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판매에도 마스크대란 여전... 해외직구 몰려
2월 마스크 해외직구 전년동기대비 571% 급증
배송비 폭탄에 중국 후베이성 제품도 판매
한국직배송 불가 상품도 많아 구하기 어려워
[서울=뉴시스] 박미영 기자 = 정부가 공적 판매로 마스크 품귀현상을 해결해보려 했지만 ‘마스크 대란’이 여전하자 온라인에선 편법 판매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해외 직구 수요가 늘자 각종 사기 판매도 생겨나고 있다.
온라인업계는 공적 판매로 마스크 공급이 원활해지면 가격을 부풀리거나 고의로 품절 처리하는 ‘얌체’ 판매자들이 자취를 감출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공적 판매는 물량 부족 탓에 1인당 구매 수량이 한정돼 있고 약국·우체국 등 공적 판매처에서 조차 구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지난 2일에는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마스크를 구매하려고 공적 판매처에서 줄을 서 있었던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정부가 공적 판매처를 약국으로 한정하고 물량 확보에 나서는 등 대책을 찾고 있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마스크를 쉽게 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공적판매에 기댈 수 없게 되자 시민들은 온라인몰로 다시 몰리고 있다. 특히 해외 직구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었다.
해외직구 배송대행 플랫폼 몰테일이 운영하는 코리아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마스크 해외직구량은 전년 동기보다 무려 571%나 늘었다. 확진자가 크게 늘지 않은 1월20~2월6일까지는 마스크 해외직구는 전년대비 147% 증가하는데 그쳤다. 확진자 증가세가 가팔라질수록 해외직구로 몰리고 있다는 의미다.
해외직구는 배송까지 시일이 걸리더라도 일방적으로 거래가 끊기거나 먹튀 등 불법 판매자가 없어 결제 후에는 100% 마스크를 확보할 수 있다. 또 대량으로 구매가 가능한데다 배송비를 빼더라도 대량구매시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어 소비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해외직구에서도 사기성 판매가 판을 치고 있다.
한 오픈마켓에는 ‘KF94 마스크 20개’가 해외직구로 4만9500원에 올라왔다. 1개당 2475원꼴로 국내 오픈마켓 마스크 평균 가격인 4000원(통계청 조사)보다 저렴하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이 상품은 배송비가 무려 4만5000원이다. 배송비까지 합치면 개당 4759원으로 가격이 배 이상 올라간다. 뿐만 아니라 이 상품 판매자는 중국인으로 등록돼 있는데, 결제 창으로 가면 일반적으로 직구는 개인 통관번호를 기재해야하지만 이 상품은 그런 과정 없이 바로 결제된다. 심지어 이 제품은 제조국이 ‘한국’이다. 해외직구의 요건을 하나도 갖춘 게 없는 상품이다. 가짜 중국인 이름을 내걸고 ‘한국인’ 판매자가 ‘한국’에서 ‘국산 마스크’를 개당 5000원 가까운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오픈마켓에서는 해외직구로 50개 한 세트를 7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상품 상세 페이지에는 제조국이나 원산지 표기가 따로 없이 상품 검사필증만 첨부돼 있다. 소비자가 중국 상품이란 것만 알고 주문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 상품은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 사실이 게시판에 올라오면서 주문 취소가 잇따르고 있지만 오픈마켓 사업자가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또 정부가 마스크 해외 수출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미 해외로 빠져나간 상품들이 직구로 팔리고 있다.
이베이와 아마존에서 마스크를 검색하면 국산 KF94 마스크가 올라온다. 대부분 등록 일자는 1월말과 2월초이며 판매자는 중국이나 홍콩으로 등록돼 있는데, 이미 코로나19 발생 직후에 해외로 빼돌려진 상품이란 얘기다.
이와 달리 해외 직구 요건을 갖춘 정상 상품이라도 앞으로는 국내에서는 구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아마존에서 41.24달러(4만9000원)에 거래되던 마스크 세트(10장)는 최근 3배가 넘는 128달러(15만2000원)에 판매되는 등 최근 가격이 급등한데다 일부 판매자들은 ‘한국 직배송 불가’ 조건을 내걸고 있다.
40대 주부 김 모씨는 “국내에서 마스크를 언제 구할지 몰라 해외직구로 사려했는데 자세히 보면 한국산 상품이 많고 국내에서 배송이 된다는 사실에 놀랐다”면서 “최소한 오픈마켓이나 포털에서라도 이런 사기 상품은 검색되지 않게 하는 조치를 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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