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수사와 기소는 한 덩어리"…추미애안 사실상 반대

기사등록 2020/02/16 14:45:45

부산 간담회서 "수사는 기소에 복무하는 개념"

"수사·재판하는 검사가 기소 결정하는 것 당연"

대검 "법무부 방침에 대한 의견 아니다" 해명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일선 검사들과 간담회를 갖기 위해 지난 13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고검·지검을 방문, 간부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0.02.13. yulnet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윤희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공판중심주의로의 전환을 강조하며 "수사와 소추(기소)는 결국 한 덩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 검찰 수사가 재판까지 연속성을 유지해야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사실상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계획에 반대 입장을 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은 지난 13일 부산고검·부산지검을 찾아 열린 비공개 직원간담회에서 '검사의 정체성'과 관련해 발언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윤 총장은 기소 권한을 위임받은 검찰이 취해야하는 자세, 공판중심주의로 전환해야하는 이유 등에 대해 언급했다.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으로 볼 수도 있었지만, 추 장관이 언급한 수사·기소 분리 계획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았다.

윤 총장은 "검사는 소추권자로서, 국가와 정부를 위해 행정, 국가, 민사, 형사 소송을 하는 사람"이라며 "수사는 형사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수사는 소추에 복무하는 개념"이라고 했다.

그는 또 "사법부의 공판중심주의, 구두변론주의, 직접심리주의 강화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른 일관된 사법개혁 방향에 맞게 재판을 준비하는 절차인 수사 방식도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안이 중대해 검사가 직접 수사한 것은 검사가 직관을 해야한다"며 "소송을 준비하고 법정에서 공소 유지를 하는 사람이 소추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고 했다.
 
아울러 윤 총장은 "형사소송법이 재판에서 검사가 작성한 조서의 증거능력을 없애는 방향으로 개정됐으므로, 조서 작성 수사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을 지체할 수 없다"며 "이제는 수사와 소추가 결국 한 덩어리가 될 수밖에 없고, 경찰 송치 사건을 보완하는 경우에도 밀접히 소통하며 업무를 하지 않으면 공소유지가 어렵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형사법 집행은 재판을 통해 판결을 받아서 하는 것이고, 공동체 이익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다루는 것이 형사법이다"며 "재판 준비가 제대로 안 되면 형사법의 집행이 제대로 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의 이같은 발언은 수사를 맡은 검사가 기소와 재판까지 담당해야한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와 기소 판단 주체를 분리하겠다는 추 장관의 구상과는 배치되는 면이 있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수사에 대한 철학을 밝힌 것일 뿐, 법무부 방침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총장은 이미 서울중앙지검장 시절부터 총장의 검사 업무 경험을 토대로 '검사의 배틀필드는 조사실이 아니라 법정'등 발언을 통해 법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고 부산 격려방문에서도 이를 재차 설명한 것"이라며 "이번 간담회 과정에서 수사·기소 분리 등 법무부 방침에 대해 언급한 바 없다"고 전했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사와 기소 판단 주체를 달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실효성 문제 등이 제기되자 '분권형 형사사법절차 추진 배경에 대한 설명' 자료를 내고 "피의자 인권을 보호하고 독단과 오류를 방지할 수 있는 내부 점검 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추 장관은 오는 21일 열리는 법무부장관 주재 검사장 회의에서 검찰 내 수사와 기소 판단 주체 분리에 대한 검사장들의 의견을 청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총장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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