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외교부 "학생들 불이익 안받게…" 협조요청
대학 "돌아온 내국인 유학생 고려한 추가지침 필요"
"근본적 대안 내기는 어려워…최선 다하는지는 의문"
유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직면한 것은 물론 건강과 안전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외교부에 협조요청을 하는 수준이어서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등포구와 송파구 등 지자체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서는 교환학생이나 유학 등으로 해외에 체류하다 귀국한 학생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영등포구청에 따르면 네덜란드에서 교환학생을 마치고 지난 17일 입국한 20대 학생은 다음날인 18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이 나왔다. 17일에도 교환학생 확진자가 나왔다. 프랑스에서 교환학생을 마치고 영국과 오스트리아 등을 여행한 A씨는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입국 당일부터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났으며 지난 16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재학중인 중앙대학교를 찾아가 교수와 면담했다.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이 나오자 학교는 건물을 일부 폐쇄한 채 황급히 방역에 나섰다.
17일 서울 송파구에서도 영국에서 유학한 여성, 미국 유학 중 귀국한 경기 성남시 거주 여성,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유학 중 돌아온 남성 등이 모두 확진 판정을 받았다.
19일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외 고등교육기관에 적을 둔 유학생은 총 21만3000명이다.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학위과정을 밟는 유학생이 13만1518명이며,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등 기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이 8만1482명이다.
매년 20만명 이상을 차지하는 내국인 해외 유학생들은 코로나19 진원지인 아시아 외에 최근 유행이 확산되는 유럽에서는 총 3만6539명,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서는 7만1108명이 공부하고 있다.
현재 유학생 21만명은 학업을 중단하거나 미뤄야 하는 처지다. 실제로 프랑스 정부는 교육부와 한국사학진흥재단이 파리에 설립한 유학생 기숙사 한국관을 비롯한 모든 국제대학촌 학생들에게 귀국을 권고했다. <3월17일자 뉴시스 보도 '유럽 한인들, 코로나19 패닉…"전세기로 고국가자" 추진' 참고>
교육부에 따르면 한국관에 거주하던 유학생 232명 중 159명은 잔류했으며 나머지 73명은 귀국하거나 방을 뺀 상태다. 본인이 잔류를 희망하는 경우 남아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프랑스 대통령이 의료시스템상 유학생들은 의료지원을 적절히 받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므로 가급적 본국으로 귀국을 권고한 것"이라며 "주프랑스한국대사관에서는 귀국 희망자에 대해 항공편 운항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아시아인을 차별하면서 휘두르는 일상적 폭력도 심각한 수준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지만, 이를 막으려는 강력한 조치는 어느 나라에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도 손을 못 쓰기는 마찬가지다. 방역당국은 18일 내국인에 대해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그러나 교육부와 외교부는 현재 해외에 체류하는 유학생들에 대한 귀국 조치나 각국 정부를 통한 인종차별·혐오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외교당국을 통해 해당 국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협조 요청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교환학생의 경우 국내 대학에 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대학이 일일이 관리해야 한다. 해외파견 규모가 큰 대학은 국제교류처에서 국내 대학 유학생 관리에 몰두하느라 해외에 나간 학생들까지 관리하기에는 손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대학들은 자체적으로 비상연락처나 해외에서의 건강관리 등 매뉴얼을 운영하고 있지만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대학 중에서도 파견 철회를 권고하거나 일정을 연기하는 곳들이 있다.
확진자가 가장 많은 대구에 위치한 영남대는 1학기 교환학생 파견 또는 초청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아주대학교는 홈페이지를 통해 1학기 교환학생과 해외 인턴십 파견자들에게 입국 후 2주간 등교중지하고 자가격리 실시하도록 공지했다. 또한 해외에서 확진되면 학교로 신고할 수 있는 인터넷 기록양식을 안내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별 대학들의 대응 방안에 불과해 자칫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따라서 대학 측은 정부가 중국 유학생이 입국할 경우 14일간 보호 관리하는 것처럼 국내 유학생들이 귀국할 때를 대비해서도 범정부 차원에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호남지역 한 사립대 국제교류처장은 "최근 중앙대 사례만 보더라도 내국인 유학생이 돌아와 캠퍼스를 돌아다니면 감염병을 막을 방도가 없다"면서 "건강 또는 내국인 유학생을 고려해 보호관리와 학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구제할 수 있는 추가 지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부산지역 사립대 국제교류처장은 "외교부는 손 놓았고 교육부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서 "해외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교환학생 등이 귀국할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 장학금이나 대학혁신지원사업 등 국고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다면 일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한국 정부가 자국민 인권보호를 강력히 요구하기 어렵고, 요구를 한다고 해도 상대 국가가 아시아인을 진지하게 포용할 여유가 없을 것이란 전문가 분석도 있다.
신상협 경희대 유럽연구소장(국제대학원 교수)은 "미국이 막대한 재정을 풀고 유럽연합(EU)가 국경을 다시 봉쇄할 정도인 만큼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고 경제적 어려움이 예견되면서 아시아인을 향한 반감이 표출된다고 본다"면서 "사회 경제적인 요소가 실타래처럼 얽힌 사항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유학생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지는 못한다는 점을 누구든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다만 현지 대사관이 유학생과 교민 안전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거나 마스크 등 방역물품 지원, 국내 항공사와의 조율을 통해 귀국을 희망하는 유학생과 교민의 교통편을 마련하는 방안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는 충분히 의문을 제기할 수는 있는 상황"이라며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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