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한국 입국제한…일본인조차 "우리도 이해 안된다"

기사등록 2020/03/06 19:02:00

하쓰야마씨 "서둘러 오늘 입국, 돌아오는편 걱정"

"일본도 한국처럼만 검사하면 확진자는 더 늘것"

이날 오사카행 비행기는 항공사 4곳이 코드쉐어

승객은 174석에 80여명만 탑승…절반에도 못미쳐

조모씨 "한국인은 짜증…日입장에선 당연한 조치"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발 여행객들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오는 9일 0시부터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지정 장소에서 2주간 대기하도록 하는 '격리 조치'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인에 적용 중인 90일 이내 무비자 입국 제도 또한 일시 중단할 방침이다. 6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에 출국 현황을 알리는 안내가 표시되고 있다. 2020.03.06. bjko@newsis.com
[인천=뉴시스] 홍찬선 기자 = "일본인인 저도 황당합니다. 돌아오는 항공편부터 걱정이에요."

6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일본 오사카 간사이로 가는 비행기 탑승구 앞에서 만난 하쓰야마 미사키(25·여)씨. 일본 정부가 자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오는 9일부터 한국과 중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 전원을 2주간 격리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원래 이달 말 일본 입국이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러운 발표로 서둘러 오늘 일본으로 출국하게 됐다"며 "일본이 한국의 입국자를 막으면 항공편은 운항되지 않을 텐데 당장 돌아오는 항공편도 문제"라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일본정부가 갑자기 한국과 중국발 입국자를 격리한다는 것은 일본인인 저로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본 뉴스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한국처럼 많은 사람이 검사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처럼 환자를 찾아서 검사하게 되면 일본은 한국보다 더 많은 수의 감염자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날 오후 인천공항에서 일본 오사카 간사이 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은 우리 국적 항공사 1곳과 일본 등 외국 항공사 3곳이 공동운항(코드쉐어)하는 여객기였지만 승객은 대부분은 일본인이 주를 이뤘다.

항공사 직원은 이날 여객기에는 최대 174명이 탑승할 수 있지만 현재 80여명만 예약돼 있다고 설명했다. 예약이 절반도 차지 않은 것이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발 여행객들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오는 9일 0시부터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지정 장소에서 2주간 대기하도록 하는 '격리 조치'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인에 적용 중인 90일 이내 무비자 입국 제도 또한 일시 중단할 방침이다. 6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내 한 일본 항공사 카운터 앞 모습. 2020.03.06. bjko@newsis.com
일본 현지로 대학생인 딸과 친지들을 만나러 간다는 김모(55·여)씨도 "(일본의 입국 제한이) 너무나 갑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에서 대학을 다니는 딸이 학교에서 가급적 한국과 중국 방문을 삼가하라고 했다고 하더라"며 현지 상황을 전했다.

그는 "보름 정도 다녀올 계획이지만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입국제한으로 돌아오는 비행기가 비운항으로 표시돼 걱정된다"고 했다.

김씨는 "일본정부의 이같은 조치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일본은 가고 싶지 않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한국과 중국발 승객 입국 제한조치에 이해가 간다는 승객도 있다.

오사카행 승객 조모(31)씨는 "일본의 입국 제한에 조치에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는 짜증이 나지만,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조치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한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일본으로서도 자국민 보호와 도쿄 올림픽 개최 때문이라도 입국 제한 조치는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일본의 입국 제한 시기를 놓고 보면 너무 늦은 감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해 발언하고 있다. 2020.03.06.photo@newsis.com
지난해 7월부터 대(對) 한국 수출 제한 조치를 밝힌 이후 국내에서 일어난 일본여행 불매운동 영향에, 일본정부의 이같은 조치까지 더해져 앞으로 한국발 일본행 승객은 더욱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이날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공항을 통해 일본 전역을 오고간 승객은 55만9308명으로 전년 같은기간 115만4754명 보다 51%가 줄었다.

특히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오는 9일부터 28일 사이에 인천~나리타 KE001/2 편 외 전 노선의 한시적 비운항을 결정했다.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일본정부의 한국발 승객의 입국제한 조치에 이미 (국내 항공사들은) 다수의 일본 노선을 감축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일본정부의 이같은 결정에 즉각 항의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6일 도미타 고지(冨田浩司)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해 일본 정부의 한국 국민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에 항의하고,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상응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NHK, 요미우리 등의 보도에 따르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5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코로나19 관련 대책본부회의를 열고 "한국과 중국에서 온 입국자들에게 시설에서 2주동안 대기하도록 요청한다"고 말했다.

두 나라에서 온 입국자에 대해서는 발급된 비자의 효력을 정지하고, 검역소장이 지정한 의료시설이나 정부 지정 시설에서 2주간 격리한 후 입국 허가를 내주겠다는 것이다. 이 조치는 코로나19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두 나라에서 온 모든 입국자들에게 적용되며, 오는 9일부터 이달 31일까지 실시된다.또 두 나라에서 온 입국자들에 대해 일본 국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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