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격분 "민주당, 이게 연합정당이냐…정말 황당해"

기사등록 2020/03/17 19:30:42 최종수정 2020/03/17 19:37:20

'시민을위하여' 녹색당·민중당엔 제안 안해

정의당 "소수자 차별…與 입맛대로 줄세우기"

민생당 "집권여당이 정치 혼란 부추겨"

與 강령엔 "사회적 약자·소수자 인권 존중"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이유진 녹색당 선거대책본부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녹색당·미래당 선거연합참여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3.17.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정진형 윤해리 기자 = 녹색당은 17일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에서 자당을 사실상 배제한 데 대해 "정말 황당하다. 이게 무슨 연합인가"라고 격분했다.

고은영 녹색당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하며 "이것은 연합의 태도가 아니다. 결국 민주당이 다른 정당들을 압박하는 방식이다.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고 본부장은 "우리가 오전에 녹색미래(녹색당과 미래당)에서 공개 (논의) 테이블을 갖자고 한 상황에서 바로 (이런) 메시지가 나오는 것은 연합파트너로서 배제하는 태도"라며 "미래당과 어떤 조치를 취할지 긴급히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연합정당 플랫폼으로 확정한 '시민을위하여'와 협약식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념문제라든지 성소수자 문제라든지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당과의 연합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히며 민중당·녹색당을 비례대표 연합정당에서 사실상 배제했다.

윤 총장은 나아가 녹색당에 대해 "비례대표 후보 추천에 있어선 좀 더 엄밀하게 협의를 해봐야 할 사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개혁연합에는 통합진보당 출신 인사들이 창당한 민중당과 성소수자 비례대표 후보를 공천한 녹색당이 참여하고 있다. 윤 총장의 발언은 이들 정당을 선거연합에 참여시키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녹색당 비례 후보 6번은 성소수자인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공동조직위원장이다.

민중당과 녹색당은 정치개혁연합으로부터 연합정당 참여 제안을 받았지만, '시민을위하여'로부터는 제안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례대표연합정당에 관련해 취재진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03.17.  photothink@newsis.com

원내 군소 정당인 민생당과 정의당도 일제히 민주당을 비판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성소수자 문제’와 같이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키는 정당과는 연합할 수 없다는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의 발언은 소수자 차별 발언이자, 비례연합당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는 말이었다"고 포문을 열었다.

강 대변인은 "소수정당이 대변하는 다양한 가치에 의석을 보장해주기 위해 비례연합당을 택했다는 명분은 어디로 갔나"라며 " 윤 총장에게는 성소수자들의 존재가 소모적인 논쟁거리일 뿐인가. 결국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구상은 민주당 입맛에 맞는 소수정당만 골라서 줄세우기 하려는 의도였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만약 녹색당이 함께해 성소수자 후보가 비례연합당의 후보가 되는 것이 꺼려진다는 뜻이라면,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이라며 "첫째로 비례연합당의 공천 기준을 좌지우지하겠다는 민주당의 의도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둘째로 성소수자인 후보는 공천하고 싶지 않다는 집권여당의 차별적 인식이 담긴 말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민생당 김정현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급기야 오늘은 성소수자 문제나 다른 정당들에 대해서 같은 자리에서도 앞뒤가 안 맞는 설명을 하는 등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였다"며 "명백히 집권여당이 정치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김 대변인은 "총선판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고 해서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다"며 "민주당은 정신 차리기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은 강령에 "여성, 아동, 청소년, 어르신, 장애인,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안전을 보장하며, 어떠한 차이도 차별로 이어지지 않는 사회를 만든다. 평생 돌봄 체계를 실현하여, 돌봄 서비스의 공적 기반을 구축하는 등 국가의 역할을 확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령에 '소수자 인권 존중'을 규정한 상태에서 이념성, 성소수자 문제의 민감성을 이유로 녹색당, 민중당 등을 사실상 배제한 것을 놓고 뒷말이 나온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뉴시스에 "소수자를 보호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소수자 문제가 쟁점이니 논쟁을 피하고 싶다는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쟁점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부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대 대선 당시 TV 토론에서 "동성애에 대해 좋아하지 않는다. 합법화도 찬성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가 성소수자 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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