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인데 좀 지친다"…학부모들, 첫 4월 개학에 복잡 심정

기사등록 2020/03/17 16:13:13

"감염 우려 덜어" 학부모들 긍정적 시선

"우려 있지만 아이들 건강이 더 중요해"

"양육 부담, 학업 저하" 부정적 목소리도

"언제까지 아이들 이렇게 방치할건가"

정부, 전국 유·초·중·고 개학 4월6일 연기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이 4월6일로 2주간 추가 연기된 1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서 학교 관계자가 개학 연기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2020.03.17.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사건팀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이 사상 처음 4월로 미뤄졌다. 이를 두고 학부모들 사이에는 안도감과 불만 섞인 반응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17일 뉴시스와 통화한 학부모들은 엇갈린 시선으로 개학 연기를 바라봤다. 자녀들의 집단 감염 우려를 덜어 다행이라는 긍정적인 관점과 양육 부담, 학업 저하를 토로하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상존했다.

경기 수원에 사는 김모(40)씨는 "단체로 모여 있으면 아무래도 위험하니 개학 연기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지치긴 한다. 조금씩 연기를 하지 말고 차라리 장기적으로 보고 대책을 세워줬으면 한다"고 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최모(43)씨는 "아이들이 밀접 접촉하지 않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교육적으로 우려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 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에 사는 김모(44)씨는 "우려가 많았는데 개학이 좀 더 미뤄졌다고 하니 다행"이라면서도 "안심이 되기도 하지만 양육 스트레스는 더 커질 것 같아서 걱정이긴 하다"고 했다.

고교 입학을 앞둔 자녀가 있는 다른 학부모도 "감염 가능성이 있으니 개학을 좀 더 미루는 것은 맞는 것 같다"면서도 "매일 집에서 붙어 있는 우리도 답답하고, 아이도 답답한지 학교에 가보고 싶다는 말을 하긴 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이 4월6일로 2주간 추가 연기된 1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교사가 책상에 신입생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2020.03.17.  dadazon@newsis.com
개학 연기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이들은 특히 자녀 학업 저하 우려와 불편이 커졌다는 등의 목소리를 냈다.

9세 아들을 둔 김모(35)씨는 "지금이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보다는 집에 두는 것이 낫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화상수업이라도 해주면 좋겠다. 언제까지 아이들을 방치할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거주 김모(49)씨는 "작은 학원이라도 보내고 있어 다행이다. 안 그러면 아이들이 해이해져서 공부를 못한다"며 "지금 개학 연기를 좋게 보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업 감축을 하면 교육 질이 떨어질 것이다. 고등학생의 경우 중간고사가 없어지고 수행평가로 대체하면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손해"라며 "상황이 길어질수록 아이들 학구열만 떨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최모(37)씨는 "개학이 미뤄져 입학식도 못하고 있다. 유명 영어 유치원도 이미 다 정상화 했는데, 공교육만 따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의 3차 개학 연기 및 후속 대책 등을 발표를 하고 있다. 2020.03.17. bjko@newsis.com
그는 "온라인 학습을 강화하고 이런 것은 이미 학교 다니던 아이들만 누릴 수 있다"며 "맞벌이 엄마들은 이미 휴가도 다 썼고 계속 쓰기도 눈치 보인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개학일은 당초 이달 23일에서 4월6일로 2주간 늦춰졌다. 어린이집 휴원도 4월6일까지 연장 조치 됐다.

이는 질병으로 인해 전체 개학이 4월로 미뤄진 사상 첫 사례다. 정부는 개학 연기와 함께 수업일수도 10일 감축하는 동시에 장기간 고교 개학 연기 등을 고려, 실현 가능한 대입 일정 변경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