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추경]확산 정도·기간 가늠 어려운데…돈 풀어 소비 진작 '급급'

기사등록 2020/03/04 10:00:00

'2020년 추가경정예산안' 국무회의 의결

저소득층에 소비 쿠폰…아동수당 대상자에겐 인당 10만원씩

고효율 가전기기 구매가 환급 사업 계속…상반기중 세일행사

"마스크도 없는데…돈 쥐여준다고 실제 소비로 이어지겠나"

"방역이 최우선…소비 진작 위해선 '타이밍' 잘 맞춰 집행해야"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3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영동시장에서 수원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2020.03.03.semail3778@naver.com
[세종=뉴시스] 장서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내수 시장에의 타격이 극심한 가운데 정부가 상반기 중 2조원이 넘는 돈을 풀어 소비 심리를 일으키겠다고 밝혔다. 전염병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기 전까지는 위축된 소비가 되살아나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 같은 정부 정책이 얼마큼의 소비 진작 효과를 낼지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20년 추가경정예산안'에는 소비 쿠폰 등을 포함한 다양한 소비 진작책이 담겼다.

대표적인 정책이 저소득층에 대한 소비 쿠폰이다. 정부는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 수급자 189만 명(137만7000가구)에 지역사랑상품권 등을 3~6월 한시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2인 가구 기준 생계·의료 급여 수급자에는 월 22만원이, 주거·교육 급여 수급자엔 월 17만원이 지급된다. 비(非)수급자와의 소득 역전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등을 뒀다.

아동수당 대상자에게도 지역사랑상품권을 인당 10만원씩 4개월간 지급한다. 일명 '특별돌봄 쿠폰'으로, 263만 명이 혜택을 받는다.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에 대한 '일자리 쿠폰'도 신설했다. 월 보수의 30%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받으면 전체 보수 기준 20% 상당의 인센티브(incentive)를 지원키로 한 것이다. 각 쿠폰은 지역별 여건에 따라 온누리상품권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고효율 가전기기를 구매한 소비자에게 구매 가격의 10%를 환급해주는 사업도 계속된다. 지난해 300억원 한도로 시행됐던 이 제도는 올해 3000억원까지 그 규모가 대폭 늘어난다. 개인별 한도도 기존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확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 사업에는 총 19만6031건이 접수됐다. 김치냉장고가 12만4244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기밥솥(3만6747건), 냉장고(2만6168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매년 1회 11월 중에 시행되는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를 상반기 중 1회 더 연다. 행사의 명칭을 '대한민국 동행세일'로 바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등의 참여를 독려한다는 의미를 더했다. 코세페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로 내수 시장이 침체됐을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 소비 진작을 위해 기획한 행사다. 이 사업을 이어받은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부터 민간 기업의 참여를 대폭 늘렸고, 올해 상반기 행사에선 기획전, 판촉, 캠페인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세종=뉴시스](자료 = 기획재정부 제공)
이밖에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직접 지원 방안도 마련됐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기존 3조원에서 6조원으로 2배 늘리고, 국고 지원율도 4%에서 8%로 올린다. 전통시장 소비를 늘리기 위해 온누리상품권 규모도 2조5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확대한다. 구매 한도 상향 조치는 모바일 상품권(70만원→100만원)에만 한정해 실제 소비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대구·경북을 포함한 전국 513개 전통시장에서 문화 행사, 플리마켓, 지역 축제, 공동 세일 등을 시행할 수 있도록 '바우처'(voucher)도 공급한다.

이 같은 소비 진작책에 소요되는 비용은 어림잡아 2조5000억원을 웃돈다. 전체 추경 금액의 약 4분의 1정도다. 10조3000억원 규모의 적자 국채를 찍어내 편성한 사업인 만큼 정부가 의도했던 경기 진작 효과로 실제 이어질지가 관건일 텐데, 확진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정책의 실효성엔 의문 부호가 찍힐 수밖에 없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현재로서는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편다 해서 소비 심리가 살아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 돈을 쥐여준다고 실제 소비로 이어지겠나"라며 "사태가 빨리 진정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역시 "사태가 공식적으로 종식되기 전까지는 소비심리가 살아날 수 없다"며 "마스크도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가 쿠폰을 준다고 소비하러 돌아다니겠나"라고 반문했다. 최 고문은 "잠복기 등을 고려해 공식 종료 후 두 달 정도가 지나야 소비가 회복될 것"이라며 "방역과 경기 보강을 혼동해선 안 된다. 우선순위를 따져 방역에 먼저 예산을 투입한 후 소비 진작을 위해선 타이밍을 잘 맞춰 재정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정책 구상과 실제 집행까지 시차가 있기에 의사결정은 미리 해 둘 필요가 있지만, 실제 집행은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진 다음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피해가 큰 자영업자들이 정상 궤도로 올라올 수 있도록 필요한 시점에 잘 집행될 수 있게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극복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0.03.04.ppkjm@newsis.com
정부는 이번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는 즉시 2달 이내에 전체 예산의 75%를 집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무엇보다 내수 진작용 현금 지원 정책들의 시행 기간은 대부분이 6월까지로 한시적이다. 자금 투입 기간을 4개월로 한정해 재정 건전성 문제가 심화되는 것을 막겠다는 차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국내에서 향후 어느 정도로, 얼마나 오래 지속될 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같은 조기 집행 방침을 공언한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와 관련, 지난 2일 브리핑에서 "정부도 당장은 방역이 우선이라 생각한다"고 짚으면서도 "사태의 진전 상황을 봐 가면서 적기에 소비 진작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대책을 미리 마련해 둔 것"이라고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집행 초반에는 방역과 함께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긴급융자 등에 집중해서 예산을 집행할 것"이라며 "소비 회복을 뒷받침하는 정책들은 방역 문제가 어느 정도 잡힌 뒤에 집행한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연내에는 해결될 것임을 상정하고 편성된 예산을 연내엔 모두 소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uw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