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코로나19 위기 극복 이끄는 숨은 영웅들

기사등록 2020/03/15 11:30:31 최종수정 2020/03/16 18:21:12

방역 등 다양한 '자원봉사'로 묵묵히 제역할

"연대·배려로 함께 잘 극복했다는 그날 오길"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10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하남동 행정복지센터 2층 구 자원봉사센터 프로그램실에서 센터 단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예방용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2020.02.10. sdhdream@newsiscom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고 있는 광주시민의 자발적 행동이 희망을 주고 있다.

15일 광주시 자원봉사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달 7일부터 이달 13일까지 광주시민 1만3000여 명이 코로나19 관련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봉사자들은 방역, 마스크 제작·나눔, 취약계층 생활용품·반찬 전달, 다중이용시설 발열 감지기 운영 도움, 공적 마스크 판매 약국 지원, 격리 대상자 생활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난국 속에 묵묵히 제역할을 다하며 뭉클한 감동을 전하는 봉사자 3명의 활동상을 소개한다.


◇바이러스를 이기는 연대의 힘

한소희(38·여) 광주 광산구 우산동 자원봉사센터 캠프장은 '연대와 헌신의 표본'으로 꼽힌다.

한 캠프장은 지역 사회가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기 전부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눔을 실천해왔다.

지난달 6일부터 나흘간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친환경 소재의 마스크 2500장을 만들어 취약계층에 나눴다.

지난달 10일부터는 마을 주민·캠프원들과 궂은일을 자처했다. 경로당·공원·상가·어린이집·관공서 등지를 돌며 방역과 청소를 도맡았다.  

끼니를 거르면서도 매일 낮 12시 오후 4시 사이에는 광주송정역·광주공항에서 열 감지기 운영을 도왔다.

이용객이 몰릴 때마다 '줄을 서달라'고 안내했다. 다중 접촉을 예방하기 위해 일일이 이용객에게 손 소독제를 뿌려줬다.

37.5도 이상의 미열이 측정됐는데도 격리실로 이동하지 않으려고 생떼를 부리는 이용객을 설득하는 것도 한 캠프장의 책무다.

무료 급식이 중단된 상황을 고려해 매주 화·목요일에는 독거노인 가정을 찾아 반찬을 나눴다. 우산동 식당·사찰 2곳이 기부해준 반찬을 전달하며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랬다.

한 캠프장은 "봉사 때마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느낀다. '함께 잘 극복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방역 또 방역' 코로나19 확산 방지해요 

이찬호(60) 어울림 사랑나눔 봉사회 대표는 무거운 등짐 펌프를 둘러매고 광주 전역을 누비고 있다.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3일까지 17차례 자발적 방역에 나섰다. 하루에 4곳에서 20곳까지 방문하면서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힘쓰고 있다.

방역 당국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중심으로 철저한 소독을 했다.

방호복·마스크·보호 안경·위생용 장갑 등 소독 장비·약품은 각 구청에서 후원해줬다. 방역 전문가에게 관련 교육도 받았다.

다중이용시설의 출입문, 손잡이, 엘리베이터, 화장실 등을 살균 소독해왔다. 사람들의 손이 닿는 물체나 접촉 표면을 락스나 알코올로 꼼꼼히 닦았다. 

줄줄 흐르는 땀에 독한 소독약 냄새를 견디며 사명감 하나로 일하고 있다.

방역 뒤 환기를 하는 30분가량이 유일한 휴식 시간이다. 이 대표는 이 때 심호흡을 하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모든 이들을 감싸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시민들의 선한 자발적 행동이 확산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격리 환자 불편함 덜어준 숨은 영웅

노한복(61) 전국 자율방재단 광주시연합회장도 어려운 상황에 묵묵히 봉사를 자처했다.

노 회장은 21세기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코로나19 16·18번째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것으로 분류된 환자 31명과 보호자 5명이 광주소방학교에 격리되자 단원들을 설득해 현장으로 갔다.

지난달 6일부터 2주 동안 격리 환자들의 불편함을 덜어줬다. 의료진이 환자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게 허드렛일을 도맡았다.

시설·물품 소독, 청소, 배식을 비롯해 격리 환자들이 필요한 물건을 나눴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밝게 웃으며 안부를 건넸다. 간식 시간에는 '힘내라'며 장미꽃을 전하기도 했다.

오전 7시에 소방학교를 찾아 오후 9시까지 다양한 봉사활동을 했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부터 나누겠다'는 마음은 격리 환자들에게도 감동을 줬다.

환자들은 격리 해제 뒤 눈물을 보이며 노 회장과 단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연락처를 주고 받으며 '수고해줘서 고맙다'며 공동체 정신을 발현했다.

노 회장은 격리 생활 지원 이후에도 지역 곳곳에서 방역 활동도 하고 있다.

노 회장은 "격리 환자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소방학교를 떠날 때 큰 보람을 느꼈다. 병상이 부족한 대구에 광주가 '달빛연대'의 손을 내민 것처럼 연대와 배려가 더 촘촘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에는 기업들이 구호물품을 앞다퉈 기탁 중이다. 시민이 익명으로 코로나19 성금을 기부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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