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격리해제 후 확진 잇달아…'잠복기 논란' 재점화

기사등록 2020/03/08 20:01:59

광주·경기안산서 신천지 신도 뒤늦게 '시간차 확진'

당국 "신천지 격리 종료후 확진사례 면밀히 보겠다"

"잠복 최대 24일 연장해야" vs "예외 자원낭비" 논란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7일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출입구가 코호트 격리로 통제돼 있다. 닫힌 철문 사이로 보건당국 관계자가 자가격리자에게 택배 물건을 전달해주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20.03.07. lmy@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둘러싸고 또다시 '잠복기 논란'이 재현될 조짐이다.

최근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확진 환자와 접촉해 자가격리 됐다가 해제된지 며칠이 지나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는 보건당국이 코로나19 대응지침으로 제시한 잠복기(최대 14일)을 빗나간 것이어서 방역 현장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질병관리본부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자가격리에서 풀려난 대상자들이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광주 지역에서는 신천지 성경 모임에 다녀온 자가격리 대상자(22·여)가 2주 격리 기간이 끝난 뒤 무증상 상태에서 뒤늦게 확진되는 사례가 나왔다. 또 경기 안산시에서도 신천지 대구 예배에 참석했다가 지난 1일까지 자가격리 됐다가 해제된 25세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잠복기 논란은 국내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진행된 바 있다.

앞서 3번째 확진 환자와 함께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중국 국적 여성(30·여)이 지난달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는 '시간차 확진'이 나오면서 '잠복기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여성은 28번째 환자가 됐다.

28번째 환자는 3번째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1월26일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됐고 이후 2차례 실시한 진단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2월10일에 실시한 검사에서는 양성으로 확인돼 명지병원에 격리 입원했다. 3번째 환자가 확진판정을 받은지 15일만이다.

경기 안산시 25세 여성 확진자의 경우 대구를 다녀온지 21일이나 지나서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이 제시한 평균 잠복기 4~7일(통상 3~5일·잠복기가 짧은 특성)과 비교하면, 바이러스가 활성화되는데 기간이 최대 5배 이상 더 걸린 셈이다.

특히 광주 지역 확진자의 경우 자가격리된 2주 동안 발열, 기침 등 의심 증상조차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중국에서도 잠복기를 최대 24일로 잡아야 한다는 논문이 나온 바 있다.

지난달 중국의 호흡기 질병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가 이끈 연구진은 최신 논문에서 신종코로나의 잠복기는 중간값이 3.0일이며 범위는 0∼24일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잠복기가 14일을 넘지 않는다는 기존의 상식을 뒤엎은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연구결과를 근거로 우리도 대응지침상 잠복기에 대한 정의를 수정하고, 격리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와 관련 아직은 개별사례이기 때문에 격리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우리 정부는 최근까지 이 연구결과에 대해 "(잠복기 관련) 기준을 당장 바꿀 계획은 없다"면서 "계속 정보를 확인하면서 전문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했으나 최근 들어 다소 유보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최근 격리해제 이후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격리기간 연장 검토에 나선 것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대구·경북 지역은 확진자수가 정체하거나 약간 감소했으나, 그 외의 지역은 산발적으로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신천지 교도 중 격리기간이 2주가 지난 다음에도 양성자가 나타나는 사례가 있어 저희들이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것 같다"면서 "대응지침에 격리기간을 연장하는 문제는 질본과 상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잠복기에 대한 정의를 변경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이혁민 연세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잠복기는 바이러스가 증식되고 양성으로 전환되기 직전 시기를 '며칠부터 며칠까지'로 나타내는 통계적 구간이기 때문에 확률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잠복기 최대 14일이 지나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에 대해 "매우 예외적이고, 확률적으로도 떨어진다"면서 "대부분은 최대 14일 이전에 전환되는 것이 맞고, 3주면 사실상 끝났다고 봐도 된다"고 밝혔다.

이어 "진단검사 후 격리 해제하는 것은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신천지 신도에서 일반 시민으로 진단검사 대상을 전환해야 할 시기에 가뜩이나 부족한 진단검사 여력을 소진한다는 단점도 있다"면서 "몇 명일지 모르는 예외적 사례에 여력을 투입하는 게 맞는지는 고민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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