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판사들 1심 무죄…"재판부 현명한 판단 감사"(종합)

기사등록 2020/02/13 11:44:26

'정운호 게이트' 수사기록 유출 혐의

검찰, "국민 신뢰 잃어" 각 실형 구형

법원 "검찰 언론 브리핑, 비밀 아냐"

성창호 측 "(검찰) 무리한 측면 있어"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양승태 사법부 시절 검찰 수사자료를 법원행정처에 누출한 혐의로 법정에 선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0.02.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지난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록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부장판사에 대해 1심 법원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을 마친 이들은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경의를 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13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55·사법연수원 19기)·조의연(54·24기)·성창호(48·25기) 부장판사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3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해당 수사정보가 실질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고, 사법부 신뢰확보 마련을 위한 법원 내부 보고의 범위에 있다"며 "신 부장판사의 행위로 범죄수사기능과 영장재판기능에 방해를 초래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먼저 이들이 보고한 '정운호 게이트' 관련 수사정보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찰은 언론을 활용해 관련 수사정보를 적극적으로 브리핑하고, 관련 법관들에 대한 징계 인사조치 등 사법행정을 위해 수사상황을 상세히 알려주기도 했다"며 "(이 사건 정보가) 법원행정처 관계자들로 인해 (공무상) 비밀로서 보호될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신 부장판사 등의 행위가 사법행정 차원의 보고였을 뿐이라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양승태 사법부 시절 검찰 수사자료를 법원행정처에 누출한 혐의로 법정에 선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0.02.13. photo@newsis.com
재판부는 "검찰의 증거만으로는 법원행정처에서 법관의 수사확대를 저지하려는 목적으로 수사 및 재판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검찰 압박방안을 마련해 실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 부장판사 역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으로서 사법행정차원에서 법관 비리 사항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성·조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이들은 신 부장판사가 공소사실 내 9개 문건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한 사정도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이 진행한 영장재판은 실무상 관행에 부합하고 검찰이 의혹을 제기한 영장기각 사례들 역시 절차나 결정 내용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의 사전 공모가 인정되지 않고 이들의 보고가 직무상 정당성을 갖는 이상 더 살펴볼 필요없이 공소사실 모두 증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결심 공판 당시 "수사 기밀을 몰래 빼돌린 행위로 수사와 영장 재판에 있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려워진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의 범행이 매우 중대하다"며 신 부장판사에게 징역 2년, 조 부장판사와 성 부장판사에게는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날 재판을 마친 후 신 부장판사는 "현명한 판단 해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짧게 소감을 밝힌 후 법정을 나섰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양승태 사법부 시절 검찰 수사자료를 법원행정처에 누출한 혐의로 법정에 선 조의연 전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0.02.13. photo@newsis.com
성 부장판사 측 변호인은 "아직 사건이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 말씀을 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사실관계로 보나 법리적으로나 무리한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지적했다. 또 "많이 불편한 재판이었을텐데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을 해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신 부장판사는 지난 2016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정운호 게이트' 사건이 불거지자 영장전담판사들을 통해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 등 10건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성 부장판사는 당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 업무를 담당하며 신 부장판사의 지시에 따라 영장청구서 등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한편, 이번 판단은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사건 가운데 현직 판사에 대한 첫 선고다. 지난달 무죄 판결이 내려진 유해용(54·19기)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의 경우 현재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 사건 관련 연루 의혹을 받는 현직 판사들은 재판 업무에서 배제된 채 사법연구 업무를 맡으며 1심 재판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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