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드리는 그리스도교 공동 성명[전문]

기사등록 2020/03/11 19:40:41

"모든 생명이 안전하고 행복한 문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개신교 21개 단체가 11일 성명을 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와 관련해 "밀집해서 모이는 주일예배는 당분간 중단하고, 문명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한다고 밝혔다.

이 성명에는 교회개혁실천연대와 교회2.0목회자운동, 기독교환경교욱센터 살림, 성서한국, 건강한작은교회동역센터, 대구이웃을위한사마리안들, 한국교회생명신학포럼 등의 단체가 참여했다.


◇다음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드리는 그리스도교 공동 성명' 전문

"모든 생명이 안전하고 행복한 문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작년 연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 감염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불안과 두려움이 지구촌을 덮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감염자나 사망자 없이 이 사태가 진정되어 속히 사회적 안정이 이뤄지기를 기원합니다. 특히,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는 대구와 경북 등지의 감염자들 및 그들의 가족들뿐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고 생명을 다해 수고하시는 의료진들을 포함한 방역담당자들에게 하나님께서 평안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1. 이 사건은 생명·생태적 삶으로 전환하라는 경고입니다

지금의 상황은 우리들이 두려워하고 놀라기만 할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그동안 삶의 터전인 피조세계 전체를 경시해왔던 관행에 들려주는 경종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새로운 전염병 발생과 재유행의 원인으로 노령인구의 증가로 인한 인구학적 변화, 동물 병원소와의 접촉을 증대시킨 생태학적 변화, 병원체의 전파를 확장시키고 가속화하는 국가 간 여행 및 교역의 증가, 기존 전염병의 감소에 수반된 공중보건 체계의 이완과 와해, 항생제 남용 등을 들고 있습니다.

즉,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은 그동안 우리가 추구했던 산업 발달과 국제 교역의 증가를 통한 경제성장이 도리어 인간의 삶의 조건과 환경에 파괴적 변화를 수반했음을 뜻합니다. 인간의 생태계 파손 행위가 동물들의 터전을 파손하고, 동물들을 숙주로 하는 미생물들을 자극하여 질병으로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사태는 생태계를 파괴해가며 성장과 발전을 이루고자 했던 현대 문명을 향해 지금이라도 방향과 태도를 바꾸라는 경고입니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형태의 생태파괴적인 삶을 이어간다면 앞으로 또 다른 변종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출현할 것입니다.

이 문제는 오래전부터 예견되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 '광우병'의 공포를 겪었고, 근래까지 매해 닭, 오리, 돼지, 소 등과 같은 가축들의 전염병을 겪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수백 수천만의 무죄한 생명들을 살처분하고 시설들을 폐쇄하는 것으로만 일관해왔습니다. 전염에 상시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공장식 가축 산업과 육식 위주의 식습관, 그리고 자원낭비적인 생활방식에는 손대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라도 우리는 인간의 건강이 동물뿐 아니라 생태계 전체의 건강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속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는 생명 전체의 연계성 속에서 인간의 삶을 바라보며 ‘하나의 건강’(One Health)을 지향하는 문명사적인 전환기에 서 있습니다.
  
2. 한국교회는 이 사태를 깊은 자기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한국교회에 던져 준 의미는 매우 큽니다.

물론, 코로나19 감염의 기폭제가 된 곳은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하는 신천지입니다. 신천지가 집단 감염 사실 자체를 감추는 동안 바이러스는 신천지 내부를 벗어나 대구 경북뿐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되어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교회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종교적 특수성을 내세워 사회적 보편성을 놓치는 일은 한국교회도 범하기 쉬운 관행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는 신천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교계 일부에서는 정부나 국회, 또는 지자체의 예배 방법 변화 요구에 순교자의 각오로 맞서야 한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교회가 사회와 더욱 멀어지게 할 뿐이며 지금의 사태를 해결하는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지금 상황을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기독교적 가르침에 근거한 공적 책임을 실천할 기회로 여겨야 할 것입니다.

신천지와 몇몇 교회 사례에서 확인되었듯이, 많은 대중이 좁은 공간에 밀집하게 되는 공중 예배 형태는 당분간 중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다’고 하신 주님의 마음(막 2:27)을 실천하는 것이므로 오히려 권장하고 기쁘게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한국교회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생명을 살려내는 참된 예배의 본질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더욱 깊이 고민하며 사회를 향한 공적 책임을 더 잘 감당해야 할 시기입니다. 다만 각 교회들은 자체 방역과 개인위생 지침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 개인과 공동체의 선택에 따라 모여서 예배한다면 무조건 비난할 일도 아닐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이번 사태가 주는 의미를 깊이 묵상하고 성찰해야 할 것입니다. 앞만 향해 달려온 신앙적 질주를 잠시 멈추고, 하나님이 명령하신 이웃사랑의 참된 의미를 되살려야 합니다. 특히, 교회는 큰 짐을 지고 있는 대구 경북 및 주변 이웃, 작은 교회들에 마스크 십일조, 헌금 나누기, 의료진 파송 운동 등을 전개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3. 사회와 국가를 향해 당부합니다

우리는 이번 사태가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는 것을 경계합니다. 사회적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권 및 일부 세력도 선동을 중지할 것을 권고합니다. 한국사회는 이 위기에서 전염병으로 인한 사회공동체의 붕괴를 막고 고귀한 생명을 구하는 일에 전국민적으로 함께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국정운영 전반을 책임진 정부나 보건당국 역시 책임을 회피하거나 스스로를 과신하지 말고 더욱 성실하고 겸손하게 바이러스 확산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미래에 예견되는 유사한 국제적 전염병에 대비해 국가적 방역 및 치료시설들과 제도들을 충분하게 준비하여 더 큰 재난에 대비하도록 민간 전문가 및 시민단체와 함께 유기적인 생명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코로나19 감염사태로 경제 취약계층이 겪는 고통은 이미 임계치를 넘어섰습니다. 아울러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불황'도 예상됩니다. 정부와 경제주체들은 서민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 대책 마련에도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정부나 국회, 그리고 일부 지자체도 강제성을 띤 의결이나 행정명령이 아닌 상대를 배려하는 깊은 대화와 권고로 이 상황을 함께 헤쳐 나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감염예방을 위한 정보공개가 확진자의 인권을 지나치게 침해하지 않도록 조금 더 신중한 방법을 찾아 줄 것을 당부합니다.

지금 같은 위기일수록 국민들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특정 개인과 집단에 대한 배제와 차별, 증오를 멈추고 인류애에 기초한 사랑의 연대로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슬기롭고 따뜻한 우리 국민 모두에게 주님의 평강을 빕니다.
  

- 우리의 제안 -

1. 우리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생명 경시의 문화를 버리고 생명 전체를 존중하는 문명으로 전환하기를 제안합니다.

2. 한국교회는 이 사태를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아 이웃사랑의 공적 책무를 다하기를 제안합니다.

3. 한국사회는 이 위기를 발판으로 삼아 사회적 분열을 치유하고 사랑으로 연대하는 미래를 만들어가기를 제안합니다.


2020년 3월 11일

건강한작은교회동역센터, 공의정치포럼, 교회개혁실천연대, 교회와사회연구소, 교회2.0목회자운동, 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농어촌선교연구소, 대구이웃을위한사마리안들, 사이비종교피해대책연맹, 사회적협동조합 희년, 생명누리, 성서한국, (사)인천내일을여는집, 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 한국교회생명신학포럼, 한국그리스도교일치포럼,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사)한국영성예술협회, 햇살보금자리 (21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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