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확진 환자 보는 의료진도 보호구 재사용"
"간병인은 마스크 안 줘…3일 동안 1개 또 쓴다"
김용균 재단 "돌봄 꼭 필요" 마스크 600개 기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시계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적으로 환자를 대면하고 치료하는 서울대병원의 노동자들은 위험의 늪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회용으로 사용하던 전동식호흡장치(PAPR) 후드와 고글을 소독액으로 닦고 포장해 EO가스 소독을 실시해 사용하고 있다"며 "아무리 소독을 잘한다고 해도 일회용의 의미를 모르진 않을 것이다. 재사용으로 인한 안전성은 어디에도 담보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태엽 분회장은 "코로나19 확진자를 돌보는 의료진들이 지금 일회용 도구를 소독해 재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흔히 언론에서 표현하는 레벨D 방호복 구성품 중 일부를 재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울대병원 소속 한 간호사는 "병원은 사명감으로 충실하게 각자 역할을 하는 직원에게 '직원 안전 책임진다. 자원 물품 구하겠다'고 말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말만 1등 보호구 꼴등 서울대병원 규탄한다', '일회용 보호구 재사용하는 서울대병원 각성하라', '병원 감염 부추기는 서울대병원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신분에 따라 마스크 지급에도 차별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분회장은 "환자를 대면하는 교수와 의료진에게는 N95 등급 마스크를 1일 1개씩 지급하지만, 검사 노동자와 비대면 직원들에게는 수간호사를 통해 덴탈 마스크를 3일 동안 사용하라고 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말했다.
덴탈 마스크는 1회용 제품으로 KF등급을 받지 않은 일회용 마스크라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여기에 간병인들은 덴탈 마스크 조차 지급받지 못 했다고 주장했다. 간병인 노조인 희망간병분회 문명순 서울대병원 지부 사무장은 이날 "코로나19 전에는 마스크를 주던 병원이 마스크가 의료진에게도 부족하니 사서 쓰라고 한다"며 "간병인들은 24시간 가장 가까이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 분회장은 "간병인들의 급여 교섭도 병원이 개입하고, 간병인의 고용도 수간호사 등 병원이 매개하고 있다"며 "사실상 고용 형태에 가까운데도 병원은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는 지난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사망한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도 참석했다. 김용균재단은 이날 희망간병분회에 방진마스크 600개를 전달했다.
김 대표는 "사회적 약자 어르신 어린이 장애인은 돌봄노동자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며 "(돌봄 노동자의 감염으로) 국민 안전이 위협받지 않게 국가 방관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조는 ▲충분한 보호구의 안정적인 제공과 지급 계획 제시 ▲간병인 등 사각지대 노동자에게도 마스크 지급 ▲노조의 감염병위기대응종합 대책회의 참여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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