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 강화 이유 있었다…금주 국외유입 확진 38명 중 31명 유럽발(종합)

기사등록 2020/03/20 18:07:04

이탈리아 확진 환자, 일주일새 2만3375명 증가

3000명 이상 확진 유럽 국가들 동기간 3~5배↑

"12주차 해외 유입 확진자 38명 중 31명이 유럽"

검역서 확인된 환자는 16명…검역 강화 불가피

"유럽발 입국 유증상자 5% 가량 코로나19 확진"

美, 한주새 6배 이상 급증…"강화 필요한지 검토"

[서울=뉴시스]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3405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이탈리아의 사망자가 발원지인 중국 사망자(3248명)를 넘어섰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임재희 최선윤 이기상 기자 = 정부가 유럽에서 입국하는 모든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의무화하고 음성 판정이 나와도 2주간 자가 격리하는 '초강수'를 꺼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유럽 내 확산 추세가 지난달 초 중국에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했을 때보다 빠른 데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 유럽발 입국자 중 확진 환자가 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주에만 31명의 유럽발 확진자가 국내에서 확인됐는데 이는 대구에서 신천지 관련 31번째 확진자가 나오기 전까지 한 달여에 거쳐 확인된 환자 수에 달하는 숫자다.

◇일요일부터 유럽발 내·외국인 입국시 전수 진단검사

2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일요일인 22일 오전 0시부터 유럽발 입국자는 전원 입국 후 진단 검사를 받는다.

방역 당국은 건강상태질문서 및 발열 확인 결과를 토대로 유증상자와 무증상자를 나눠 유증상자는 검역소 격리시설, 무증상자는 지정된 임시생활시설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한다.

그 결과 '양성'이 나오면 중증도에 따라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로 즉시 이송된다.

'음성'으로 판명되더라도 내국인과 장기 비자를 소유한 장기 체류 외국인은 14일간 국내 거주지에서 자가 격리하는 게 원칙이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자가 격리 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된다.

국내에서 우리 정부에 의해 강제 자가 격리 조치되는 만큼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자가 격리 외국인에 대해서도 1인가구 기준 생활비인 45만4900원의 생활지원비나 유급 휴가비용(사업주 지급)이 지원된다.

단기 체류 외국인에 대해선 능동감시 수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진단 검사와 자가 격리 의무화 등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처음 보고된 중국 후베이성에 적용했던 입국 금지를 제외하면 검역상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총동원하는 셈이다.

◇이탈리아 일주일새 1만7천명→4만1천명…유럽 주요국 3~5배↑

이같은 배경에는 유럽 현지 상황과 국내 해외 유입 확진자 증가 등 국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유럽 국가들의 확진 환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이달 14일 확진자가 1만7660명, 15일 2만1157명, 16일 2만4747명, 17일 2만7980명, 18일 3만1506명, 19일 3만5713명, 20일 4만1035명 등으로 일주일 만에 확진 환자가 2만3375명이나 급증했다. 누적 사망자 수도 3405명으로 가장 먼저 집단 감염이 발생한 중국(3248명)보다 많은 나라가 됐다.

같은 기간 스페인은 4.05배(4231명→1만7147명), 독일은 5배(3062명→1만5320명), 프랑스는 3배(3661명→1만995명), 스위스는 3.06배(1125명→3438명), 영국은 4.08배(802명→3269명) 등이다.

우리나라가 중국 후베이성 입국자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고 중국 전역에 대해선 전용 입국장을 별도로 마련해 국내 연락처 및 거주지를 확인하는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한 당시 중국 상황과 비교해도 빠른 속도다.

