인은 닉네임 '갓갓'을 쓰는 인물이다. 그는 'n번방'으로 불리는 1~8번방을 운영하다가 지난해 여름께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아동음란물제작) 등 혐의로 최근 구속된 박사방 '박사' 조모씨는 지난해 여름 그 공백기에 등장한 인물이다.

조씨는 지난 2018년 12월부터 이달까지 아동성착취물 등을 공유, 유포하는 텔레그램 '박사방'을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6일 검거 직후까지 자신이 '박사'임을 부인하다가 최근 시인했다.

그는 스스로를 '박사'로 칭하며 피해 여성들에게 몸에 칼로 '노예'라고 새기게 하는 등 보다 잔혹하고 엽기적인 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n번방에는 지난해 여름을 기점으로 새 영상물이 올라오지 않았다"며 "이용자들은 새로운 것을 찾았고, 이 전에 봤던 것들은 식상하다고 하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던 와중에 나타난게 조씨"라며 "조씨가 더욱 엽기적이고 변태적인 영상으로 그들의 욕구를 채워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n번방이 원조격이라면 그 중에서도 가장 악랄한 건 박사방"이라고 정리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앞선 브리핑에서 "n번방을 이용하던 대다수 이용자들이 n번방에 새 영상이 올라오지 않는 상황이 되자 박사방으로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대화방에서는 조씨와 이용자들 간 "텔레그램은 절대 안 잡힌다"는 자신만만한 대화까지 오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서명이 이날 오후 158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20일 게시된 지 사흘 만이다.

청원인은 "텔레그램 방에 있던 가입자 전원이 모두 성범죄자"라며 "어린 여아들을 상대로 한 그 잔혹한 성범죄의 현장을 방관한 것은 물론이고 흥분하고, 동조하고, 나도 범죄를 저지르고 싶다며 설레어 한 역겨운 가입자 모두가 성범죄자"라고 지적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박사방 운영에 앞서 텔레그램을 통해 총기·마약 등 사기 행각을 벌였다. 가지고 있지도 않은 물품을 판매한다고 해 접촉해오는 사람들에게 돈만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는 수법이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박사방을) 해보니까 돈이 돼 (총기·마약 사기에서 박사방 운영으로 종목을) 바꾼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누구나 영상을 볼 수 있는 '맛보기' 대화방을 둔 뒤 지급하는 가상화폐 액수에 따라 더 높은 수위의 영상을 볼 수 있도록 3단계로 유료 대화방을 나눠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료 대화방의 입장료는 1단계 20만~25만원, 2단계 70만원, 3단계 15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조씨의 집에서는 가상화폐를 환전한 것으로 보이는 현금 1억3000만원이 발견됐다.

경찰은 "결국은 돈을 노리고 한 짓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만 봤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씨에게는 아청법 위반 및 강제추행·협박·강요·사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개인정보 제공),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혐의가 적용됐다.

서울경찰청은 박사방과 관련해 총 14명을 검거하고 이 중 조씨 등 5명을 구속했다. 이 중 구속된 4명은 이미 검찰에 넘겨진 상태다.

n번방의 시작점으로 알려진 '갓갓'도 경찰이 추적 중이다. 경찰청은 지난 20일 기준 n번방 관련 110명을 검거하고 이 중 1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갓갓의 공범, 영상물을 다운로드 받은 사람 상당수가 검거됐다. 경찰은 갓갓을 잡기 위해 수십 차례의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들을 포렌식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사를 벌이는 중이다.

한편 경찰은 조씨의 신상공개를 논의 중이다. 조씨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서명은 이날 오후 기준 220만명을 넘어섰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서울청은 오는 24일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구성해 이를 결정할 방침이다. 조씨의 신상공개가 결정되면 성폭력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제25조에 따른 최초의 신상공개 사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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