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들 "절하는 모습에 놀라…용서 구하는 최대한의 표현"
신현욱 목사·윤재덕 종말론사무소장 등 전문가도 긍정 평가
"무릎 꿇은 아빠처럼 조직 책임지는 모습…일종의 희생"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전날(2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이날 이 총회장은 두 차례 큰 절을 하며 용서를 구했다.
이와 관련 이 총회장의 무릎 꿇은 것에 대한 해석이 다분하다. 일각에서는 '제사처럼 큰 절을 두 번 했다'며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지만 믿음이 좋은 신도들 사이에서는 통곡과 감동으로 다가온 것으로 파악됐다.
교인 A씨는 3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저도 (총회장이) 절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진정성이 느껴졌고 (생중계) 보는 제 입장도 (총회장과) 같은 마음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전염병이 확산되는데 신천지가 중심이 된 부분,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걱정하고 있고 방역이 철저했다면 없었을 사건인데 생긴 것이다보니, 총회장 말씀처럼 신도들도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신천지에서 신앙생활을 한 지 10여년이 됐다는 B씨는 "교인들 사이에서 확산된 것은 맞으니까 (신천지의) 책임자, 대표로서 하고자 하는 사죄의 표현을 무릎 꿇는 행동으로서 보인 것"이라며 "100분의 1, 1000분의 1이라도 용서를 구하는 마음에서 (절을) 했을 것이다. 진심이 느껴졌다"고 밝혔다.
B씨는 일각에서 이 총회장의 큰 절을 놓고 강제수사·압수수색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쇼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제가 이 곳에 있으면서 봐 온 총회장은 그런 쇼를 할 분이 아니다"며 "잘못한 부분은 처벌받고 비난받을 부분은 비난 받아야겠지만 모든 것을 있는 사실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교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도 비슷했다.
신천지에 몸담았다가 탈퇴해 전문상담소에서 활동 중인 신현욱 목사는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오죽하면 우리 총회장이 저런 모습을 보였을까'하는 통곡과 '우리 신천지를 위해 저렇게까지, 마치 혼자서 십자가를 지듯이 자신을 희생하는구나'하는 감동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윤재덕 종말론사무소장은 "신도들에게 긍정적인 반응들이 있었다"며 "우리 아빠가 우리 가족을 위해서 다른 사람 앞에 무릎을 꿇은 상황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신천지 내부에) 우리 조직을 위해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 소장은 "신천지 교인들 입장에서 이만희씨는 '우리 가족'"이라며 "사실 재림예수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 신천지 교인들은 이만희씨를 신으로 추종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일을 수행하는 인간적인 지도자 내지는 목자로 본다"고 부연했다.
그는 "우리가 밖에서 볼 때는 '어떻게 신을 자처하는 인간이 절을 한다는 말인가'라는 반응이 있는데 이런 건 오히려 서로 간 소통을 어렵게 만드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교인들도 이 총회장이 영생불사의 존재는 아니라고 했다.
A씨는 "저희는 성경을 믿는다. 단순히 총회장을 신격화하고 교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예언이 이뤄지는 때에 나타나는 목자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B씨 역시 같은 취지의 이야기를 하면서 "어제 기자회견에서 총회장이 신의 모습으로 보이던가. 굉장히 약했고 긴장한 모습이었다"며 "그냥 다 같은 사람인데 하나님 말씀의 깨달음을 받아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것"이라고 보탰다.
B씨는 "사실 우리 하소연보다는 신천지 교인들이 대구 확진자의 절반이라 감염 확산에 영향을 준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의료시설을 제공해주고 지원을 해주어 정말 감사하다"며 "사실 저희가 나서 피해 입은 국민들, 시민들을 치료해드려야하는데 정부가 대신 해주는 것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도 했다.
신천지 전문가들은 이 총회장이 전날 기자회견을 연 이유가 내부 단결과 강제 수사나 압수수색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 목사는 "법적인 어떤 처벌을 의식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국민의 공분과 비판적 여론을 가라앉혀야 되겠다는 현실적 요구, 신도들의 동요를 막고자하는 측면에도 비중을 뒀을 거라고 본다"고 풀이했다.
신 목사는 "내부에서는 이 총회장의 코로나19 감염설, 사망설, 해외 도피 등의 얘기가 들리니까 불안했을 것"이라며 "그러다보니 지도부에서도 (기자회견을) 권했을 것이고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려는 전략적 선택이었을 거라고 본다"고 추정했다.
윤 소장은 신천지 교인들을 통해 들었다며 "신천지 안에도 신천지 문제가 심각하고 잘못됐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날 기자회견은) 내부 단결이 목적이었다는 걸 쉽게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약점을 찔렸기 때문에 태도가 급변한 거라고 봐야 한다. 시설과 명단 공개가 잘못됐다는 주장과 함께 제기된 강제 수사, 압수 수색은 신천지 36년 역사에 초유의 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렇기에 신천지는 방역 당국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는 제스처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던 것"이라고 보탰다.
이 총회장이 기자회견에 나섬으로 인해 건재함 과시와 내부 단결이라는 목적은 확실히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 총회장과 지도부가 강조한 코로나19 사태의 해결과 정부당국 협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은 쉽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
신천지 측이 이때까지의 대응과정에 대해 설명했지만 명단 누락 등의 문제제기에 뒷받침된 근거들을 불식시킬 만큼 자세하지 않았다는 점, 이 총회장이 사죄하며 용서를 구하면서도 결국에는 신천지 시설 폐쇄로 협조하기가 어려운 지경이라고 볼멘소리를 한 점, 질의응답 중 급격히 퇴장하면서도 '엄지 척' 제스처를 취한 점 등이 오히려 국민적 공분을 키우고 있다.
신 목사는 "이만희 교주의 어떤 사죄, 용서, 절, 이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지금 우리가 (신천지에) 요구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을 빨리빨리 제공해 달라는 것"이라고 보탰다.
한편, 이만희 총회장은 경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기자회견 후 오후 9시10분쯤 과천시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차를 탄 채 진행되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검체 채취에 응했다. 이 총회장은 앞서 민간병원인 가평 HJ매그놀리아국제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음성 판정을 받았다며 의무기록 사본을 공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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