1월28일 기준 4537명이었던 중국 확진자는 일주일 뒤인 2월3일 1만7238명으로 3.8배가량 증가했다. 입국을 금지한 후베이성 확진자는 3일 기준 1177명으로 최근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보다도 그 수가 적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이날 중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지금 유럽의 국가들의 발생률을 보면 당시에 중국에 조치를 취했을 당시에 비해서 훨씬 더 발생률이 높다"며 "유럽 자체도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는 (중국 입국 제한) 당시 중국보다는 훨씬 더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검역 강화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주 국내 유럽발 확진 31명…절반가량 검역서 확인 못해
[로마=AP/뉴시스]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 브레시아의 한 병원 집중치료실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망자가 19일 기준 전날보다 427명 늘어난 3405명으로, 누적 확진자는 하루 만에 5322명 증가한 4만1035명으로 나타나 사망자 숫자가 중국(3249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정부는 이미 적용하고 있는 개별적 산책이나 외출 제한에 더해 더욱 엄격한 이동 제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2020.03.20.


물론 해당 국가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검역을 강화하진 않는다.

이미 우리나라는 지난달 중국을 시작으로 홍콩과 마카오(2월12일), 일본(3월9일), 이탈리아와 이란(3월12일)에 이어 이달 15일 영국과 프랑스,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등 유럽 5개국에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한 뒤 19일부터는 전 세계 모든 국가와 지역을 대상으로 입국 시 검역 절차를 강화한 바 있다.

그런데도 유럽 전 지역 입국자를 대상으로 진단 검사를 의무화하게 된 건 이미 유럽을 다녀온 사람 중 국내에서 확진 판정을 받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의 확진자 중 해외유입 추정 사례를 보면 1월말 3명 모두 중국을 다녀왔고 올해 5주차엔 중국 4명·일본 1명, 6주차 중국 4명·태국과 싱가포르 등 3명, 7주차 중국 2명, 8주차 태국과 일본 등 3명으로 주로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에 집중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유럽으로부터 유입된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올해 9주차에 7명 중 3명이 독일, 터키, 이탈리아, 프랑스 등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2명은 중국, 2명은 태국과 일본 방문력이 있었다. 10주차에는 4명 중 3명이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을 다녀왔다(중국 1명).

이어 11주차에는 17명 중 13명으로부터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스페인, 체코, 폴란드 등 유럽 방문 사실을 확인했다. 나머지 4명은 필리핀과 태국 등 방문력이 있었다.

여기에 이번주에는 38명 중 31명이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헝가리, 포르투갈, 모로코 등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태국 2명, 아프리카 이집트 2명, 미국 3명 등을 제외하면 81% 이상이 유럽과 관련된 확진 사례다.

이날 오전 0시를 기준으로 유럽을 다녀온 확진 환자 31명 중 검역 과정에서 확인된 사람은 16명(태국 입국자 1명도 검역에서 확인)이다. 절반에 가까운 유럽 입국 확진 환자가 검역을 지나 국내 지역사회에서 확인됐다는 얘기다. 유럽발 확진자를 통한 2차 전파 등이 우려되는 지점이다.

결국 감염됐지만 무증상인 확진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국내 유입 후 추가 확산을 방지하려면 입국 과정에서부터 전수 검사를 통해 확진 환자를 찾아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유럽 입국자 가운데 검역과정에서 유증상자로 분류된 사람들을 검사했더니 양성률이 5% 정도로 나왔다"라며 "양성률이 굉장히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성률이 5%로 높아진 것은 유럽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것을 방증한다"며 "그래서 유럽 입국자에 대해서는 조금 더 특별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국 일주일새 확진 환자 6배↑…"미국 상황 모니터링"
 
방역 당국은 미국 상황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일주일간 미국 상황을 보면 지난 14일 2034명이었던 확진 환자 수는 20일 기준 1만3159명으로 무려 6.47배나 급증했다. 확진 환자가 3000명 이상인 유럽 국가들보다 확산 속도는 더 빠르다.
 
게다가 이번주 들어 국내에서 확인된 해외유입 관련 확진 환자 중 미국에서만 3명이 확인된 상태다.

다만 미국에 대해선 아직 확진 환자가 유럽 국가들보다는 적은 만큼 검역 강화를 위해선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방역 당국 입장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3명 정도 유입 환자가 발생한 상황이고 미국도 환자가 계속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아직은 유럽 정도까지의 발생률을 보이고 있진 않지만 지속적으로 증가를 하게 되거나 저희가 입국자에 대한 검사 결과를 보고 추가적인 확대나 조치 강화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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