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최대 수혜자는 곱창' '곱창 연기 잘한다' 등의 댓글을 볼 때 가장 기분이 좋았다. 예전에는 영화가 흥행을 못하거나 하면 악플이 많이 달렸는데, 이번에는 호감있게 봐줘서 힘이 났다. 가게 앞에 '촬영 중'이라고 써 놓아도 곱창집 유니폼을 입고 있으니 손님들이 나한테 '영업 안 하느냐'고 묻더라. 촬영 당시 면접 본 아르바이트생이 첫 출근하는 날이었는데, 내가 사장인 줄 착각해 '어떻게 할까요?'라며 물어보더라 하하."
영화 '투혼'(감독 김상진·2011)에서 야구선수를 연기해봤지만, 부담이 적지 않았다. 당시 부상을 당해 영화 제작에 차질을 빚었고 "야구 공포감도 생겼다"고 한다. "'투혼'에서는 4번 타자 역을 맡았다. 다리 찢고 아크로바틱 동작을 하다가 부상을 입었다"며 "이번에는 불펜포수 신만 거의 찍어서 큰 무리가 없었다. 훈련도 재미있었고 현장 분위기도 정말 좋았다. 우연히 훈련장에서 홍성흔 코치를 만나 조언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기범은 어떻게 보면 루저일 수 있다. 프로 야구선수 생활을 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은퇴했으니까. 나도 연기자로서 성공하고 싶었는데, 2014년 꿈을 접고 다른 일을 했다. 이런 접점들이 있어서 공감이 많이 되더라. 요즘 내 나이대 사람들이 대부분 꿈보다는 현실을 쫓지 않나. 기범이 꿈을 접고 곱창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기범은 가장이니까. 다시 불펜포수로 돌아가 드림즈 선수들을 도와주는 게 가족들에게는 굉장히 미안한 일 아니냐. 실제였더라도 난 갔을 것 같다. 내가 다시 연기를 시작한 것과 같다. 홍기준(42)은 극중에선 선배인데, 실제로는 내가 동생이다. 형님이 많이 챙겨줬다. 편안하게 호흡하면서 서로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 교감하면서 촬영했다. 형과 붙는 신은 NG가 없었다. 거의 원테이크로 촬영했다."
'스토브리그'는 시청률 17%(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넘으며 인기몰이했다. 탄탄한 스토리와 연기자들의 열연은 시너지 효과가 났다. "이신화 작가님이 글을 정말 잘 쓴다. 극본을 보면 완벽주의라는 걸 알 수 있다. 모든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줬다"면서 "정동윤 PD님을 비롯해 스태프, 연기자 모두 열정적으로 임했다. 스포츠를 소재로 해서 그런지 몰라도 팀워크도 좋았다. 주위에서 '다른 드라마 큰 역 맡는 것보다 '스토브리그' 작은 역 하는 게 낫다'고 하더라"라며 좋아했다.
'남궁민이 연기한 백단장을 연기했다면 어땠을 것 같냐'는 질문엔 "내 역할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남궁민씨가 백단장에 찰떡이었다. 적당히 시니컬하면서도 애정과 고집이 있지 않았나. 대사를 담백하게 소화해 더 와닿았다"면서 "난 약간 뜨거운 스타일이다. 내가 백단장을 연기하면 조금 더 강하게 표현했을텐데, 안 어울렸을 것 같다"며 겸손을 잃지 않았다.
"연기 활동을 잠시 쉬다가 2017년 '다시 해보자'고 마음 먹었는데, 2년간 오디션에서 계속 떨어졌다. '녹두꽃' 촬영장에서 굉장히 두려웠는데, 점점 감을 익히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스토브리그'를 하면서 '카메라 앞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예전에는 현장에서 힘들어하고 '연기 못한다'는 죄책감에 빠졌지만, 요즘은 스스로 칭찬을 많이 한다. '스토브리그'도 처음 모니터할 때는 25점 정도 줬지만, 계속 보면서 100점으로 올렸다. 그래야 자신감이 생기더라."
문원주는 데뷔한지 15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오디션을 보러 다닌다. 첫 주연작인 영화 '주요소 습격사건2'(감독 김상진·2010)가 흥행에 실패해 상처를 많이 받았다. 물론 주연으로서 극을 이끌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작품 속 캐릭터로 봐줄 때 가장 행복하단다.
"예전에 '스토브리그' 제안이 왔다면 아마 극본도 보지 않고 거절했을 거다. 그러곤 혼자 자책하지 않았을까. 옆집 아저씨처럼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요즘 오디션을 보는 게 정말 재미있다. 심사위원에게 주도권을 주지 않고 '한 편의 공연을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아마 죽을 때까지 오디션을 봐야하지 않을까. 그래도 항상 재미있게, 행복하게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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