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러시아 가격 전쟁 조짐에 유가 대폭락…WTI 25% 하락

기사등록 2020/03/10 07:58:08

브렌트유 24% 넘게 하락하며 30달러대

1991년 걸프전 이후 일일 최대 하락폭

[디어파크=AP/뉴시스] 2017년 8월31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디어파크의 셸 디어 파크 정유시설에서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2020.03.10.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국제유가가 9일(현지시간) 1991년 걸프 전쟁 이후 최대 하락폭을 나타내며 급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24.59%(10.15달러) 내린 31.13달러에 마감했다. WTI가 NYMEX에서 거래를 시작한 1983년 이후 1991년 걸프 전쟁을 제외하면 낙폭이 가장 컸다.

런던  ICE 선물 거래소에서 글로벌 벤치마크인 5월물 브렌트유는 34.36달러로 24.1%(10.91달러) 하락했다.

앞서 산유국 연합체가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유가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 6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OPEC 비회원국이 모인 OPEC+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 감산 규모를 논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내세운 OPEC은 하루 150만배럴 추가 감산을 원했지만 러시아가 반대해 협상이 결렬됐다.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수요 둔화에 직면해 내림세를 나타내던 유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사우디의 국영 석유 회사인 아람코는 7일 원유공식판매가격(OSP)을 배럴당 6~8달러 내린다고 발표했다. 통상 몇 센트 단위로 인하했던 데 비하면 파격적인 조치였다. 여기에 하루 970만배럴인 생산량을 1000만배럴을 웃도는 규모로 늘릴 계획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사우디는 현재 하루 1200만배럴 정도를 생산할 수 있다.

사우디의 이례적인 대응은 시장 점유율을 늘리려는 러시아를 협상에 참여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우디의 조치가 러시아를 향한 압박에 그치지 않고 가격 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연쇄적인 파장이 우려된다. 사우디가 가격을 내리면 다른 산유국들도 인하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미국 에너지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도산 위기가 커진다. 미 셰일가스 업체 등이 발행한 고위험(하이일드) 채권에서 갑자기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신용 경색 공포가 되살아날 수 있다.

감산 합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OPEC+의 자문단 격인 공동기술위원회(JTC)는 오는 18일 만나 글로벌 시장과 관련해 논의할 예정이다. 시장은 이 만남이 감산 합의의 기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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