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폭락에 유가 ETN `품절'

기사등록 2020/03/12 10:10:19

반등 노린 투자자 레버리지 원유 ETN 집중 매수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국제 유가 폭락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반등을 노린 투자자들이 유가 상장지수증권(ETN)을 집중 매수하자 주가는 하락하는데 거래량은 폭주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주요 원유국들이 증산을 예고하며 국제 유가 하락이 불가피해진 상황이지만 향후 원유 가격이 정상화될 경우 큰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

이에 따라 일부 증권사에서는 유동성공급자(LP)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기존 상장 규모를 뛰어넘는 추가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계획 발표로 인해 연일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최악의 경우 20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38달러(4.0%) 내린 32.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4% 가량 하락한 35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중이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올해 국제유가 평균 거래가격을 배럴당 50~60달러 수준에서 점쳤는데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실패로 예상치보다 절반 수준에 국제 유가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국제 유가 폭락은 반등을 노린 투기세력이 레버리지 원유 ETN을 집중 매입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데 원유 ETN은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다.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을 운영하고 있는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11일 유동성 공급 확보를 위해 500만주 추가 상장을 신청했고 오는 16일 2000만주를 추가 상장할 계획이다.

기존 상장 규모는 1500만주에 불과했지만 최근 투자자들의 집중 매수에 물량을 2500만주 이상 늘리기로 한 것이다.

이 상품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 간의 감산 합의가 불발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9일 전 거래일보다 2485원(33.83%) 내린 4860원까지 폭락했지만 거래량은 오히려 756만주로 큰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신한 WTI원유 선물 ETN(H)도 지난 9일 전 거래일보다 1930원(29.95%) 하락한 4515원을 기록했지만 이날 하루동안 거래된 물량은 105만주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 등 다른 상품도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지난 9일 주가는 바닥을 쳤지만 거래량은 큰 폭으로 뛰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 상품의 주가가 최근 적정 주가보다 큰 폭의 상승세를 보여왔는데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 상승을 예상한 투기 세력이 지난 9일부터 집중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제 유가가 20달러 선까지 떨어진다고 가정할 때 국제적 공조 등이 강화될 수 있고 이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며 "반등시 큰 폭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투심이 작용해 최근 원유 ETN 상품 거래량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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