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큰 산맥은 넘은 것 같다"…공천 마무리 단계
현재까지 공천확정자 141명 중 친박(親朴) 출신 36명
수도권 친박 색채 빼고 유승민계·안철수계 두드러져
통합 지분, 김형오 사천 논란도…공정성 문제 도마에
대신 비박(非박근혜)계나 계파 색채가 옅은 중립 성향의 인사 및 정치신인들이 '바늘구멍'을 뚫고 공천권을 따냈다. 친박계의 몰락과 달리 유승민계와 안철수계의 약진이 두드러진 점도 특징이다. 친황(親黃·친황교안)그룹으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잇따라 공천을 받았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큰 산맥은 넘은 것 같다"며 공천이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전했다.
통합당의 공천 심사가 마무리 된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강원, 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지역 공천 확정자 141명을 분석한 결과, 친박계 출신 인사는 36명(25.5%)에 불과했다. 친박계 비중이 10명 중 3명도 안 되는 셈이다.
친박계가 아닌 인사들을 세부적으로 분류해보면,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거나 계파색이 옅은 중립 성향의 인사는 69명(48.9%)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비박계나 친이(친이명박)계는 21명(14.9%)이었다. 유승민계 7명(5.0%), 옛 국민의당 출신을 포함한 안철수계 8명(5.7%)으로 두 군소계파의 비중은 10% 정도를 차지한다.
반면 중도층의 표심이 성패를 좌우하는 수도권에서는 유승민계와 안철수계의 약진이 뚜렷하다.
개혁보수로서 중도층 외연 확장성이 강한 유승민계에서는 오신환(서울 관악을), 지상욱(서울 중구·성동을), 유의동(경기 평택을) 의원과 원외인사인 김웅(서울 송파갑) 전 검사와 이준석(서울 노원병) 최고위원, 구상찬(서울 강서갑) 전 의원, 민현주 전 의원(인천 연수을) 등이 모두 수도권에서 공천을 받았다.
총선의 최대 격전지가 수도권에 많이 몰려있는 만큼 친박 그림자를 지우고 중도층 표심을 잡을 수 있는 합리적 보수 인사를 전면에 배치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비교적 중립 성향인 안상수 의원이 인천에서 험지 출마를 선언했음에도 친박 중진 윤상현 의원을 컷오프하고 윤 의원 지역구(인천 미추홀을)에 안 의원을 공천한 것도 친박계에 거부감을 가진 중도층 표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친박계가 공천을 받게 될 확률은 갈수록 낮아보인다. 친박5선 정갑윤·원유철 의원을 비롯해 4선 유기준·한선교 의원 등 친박계 상당수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박명재·백승주·민경욱 의원 등이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됐다. 친박계 비중이 높은 영남권 공천심사도 거의 일단락된 만큼 비영남권에서 친박계가 '공천 티켓'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는 탄핵 국면에서 당을 이탈했던 탈당 전력이 공천 심사에 큰 변수가 되진 않았다.
김용태(서울 구로을), 김학용(경기 안성), 홍철호(경기 김포을), 장제원(부산 사상), 이종구(경기 광주을), 주호영(대구 수성갑), 정양석(서울 강북갑) 의원 등이 경선없이 단수추천 또는 전략공천을 받았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혼재한 친황(친황교안)계도 공천을 받았다. 원내에서 김명연(안산 단원갑), 박완수(경남 창원의창), 추경호(대구 달성), 정점식(경남 통영·고성) 의원과 정미경(경기 수원을) 최고위원, 윤갑근(충북 청주 상당) 전 검사장 등 원외인사들이 대체로 당선 안정권이나 여당 후보가 선수가 낮은 지역구에서 공천을 받았다.
공천 물갈이로 당 쇄신은 탄력을 받게 됐지만 총선 공천을 주도하고 있는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사천' 논란은 옥에 티로 지적받는다.
이언주 의원이 출마를 준비했던 부산 중·영도구는 황보승희 전 부산시의원의 전략공천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황보승희 전 시의원은 김 위원장이 의원 시절 비서 출신으로 대표적인 '김형오 키즈'로 여의도에서 불린다.
최홍 전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사장은 서울 강남을 전략공천을 받았다. 최 전 사장은 2012년 19대 총선 당시 김 위원장이부산 영도에서 불출마하면서 후계자로 점찍은 인물로 알려진다.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의 국회의장 시절 공보비서관을 지낸 배준영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안상수 의원의 현 지역구인 인천 중·동·강화·옹진에 단수추천을 받았다.
황교안 당대표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공천 칼날'을 휘두르는 김 위원장이 측근이나 옛 보좌진 출신 인사들을 연이어 공천하자, 김 위원장 스스로 내건 개혁공천의 원칙이 허물어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당 내 세대교체 바람 속에서도 75세의 장기표 전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경남 김해을로 전략공천됐다. 장 전 이사장은통합신당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미래통합당 출범 전 공천위원 구성을 놓고 갈등을 빚은 인물이다.
옛 안철수계인 문병호 전 의원은 인천 부평갑에서 낙천된 후 서울 영등포갑으로 공천을 받았고, 미래통합당 출범에 관여한 김영환 전 의원이 경기 고양병에서 경선 없이 전략공천되자 지역 내에서 반발하는 등 공천 무원칙 논란도 일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