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대남병원 긴급구제 요청했지만…인권위는 "않겠다"

기사등록 2020/03/03 17:43:43

인권위 "조사 결과 긴급 개입할 상황 아냐"

"부실식사·위생문제 등 사실…현재는 해소"

"건강관리 소홀 등은 개선 필요…적극 대응"

장애인 인권단체, 지난달 '긴급구제' 진정 내

"장애인도 도망갈 권리·치료받을 권리 달라"

[청도=뉴시스] 이무열 기자 = 지난달 26일 오후 경북 청도군 대남병원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2020.02.26.lmy@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 입원자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확진 사태와 관련해 장애인 인권단체들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진정을 제기한 가운데, 인권위가 해당 진정에 대한 긴급구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3일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태로 인해 인권 취약계층인 장애인 등의 피해자가 큰 것에 대해 깊은 슬픔과 우려를 표한다"며 "장애인 인권단체 진정인들이 요청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긴급하게 개입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긴급구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최 위원장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달 26일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과 밀알 사랑의집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관련, 장애인 단체 및 정신장애인가족협의회로부터 긴급구제 조치를 요청하는 진정을 접수하고 다음날인 27일 이에 대한 기초조사를 실시했다.

진정인들은 청도대남병원과 밀알 사랑의집에 격리된 환자들에게 ▲적절한 음식물의 공급과 위생, 충분한 의료진 투입 ▲코호트 격리가 아닌 적절한 치료가 가능한 외부 의료기관으로의 이송 ▲전국의 정신병원 및 장애인 거주시설이 감염병으로부터 취약한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인권위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위원장은 "현장 조사 결과 청도대남병원의 집단감염 발병 초기에 도시락 업체의 배달 거부 등으로 부실한 식사가 제공되고 쓰레기 처리 등 위생 문제가 제기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는 배달업체 변경 및 보조인력 충원 등으로 해당 문제가 해소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확진자 95명 중 60명은 외부 전문 의료기관으로 이동됐고, 이후에도 순차적으로 외부 이송될 계획임이 확인됐다"며 "현재 남아있는 환자들은 47명에 달하는 의료진이 진료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 입원 중이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들이 탑승한 버스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도착하고 있다. 2020.02.27. bjko@newsis.com
최 위원장은 "다만 진정사건 본안과 함께 기초조사 과정 중에 확인된 과도한 장기입원 및 건강관리 소홀, 채광과 환기가 원활하지 않은 시설환경, 적절한 운동시설의 부족 등은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다수인 보호시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인권 취약계층의 건강권 문제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작금의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행사할 수 있는 모든 권한과 기능을 활용해 정신병원 및 장애인 거주시설을 대상으로 방문조사와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필요시 직권조사 여부도 적극 검토하겠다"며 "관련 부처 및 기관, 단체 등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12개 장애인 인권단체들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도대남병원의 장애인들을 향한 '코호트 격리'와 같은 집단 격리수용을 중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며 인권위에 긴급구제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청도대남병원 관련 확진자 113명 중 7명이 사망했다. 이는 6%가 넘는 사망률"이라며 "장애인들에게도 도망갈 수 있는 권리를,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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