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큰 민생금융안정 지원책에도 현장반응은 "환영 반, 아쉬움 반"
4.15 총선 앞두고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 기본소득·재난소득 논의도 봇물
#서울 영등포에서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자택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50대 전직 수학 강사인 박지영(가명)씨는 요즘 전화 강의를 한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구민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도 탄력을 받으면서 더 이상 아이들을 집으로 불러 가르치는 일이 어려워지자 고민 끝에 선택한 고육지책이다. 수업은 초등학생들이 문제를 푼 뒤 스마트폰으로 찍어 보내면 박씨가 채점을 해 전화로 점수를 알려주고, 틀린 문제의 해법도 가르치는 방식이다. 천방지축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수학 문제 풀이를 전화로 지도하는 일은 난이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고 그는 토로한다. 하지만 전화 강의 등 편법이라도 동원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다른 학원으로 옮겨 갈까 두렵다. 코로나19발 위기가 지난 2008년 미국의 리먼 사태를 압도하는 최악의 경제위기로 번져갈 가능성이 있다는 뉴스에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자구책으로 전화 강의를 하며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돈줄이 마른 학부모들이 위기감에 지갑을 닫기 시작하면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9일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을 상대로 통 큰 금융지원책을 내놨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환영 반, 아쉬움 반”이다. 미국 등 주요국들이 이번 사태를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필적하거나, 당시 상황보다 심각한 전대미문의 위기로 규정하고 국민들에게 150만원 이상의 현금 보조(미국 공화당) 등 직접 지원방안을 저울질하고 있지만, 이번 대책이 주로 저리의 대출을 공급하는 데 방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금리도 대폭 낮추고 지원 창구도 늘렸지만, 코로나19의 공습으로 초토화된 민생경제를 일으켜 세우기에는 역부족이 아니냐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정부의 직접 지원을 촉구해온 대표적인 단체가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다. 대출 문턱을 낮추는 것 만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겪는 공멸의 위기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소공연은 앞서 지난 19일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발표 직후 환영 논평을 내면서도 이러한 직접 지원 방안이 빠진 대 대해 아쉬움을 피력하는 등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했다.
슈퍼마켓연합회도 20일 정부 대책 관련 논평을 내고 직접 지원을 촉구했다. 슈퍼마켓연합회측은 “경영자금을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초저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대출이라는 또 다른 ‘빚’이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손님이 오지 않는데 문을 열어놓고 대출로 직원들의 급여와 임대료를 주면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밖에 대표적인 소상공인 단체인 한국편의점주협의회도 이러한 직접 지원 요구에 동참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도 같은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영세 소상공인 지원책을 내놨지만, 편의점은 패싱 됐다"고 주장한 뒤 조세 감면과 공공요금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출금리인하, 대출 한도의 증액, 상환 기간 연장 등을 주문했다.
소상공인·자영업 단체들의 직접 지원요구가 정부의 저리 대출 확대 결정에도 봇물을 이루는 배경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시스템 리스크가 커지면서 공멸의 불안감이 깊어지고 있는 데다 ▲여당 일각에서 기본소득, 재난소득 논의가 무르익고 있고 ▲여야간 박빙의 대결이 예상되는 4.15 총선을 앞두고 이해 단체들의 목소리가 분출할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2일 오전 김임용 소상공인연합회장 직무대행은 서울 동작구 신대방에 위치한 소상공인연합회 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 상황을 “메르스 사태보다 더할뿐더러 IMF이후 최대 위기”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여당 소속 일부 지방자치 단체장들이 기본소득 방안을 제시한 사실을 언급하며 "의지가 있다면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