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코로나19에 무급휴직 우려까지…韓美 정부 사이 속앓이

기사등록 2020/03/02 14:40:18

주한미군 관련 코로나19 확진자 이틀에 1명 꼴

미 정부가 한국 압박하지만 주한미군은 속앓이

한국인 직원 임금 우선 해결 제안에 미국 반대

주한미군 노조 "한국 정부의 제안 받아들여야"

[평택=뉴시스]김선웅 기자 = 주한미군 첫 코로나19 확진자(칠곡 주둔)가 발생한 가운데 27일 오후 경기 평택시 주한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 출입구 앞에서 마스크를 쓴 주한 미군 장병 및 카투사 장병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2020.02.27.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주한미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발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 본국 정부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난항 시 4월 한국인 직원 무급휴직까지 예고해놓은 터라 전투력 하락은 물론 기지 운영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현재까지 주한미군 관련자 중 코로나19 확진자는 4명이다.

대구 캠프 워커 안 군부대 매점(PX)을 방문했던 주한미군 퇴역군인의 부인(61)이 지난달 24일 확진됐다. 이어 26일 경북 칠곡군 주한미군 기지 '캠프 캐럴'에 소속된 병사가 확진됐다. 같은 달 28일에는 캠프 캐럴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이, 29일에는 앞서 26일 확진된 병사의 배우자가 각각 확진됐다.

이처럼 이틀 간격으로 확진자가 발생하자 주한미군 기지 운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심지어 영국의 한 언론은 미국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해외 주둔 최대기지인 주한미군 기지를 봉쇄(lockdown)했다고 보도했고, 이에 주한미군은 즉각 반박을 내놨다.

[평택=뉴시스]김선웅 기자 = 주한미군 첫 코로나19 확진자(칠곡 주둔)가 발생한 가운데 27일 오후 경기 평택시 주한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 인근 로데오거리에 마스크를 쓴 주한미군 장병 가족이 길을 걷고 있다. 2020.02.27. mangusta@newsis.com
코로나19에 대한 주한미군의 공포는 상당한 수준이다. 주한미군은 지난달 19일 기지 내 위험단계를 '낮음'(Low)에서 '중간'(Moderate)으로 높였고 25일에는 '높음'(High)으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부대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접견, 집회, 임시 파견 역시 일부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60여명 규모의 미국 의료연구진을 한국에 급파할 정도로 미 정부는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처럼 기지 운영이 일부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기지 내 한국인 직원 9000명의 강제 무급휴직 시점이 1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23일 방위비 협상 결렬 시 4월부터 한국인 직원 상당수를 무급휴직시킬 수 있다고 공론화했고 이 방침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한국인 직원 9000명 중 상당수가 빠져나갈 경우 미군기지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2일 뉴시스에 "무급휴직을 하더라도 필수적으로 남아있어야 하는 인원을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소방과 의무 분야 등 곳곳에 한국인이 있다. 한국 사람이 없으면 기지가 운영 안 된다. 9000명은 적은 인원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주한미군은 표면적으로는 자국 정부의 방침에 따르는 듯 하지만 사실은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한국인 직원들까지 떠날 경우 기지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부 방침을 어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평택=뉴시스] 주한미군 첫 코로나19 확진자(칠곡 주둔)가 발생한 가운데 미군 병사가 27일 오후 경기 평택시 주한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 방문객들의 발열 확인을 하고 있다. (사진=주한미군 제공) 2020.02.27.photo@newsis.com
주한미군 노동조합 관계자는 이날 "기본적으로 주한미군 사령부는 (한국인 직원의) 무급휴직을 원하지 않는다. 사령부도 한국인 직원들처럼 같은 피해자"라며 "모든 조치가 주한미군을 통해서 되긴 하지만 사실 주한미군은 방위비 협상의 주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무급휴직에 반대하는 사람이 바로 (에이브럼스) 사령관이다. 미군과 군인가족 4만명 이상이 여기에 살고 있다. (기지의 정상적인 운영은) 그분들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된다"며 "주한미군의 입장과 미 국방부의 입장이 동일한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그간 입장문을 통해 무급휴직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언급해왔다. 그는 "주한미군 커뮤니티는 삶의 질적인 면에서 주한미군 내 시설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무급휴직은 군사작전과 준비태세에 부정적인 영향 이상의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 직원들의 부재로 인해 일부 주한미군 시설 서비스의 수준이 저하되거나 중단 또는 취소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주한미군 안팎에서는 한국 정부가 제시한 방안에 미 정부가 호응하는 게 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금협상 대사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주한미군의 한국인 직원 무급휴직 계획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사는 미군의 한국인 직원 무급휴직 통보를 안타깝게 생각하며 거듭된 제안에도 차기 방위비 회의가 지연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2020.02.28. mangusta@newsis.com
정경두 국방장관은 지난달 25일 미국 현지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주한미군 자체 운영유지(O&M) 예산 전용 방안, 그리고 방위비 분담금 항목 중 인건비만 우선 타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TF 대표도 같은 달 28일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 무급휴직 사태를 막기 위한 교환각서 체결을 미 측에 제안했다. 그러나 미 정부는 이를 거절했다.

주한미군 노조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미 정부가 받아들이는 것이 순리라는 입장이다.

주한미군 노조 관계자는 "한미 양측이 협상 날짜도 못 잡고 있어서 사실상 3월 안에 방위비 협상이 타결되기 되기 어렵다"며 "그렇다면 주한미군 기지가 제대로 돌아가게 하고 미군과 한국인, 그리고 안보를 지키기 위해 미국이 한국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인건비부터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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