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트럼프, 김정은 위원장에 친서…코로나 협조 의향"
남북 정상 친서 교환 후 보름만…남북미 친서 외교 가동
文대통령, G20 특별 화상회의 제안…국제협력 드라이브
전문가 "北, 미국 진정성에 의구심…협력 제안 에둘러 거절"
靑 "협력 구상 기대감 갖긴 일러…남북미 관계 도움됐으면"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101주년 기념사를 통해 처음 제안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제 보건협력 구상이 한 달 도 안돼 여러 단위의 실질적인 움직임으로 가시화 되고 있는 양상이다. 향후 장기 교착상태의 남북미 관계 회복은 물론 한반도 평화구상에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김여정 북한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22일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우리는 김정은 위원장께 보내온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에서 북미 관계를 추동하기 위한 자신의 구상을 설명하고, 코로나19 방역 부문에 협조할 의향도 표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있으며, 최근 의사 소통을 자주하지 못해 내 생각을 알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언급과 함께 앞으로 김 위원장과 긴밀히 연계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김 부부장은 소개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북한과 이란에 대해 인도적 지원을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달 세 차례에 걸쳐 체온계, 인공호흡기, 실시간 유전자증폭 검사(RT-PCR) 장비 등 코로나19와 관련된 제품을 인도적 지원 차원으로 대북제재 면제 대상으로 승인했다.
김 위원장에게 보낸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는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지난 1월8일 김 위원장의 생일 기념으로 보낸 이후 2개월 여만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친서를 교환한지 보름만에 북미 정상 간에도 친서 외교가 이어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는 그동안 대선 레이스에 집중해오며 상대적으로 대북 문제에서 소원했던 것을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북미 관계의 상황 관리에 나선 목적이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김 부부장의 담화는 미국의 호의를 매몰차게 거절한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김 부부장은 김정은의 목소리를 대신해 호의는 고맙지만 미국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고 에둘러서 거절의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김 부부장은 "두 정상의 개인적 친분 관계가 두 나라의 관계발전 구도를 바꾸고 견인할지는 미지수이며, 속단하거나 낙관하는 것도 좋지 못한 일"이라며 북미관계 발전에 대한 섣부른 낙관론으로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지금 이 순간도 미국이 열정적으로 '제공'해주는 악착한 환경속에서 스스로 발전하고 스스로 자기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청와대에서는 신중함을 유지한 가운데 원론적 수준 내에서 기대감을 갖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첫 제안한 감염병 대응 국제협력 구상이 실제로 국제사회에서 빠르게 호응을 얻고 있는 데 따른 긍정적인 평가가 감지된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관계 회복 의지를 공식화 했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 ▲남북 접경지역 협력 등 5가지를 구체적인 협력 사업 대상으로 제시했다. 물밑 접촉을 통해 북한의 의사를 타진하던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보건분야 협력을 추가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3·1절 101주년 기념사에서 "우리는 이번 '코로나19'의 국제적 확산을 통해 초국경적인 협력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며 "북한과 보건 분야의 공동협력을 바란다"고 공개 제안했다.
또 "사람과 가축의 감염병 확산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고 접경지역의 재해재난과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처할 때 우리 겨레의 삶이 보다 안전해질 것"이라며 "9·19 군사합의'를 준수하며 다양한 분야의 협력으로 넓혀 나갈 때 한반도의 평화도 굳건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의 국제적 확산을 계기로 북한, 중국, 일본 등 국경을 가까이 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깨달았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지난해 '오슬로 선언'에서 처음 제안한 접경지역 협력과도 궤를 같이한다.
실제로 북한은 문 대통령의 보건협력 구상 공개 제안 후 나흘 만에 반응을 보여왔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5일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문 대통령의 구상에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한 김 위원장의 진솔한 소회와 입장이 함께 담겼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튿날인 지난 6일 김 위원장에게 답신을 보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한·프랑스 정상통화에서 한국의 방역 경험의 공유 의사를 밝히는 것을 시작으로 국제 사회와의 협력 의지를 적극 밝혀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이뤄진 한·프랑스 정상 통화에서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방역과 치유과정에서 많은 경험과 임상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고, 이를 국제 사회와 적극 공유할 의사가 있다"면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국제적인 공조 노력, 세계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20개국(G20) 정상 간 특별 화상회의를 개최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며 G20 정상 차원의 코로나 사태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을 공론화 했다.
이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5일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G20 특별화상 정상회의 구상을 전달하는 과정을 거쳐 성사됐다. 올해 G20 개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SPA 통신에 따르면 이번 주 내에 G20 특별화상 정상회의가 실시될 예정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코로나 사태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 구상이 향후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기대감을 갖기는 이르다"면서도 "다만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방역 협력이 남북미 관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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