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대표, 15살에 첫 창업 "사업이라기보다 돈벌이"
22살 본격 창업, 온라인광고업...자금관리 등에서 어려움
'돈 되는 사업' 이것저것 시도..."
김영호 어시스트엔터프라이즈 대표(26)는 15살이던 2007년 사업을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이었다. 당시 유행하던 리니지, 와우 등의 게임 공략, 육성법을 담은 홈페이지를 개설한 뒤 정액요금을 받는 사업이다. 사업은 평생회원 1만9900원, 한달회원 9900원으로 운영했다. 회원 2000~3000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였다. 결국 온라인 게임 웹진 인벤 등이 등장하면서 사업을 접었지만 중학생 때부터 휴대폰비, 학원비, 교재비 등록금은 대부분 스스로 충당할 정도로 돈은 벌었다.
고등학생이 된 17살 때는 광고업을 시작했다. 아직 사업이라기보다는 프리랜서 수준이었다. 홈페이지를 만들어주고 네이버 등록, 홍보 등 온라인 홍보 사업이었다. 김 대표는 "이 때까지만해도 딱 사업을 해야겠는 개념이 없었다"며 "그냥 돈을 벌고 있다거나, 벌고 싶다는 개념만 가지고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제대한 뒤 2013년 22살의 나이로 본격적인 창업에 도전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해온 온라인광고업이 전공이었다.
기업을 상대로 온라인에 형성되는 전반적인 이미지 관리를 대행하는 업무다. 온라인몰 구축, 온라인 매출 증대를 위한 여러 활동, 소비자들에게 회사 및 상품 이미지 전달, 블로그 관리 대행, 카페 글쓰기 등이 총 망라됐다.
회사는 꽤 잘됐다. 첫해 4000만원 매출을 찍었다. 이어 매년 두배 이상씩 매출이 늘었다. 그런데 김 대표는 돈을 쓰는 방법을 몰랐다. 어떤 달은 300만원, 어떤달은 2000만원 매출이 발생했다. 고정적이지 않은 이 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몰랐다. 때문에 어느달은 거래처 대금 지금이 밀리고, 또 어느달은 직원들의 임금도 밀렸다. 외연적으로 회사 매출은 가파르게 올랐지만 돈이 돌지 않았다. 또 조직생활 경험이 없다보니 조직관리가 안됐다. 직원들을 많게는 10명까지 뒀는데, 직원들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동기부여,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
2015년 두명의 친구에게 1억원씩 총 2억을 투자 받아 동업을 시작했다. 위기의 시작이었다. 한 친구는 동업시작 1년 반만에 다른 회사를 차리겠다며 투자금을 빼 나갔다. 얼마 후 다른 친구도 이탈했다. 당시 돌려준 2억원의 투자금은 두고두고 부담이 됐다. 큰 돈이 훅 빠져 나가면서 자금회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동업은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배웠지만, 내가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다"며 "이 친구들의 열정 크기가 나와 같다면 내가 그랬던 것처럼 열심히 해 줄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동업자들이 나간 뒤에도 2년 동안 혼자 사업을 유지하던 김 대표는 온라인광고 사업을 벌이던 넥스트비즈니스를 2018년 폐업했다. 기존 매출이 절반 이상 꺽인 상태에서 사업에 더 투자하고, 유지하는게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한게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내 나이가 약점이라고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그래서 고객사에 항상 먼저 양보하고, 도와주려고 노력했다. 그게 남는 것이라는 나만의 계산법이 있었다"며 "그런데 이런 부분이 어느때는 독이 되더라. 상대가 늘 양보만 요구하는 모습이 보였다"고 돌아봤다.
현재 김 대표는 플랫홈 사업을 하고 있다. 마케팅 비용이 과다하게 사용되는 의료분야에서 고객과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사업을 생각했다. 그래서 만든게 바로 안과 광고 플랫홈 '안닥'이다. 색맹검사, 안구질환 툴도 개발해서 각종 안구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현재 원격의료 행위를 금지하는 의료법에 발목이 잡혀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 등에 저촉되지 않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업데이트를 하는 중이다.
초보 창업자에게 조언해줄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창업을 열정만으로 무모하게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실패를 하지 않는게 좋다. 그런데 의지대로 안 할 수 있는게 아니다. 그러니 똑똑한 실패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무슨 뜻인지 다시 물었다. "창업은 메리트도 있고 멋진 일이다. 잘 됐을 때 결과물이 좋은 것은 맞다. 그런데 사람들이 겉 면만 보고 매료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업은 규모를 떠나서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는다. 그런것 까지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사업 이면의 고난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충분히 설계를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실패를 듣다'= 수많은 실패의 고백을 담는다. 그냥 실패가 아니라 값진 실패, 유의미한 실패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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