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여정 담화의 모순…"南 겨냥 방사포, 안보리 결의도 위반"

기사등록 2020/03/04 16:48:02

초대형 방사포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방사포 사거리 분석 결과 우리나라 겨냥 유력

문성묵 "사거리 240㎞짜리 방사포 누구 겨냥?"

김열수 "북한 비핵화 소극적이라 무기 도입"

【파주=뉴시스】김진아 기자 =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2일 오후 경기도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으로부터 고 이희호 여사 조화를 전달 받기 위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9.06.12. (사진=통일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한밤 중 담화로 청와대와 우리 군 당국을 비난한 가운데 이 담화 내용에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연합 군사 훈련과 첨단 무기 도입 관련 내용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항은 배제한 아전인수격 발언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김 부부장은 3일 내놓은 담화를 통해 인민군 전선장거리포병구분대 화력타격훈련에 대한 청와대와 우리 군 당국의 반응을 문제 삼았다.

그는 청와대가 이번 훈련에 유감을 표명한 데 대해 "자기들은 군사적으로 준비돼야 하고 우리는 군사훈련을 하지 말라는 소리인데 이런 강도적인 억지주장을 펴는 사람들을 누가 정상 상대라고 대해주겠는가"라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또 "우리는 군사훈련을 해야 하고 너희는 하면 안 된다는 논리에 귀착된 청와대의 비논리적이고 저능한 사고에 강한 유감을 표명해야 할 것은 바로 우리"라고 우리 측을 비난했다.

이는 북한의 일상적인 군사 훈련을 청와대와 우리 군 당국이 확대 해석해 공세의 빌미로 삼고 있다는 주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확대 해석을 한 쪽은 오히려 김 부부장이라는 지적이다.

우리 정부가 유감을 표명한 대상은 북한의 훈련 자체가 아니라 탄도미사일 발사 행위였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기도 하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들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쓰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4일 뉴시스에 "우리가 유감을 표명한 것은 북한이 일상적으로 한 훈련이 아니라 미사일 발사"라며 "초대형 방사포는 사실 단거리 미사일이다. 이는 일본이 말했듯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인민군 전선장거리포병구분대들의 화력타격훈련장을 찾았다고 보도하며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2020.03.03. (사진=노동신문 캡처) photo@newsis.com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소 안보전략실장은 "북한 방사포에는 탄도미사일 기술이 적용됐고 이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우리 정부가 북한이 소부대 훈련을 하고 포를 쏘는 것에 시비를 건 적은 없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이 한미 연합 훈련과 우리 군의 첨단 무기 도입을 문제 삼은 대목 역시 모순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나는 남측도 합동군사연습을 꽤 즐기는 편으로 알고 있으며 첨단 군사장비를 사오는데도 열을 올리는 등 꼴 보기 싫은 놀음은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연습놀이에 그리도 열중하는 사람들이 남의 집에서 군사훈련을 하는데 대해 가타부타하는 것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의 극치"라고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발언 역시 문제 삼는다. 한미 훈련과 첨단 무기 도입의 원인이 북한의 도발과 비핵화 거부인데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한 발언이란 것이다. 이번 훈련에 동원된 초대형 방사포 역시 우리나라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는 상황에서 긴장 조성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김열수 실장은 "북한이 비핵화에 소극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우리가 첨단 무기체계를 들어오는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가 진전된다면 무기체계 도입 계획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성묵 센터장은 "(김 부부장이) 우리 군이 도입한 F-35A를 얘기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번에 자신들이 발사한 사거리 240㎞짜리 방사포는 누구를 겨냥한 것인가"라며 "이게 중국을 겨냥한 것이었겠냐. 이는 명백히 우리 땅으로 보내기 위한 것이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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