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보인 유럽의 인격…"코리아는 코로나" 대놓고 인종차별

기사등록 2020/03/18 11:26:40

핸드폰 뺏고, 사진 찍고 놀리는 등 물리적 가해

"밀라노 역에서 '미스 코로나'라고 조롱하기도"

"마리화나 상인에 '안 산다' 했더니 코로나라고"

[베르가모=AP/뉴시스] 지난 17일(현지시간) 두 여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텅 빈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 거리를 반려견과 함께 걷고 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17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3만1506명으로 전날보다 3526명 늘었고 사망자는 총 2503명으로 하루 동안 345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2020.03.18.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프랑스에서 유학 중인 A(여·26)씨는 2주 전 파리에서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지하철에서 한 무리의 현지 남성들이 A씨를 둘러싸고 알아들을 수 없는 욕설을 하더니 휴대전화를 빼앗아 간 것이다. A씨는 돌려달라고 했지만 분위기는 험악해졌고 겁이 난 A씨는 휴대전화를 뺏긴 채 자리를 떴다.

18일 뉴시스 취재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 전역에서 급속히 확산되는 가운데 유럽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인종차별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면전에서 욕설을 하거나 물리적 가해를 시도하기도 하는 등 정도가 심한 경우가 많다.

프랑스 유학생들 중 인종차별을 호소하는 경우는 A씨 외에도 더 있다.

파리에 거주하는 유학생 연모(26)씨는 두달 전 코로나19가 번지기 시작할 때 길거리를 지나가다 모욕을 당했다.

젊은 남성들이 연씨를 둘러싸더니 손가락질을 하면서 사진을 연속해서 찍었다. 연씨는 겁이 났지만 같이 사진을 찍는 척하면서 도망갔다.

연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인종차별이 굉장히 심해졌다"며 "그 전에도 없었던 건 아니지만 코로나19 이후로 대놓고 모욕하거나 놀리는 식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인종차별이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산 후 더 빈번하고 직접적인 차별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런던=AP/뉴시스]지난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프린스 오브 웨일스 극장 직원들이 관객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협으로 향후 모든 공연이 취소됐음을 알리고 있다. 앞서 보리스 존슨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 대응 수단을 발표했다. 존슨 총리는 "모든 사람이 급하지 않은 접촉을 금지하고 불필요한 이동과 여행을 중단해야 할 때"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술집과 클럽,  극장을 비롯한 각종 공연장의 출입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03.17.
폴란드에서 회사를 다니는 박모(27)씨는 "지금 아시아인이 폭행을 당한 일이 벌어졌다는 기사를 봤다"며 "한국식당이 습격 당했다는 소문도 있다. 이런 '카더라통신'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런던에서 공부 중인 B(38)씨는 "코로나19 확진 환자 수가 갑작스럽게 늘어나면서 공포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마트에서는 생필품 사재기가 현실화되고 있고, 아시아인에 대한 무분별한 차별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유명 여행사이트 '유랑'에는 유학생 뿐만 아니라 여행객들이 인종차별을 당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보름간 이탈리아에서 체류한 한 여행객은 "밀라노 역에서 '미스 코로나'라고 대놓고 조롱하는 사람이 있었다"며 "이전에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의 시선도 매우 불편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마스크를 끼고 공항으로 가는 기차에 탔는데 주변 사람들이 옷으로 코와 입을 막거나 자리를 옮겨서 저도 사람이 없는 쪽으로 이동했다"며 "내 존재 자체가 바이러스가 된 기분이 들었다"고 밝혔다.
[파리=AP/뉴시스] 지난 17일 정오부터 전국민 이동제한의 금족령이 내려진 프랑스 수도에서 17일 한 남성이 빈 거리를 달리고 있다. 집 부근에서 혼자서 하는 운동은 외출허가 사유가 되나 사유서를 작성해서 소지할 필요가 있다. 곳곳에서 단속하는 경찰과 군인들이 문건 제시를 요구한다. 2020. 3. 17. 
포르투갈을 여행하다 인종차별을 당한 사람도 있었다.

게시글에 따르면 "현지인들로부터 '코리아가 아닌 코로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하다못해 길거리에서 마리화나를 파는 사람도 '안 산다'고 하니까 바로 코로나라고 비하를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페인 산티아고에서도 도착하자마자 들은 말은 '부엔까미노(좋은길)'가 아니라 '코로나 코로나'였다"고 말했다.

한편 외신 등에 따르면 유럽인들이 코로나19로 아시아인을 집단 구타하거나 차별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영국 BBC 등은 지난달 24일 런던 중심가 옥스퍼드 스트리트에서 인종차별적인 이유로 싱가포르 출신 학생을 "우리 나라에 너희 코로나 바이러스가 있는 게 싫다"며 때린 15세, 16세 청소년 두 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on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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