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관, 비자 발급 전격 중단…이민·유학·취업 등 차질

기사등록 2020/03/18 20:08:32 최종수정 2020/03/18 20:44:15

"한국발 여행객 유입 제한에 효과적 조치"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전세계 난관 대응"

"2~4단계 경보 국가, 정규 비자업무 중단"

90일 내 무비자 방문 가능…이민 비자 불가

[서울=뉴시스]주한미대사관은 18일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전 세계적 난관에 대응하고자 미 국무부에서는 국무부 여행경보 기준 제 2, 3, 4단계 경보가 발령된 국가에서 정규 비자 업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진/미 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국현 이혜원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이른바 '팬데믹(Pandemic)'이 현실화되자 미국이 '정규 비자 업무 중단' 카드를 꺼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유럽 국가의 입국 금지를 발표한 데 이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많은 한국인들이 이용하는 '비자면제 프로그램'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비자 발급 인터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주한미대사관 "코로나19 세계적 난관에 대응"

주한 미국대사관은 1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전 세계적 난관에 대응하기 위해 미 국무부는 여행경보 기준 2~4단계 경보가 발령된 국가에서 정규 비자 업무를 중단한다"며 "19일부터 이민·비이민 비자 발급을 위한 정규 인터뷰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다만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현재 한국에는 3단계 '여행 재고' 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미 국무부는 한국에서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을 우려해 지난 22일 여행 경보 2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일주일 만에 3단계로 상향했다. 대구·경북 지역에 대해서는 4단계 여행금지가 발령된 상태다.

미 국무부의 이번 조치는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된 데 따른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강력한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1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가 60명에 달한다. 확진자는 50개 주 가운데 웨스트버지니아만 제외하고, 모든 주에 걸쳐 발생한 가운데 총 2885명을 기록했다.

미국은 지난 14일 유럽 26개국에 이어 영국과 아일랜드에 대해 미국 입국을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캐나다와 멕시코 등 국경 폐쇄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망명 신청자들의 입국을 막는 엄격한 이민 규제도 추진 중이라고 CNN이 18일(현지시간) 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미국을 찾는 한국인 대부분이 무비자로 단기 체류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미국 입국자를 줄이기 위한 차원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질적으로 한국발 여행객의 유입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가 취한 것처럼 '무비자 입국 중단'이 효과적인 조치이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비자 발급 업무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꼭 필요한 비자 발급은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정규 비자 발급을 위해선 대면 인터뷰가 불가피한 데다 한국인 역시 주한미대사관에서 줄을 서서 많은 사람들과 대기해야 한다. 이로 인해 미국은 대사관에 있는 자국 직원들과의 대면 인터뷰, 대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코로나19 감염을 최소화하겠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 미 국무부 여행 경보 현황. (그림/ 미 국무부 홈페이지 캡처)  photo@newsis.com
◇90일 내 무비자 방문 가능…이민 비자 발급은 불가

미 국무부의 조치로 90일 내의 단기 미국 방문은 여전히 가능하다. 다만 장기화될 경우에는 이민이나 유학 등을 앞둔 우리 국민의 계획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 국무부는 전자여행허가제도(ESTA), 괌-북마리아나 제도 비자 면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ESTA는 전자여권 소지자에 한해 운영되며, 미국 방문 전 홈페이지를 통해 ESTA를 발급받으면 여행이나 사업 목적으로 90일간 체류할 수 있다.

시급한 용무가 있거나 즉시 미국 방문이 필요한 경우에는 긴급 비자 인터뷰 예약을 할 수 있다. 예컨대 긴급 의료 서비스 이용, 직계가족의 장례식, 학생 또는 교환 방문자, 미국 내 비즈니스와 직접 관련된 긴급한 비즈니스 차원 등에 따라 예상치 못한 여행이 필요한 경우에는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다.

괌과 북마리아나 제도 방문에는 ESTA나 비자가 필요하지 않으며, 방문 전 I-736 양식을 작성해 입국할 수 있다. 대신 괌 당국이 오는 19일부터 입국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지참토록 하고, 미제출 시에는 호텔 등에서 14일간 격리 조치하고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이번 조치로 이민 비자나 비이민 비자 발급이 잠정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이민·비이민 비자 모두 미국대사관 인터뷰 심사를 거쳐 발급되는 만큼, 유학생 등 미국 체류를 예정한 이들은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민 비자는 미국에 영주 거주하기 위한 비자로 ▲가족 초청 이민 비자 ▲약혼자 비자 ▲취업 이민 비자 ▲추첨을 통한 비자 ▲영주권자 재입국 비자 등이 있다. 비이민 비자에는 ▲취업 비자 ▲학생 비자 ▲교환 방문 비자 ▲경유·선원 비자 ▲가사 근로자 비자 등이 있으며, 취업이나 학업 등 이유로 미국에 장기 체류하는 경우 해당한다.

미 대사관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정규 비자 업무를 재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꼭 필요한 비자 발급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lgh@newsis.com, hey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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