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베카' 객석 90%↑...코로나에도 흥행한 이유

기사등록 2020/03/13 18:15:23

충성도 높은 관객 덕...15일 3개월 서울 공연 폐막

이달 말 울산으로 시작되는 전국 투어 흥행 관심

[서울=뉴시스] 뮤지컬 '레베카'.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0.03.13.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15일 폐막을 앞둔 뮤지컬 '레베카'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 속에서도 흥행을 이어오고 있다.

13일 공연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에 따르면, 12일 기준 '레베카'의 객석 평균 점유율은 90%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16일 충무아트센터에서 다섯 번째 시즌을 개막한 '레베카'는 지난달 코로나 19 여파가 본격화되기까지 객석 점유율 98%를 기록했다.

코로나 19 확산 이후 취소 티켓이 나오긴 했다. 하지만 이 시국에서 대형 뮤지컬이 잇따라 돌연 폐막하고, 공연을 이어가는 작품들의 좌석 점유율이 반토막이 난 가운데 눈에 띄는 성과다. 

◇레베카는?

영국 소설가 겸 극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1907~1989)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1938)을 기반으로 삼았다. 스릴러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1899~1980)의 영화(1940)로도 유명하다.

아내 레베카의 의문의 사고사 이후 그녀의 어두운 그림자를 안고 사는 남자 막심과 그런 막심을 사랑해 새 아내가 된 윈터 부인인 '나'(I), '나'를 쫓아내려는 집사 댄버스 부인 등이 막심의 저택 '맨덜리'에서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게 그린다.

국내에서도 히트한 뮤지컬 '엘리자벳', '모차르트!'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와 극작가 미하엘 쿤체의 또 다른 합작품이다. 200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했다. 2013년 국내 초연했고, 2017년까지 네 시즌을 공연하며 관객수 67만명, 평균 객석 점유율 92%를 기록했다.

사실 어두운 정서의 이 뮤지컬은 세계에서 흥행한 작품이 아니다. 특히 2012년 브로드웨이에서 선보이려고 했으나 투자사기 등이 얽히면서 무산되기도 했다. 

◇흥행 이유는?

[서울=뉴시스] 뮤지컬 '레베카'.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0.03.13. realpaper7@newsis.com
'레베카'가 한국에서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킬앤하이드'처럼 한국화가 잘 됐기 때문이다. 국내 관객에게 '지금 이 순간'으로 유명한 '지킬앤하이드'도 해외에서 인기작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숱한 스타들이 거쳐간 검증된 작품이다.

사실 '레베카'가 초연했을 때, 뮤지컬업계에서는 낯선 작품으로 여겨졌다. 당시 다른 작품처럼 남자 주인공이 멋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게다가 여성 캐릭터 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현재는 여성이 전면에 나서는 대형 뮤지컬이 많이 등장했지만, 당시에는 드물었다.
 
이런 요소들로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특히 조연급인 '댄버스 부인'의 비중을 높인 점이 주효했다. 주인공 '나'와 대립각이 분명해지면서 드라마가 강화된 것이다.

공연평론가인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인물들의 세밀한 감정 묘사로 대극장 작품인데도 소극장 작품 같은 몰입도를 안겼다"면서 "보통 대극장 뮤지컬은 배우가 단체로 나와 인물들의 감정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은데, '레베카'는 주요 인물만으로 감정의 밀도를 높였다"고 봤다.

◇명장면, 명넘버로 충성도 높은 관객 붙들어

'레베카'를 본 관객이라면, 뇌리에 박히는 명장면이 있다. 댄버스 부인이 '나'가 레베카를 대체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방해하고 심지어 레베카처럼 익사하도록 권유하는 장면.

열린 창문 밖 폭풍우가 몰아치는 레베카의 침실에서 '나'와 함께 있던 댄버스 부인이 '레베카'를 부르고 곧 이어 무대가 회전하면서 댄버스와 '나'가 '저 바다로 뛰어!'를 주고 받을 때의 폭발력은 어마어마하다. 뮤지컬을 보지 않은 일반 대중도 유튜브 등을 통해 인지하고 있는 뮤지컬계 대표적 장면이다. '신이여' '하루 또 하루' 같은 다른 넘버들도 인기다. 

[서울=뉴시스] 2013년 뮤지컬 '레베카' 초연 당시 옥주현. (사진 = 뉴시스 DB) 2020.03.13. realpaper7@newsis.com
무엇보다 댄버스 부인을 무게감 있는 배우들이 소화해준 것도 주효했다. 옥주현, 신영숙이 대표적이다. 두 배우는 초연 때부터 댄버스 부인을 맡아 이 역에 카리스마를 부여하며 존재감을 드높였다. 댄버스 부인은 조연급으로 분류된다. 파괴적인 장면에 등장하지만 출연 시간은 많지 않다.

지금이야 유명 캐릭터가 돼 스타 배우들도 맡고 싶은 캐릭터가 됐지만 초연 때만 해도 옥주현 같은 스타배우가 맡기에는 비중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초연 이후 이 배역은 주연 못지 않은 무게감을 지니게 됐다. 옥주현, 신영숙의 댄버스 부인이 높게 평가 받는 이유다. 이후 김선영, 차지연, 리사, 장은아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이 역을 거쳤다. 이번 시즌에는 알리가 새로운 댄버스 부인으로 합류했다.

'나' 역은 급부상하는 배우들의 통과 의례가 됐다. '레베카'는 '나'의 성장담으로도 읽히는데 김보경, 임혜영, 이지혜, 오소연 등이 이 역을 맡았다. 이번 시즌에는 박지연·민경아가 새로 나 역에 합류해 호연을 보여줬다.

이와 함께 '레베카'는 스타 아이돌을 캐스팅하지 않고도 흥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지 교수는 "아이돌을 캐스팅하지 않고, 배우들의 호연을 통한 참신한 여성 캐릭터를 내세워 한국만의 취향과 시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 점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이렇게 한국 관객 취향의 발굴은 회전문을 도는 충성도 높은 관객을 탄생시켰고, 코로나 19 속에도 높은 객석 점유율을 유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옥주현은 이번 시즌에도 출연했는데 그녀가 출연하는 회차는 최근에도 빈 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 공연의 지역 투어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오는 27~29일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을 시작으로 '레베카'는 대전, 천안, 전주, 여수, 광주, 성남, 인천 등에서 공연한다. 울산 공연은 대구, 경북 지역의 코로나 19 피해로 인해 예매율이 높지는 않다. 반면 4월26일 옥주현이 나오는 GS칼텍스 예울마루 대극장 공연은 매진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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