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60대 치매환자, 병원서 2심 선고…집행유예

기사등록 2020/02/10 11:40:16

1심, 살인 혐의로 징역 5년 선고

치매병원 주거지 제한 조건 보석

2심 "징역3년 집행유예5년 선고"

[고양=뉴시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가 10일 경기도 한 병원에서 살인 혐의를 받는 A(68)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진행하고 있다. 2020.02.10 (사진=공동취재단)
[고양=뉴시스] 고가혜 기자 =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60대 치매 환자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이날 선고는 치료적 사법의 일환으로 치매 환자인 피고인이 입원한 병원에서 이뤄졌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10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68)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집행유예 기간 5년간 보호관찰을 명하고 특별준수사항으로 법무부 보호관찰관 감독 하에 치매전문병원으로 주거를 제한한 상태에서 계속 치료를 받을 것을 명령했다.

이날 재판부는 A씨가 입원한 경기도 한 병원을 직접 방문해 재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A씨는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결과가 중대해 엄한 처벌이 마땅하다"면서도 "당시 A씨가 치매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고 그 상태는 범행 후에 더 악화해 현재 중증 알츠하이머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현재 치매환자 치료를 위한 감호시설이 없어 (치료감호) 청구를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며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이유로 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A씨를 교정시설로 옮기는 것은 현재나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정당하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이자 피고인의 자녀는 선처를 바라고 있다"며 "실형을 선고하기보다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해 치매전문병원에서 계속적인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모든 국민과 인간이 존엄가치를 지닌다고 선언한 헌법과 조화를 갖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A씨는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이후 구치소 수감 중 면회온 딸에게 죽은 아내와 왜 함께 오지 않았냐고 말하는 등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A씨에 대해 주거를 치매전문병원으로 제한한 치료 목적으로 보석을 허가했다.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위해 구속 상태를 일시적으로 풀어 치료받게 한 뒤 재판을 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이후 A씨가 입원한 병원은 법원에 A씨의 조사 결과를 매주 한 차례 통지해 왔고, A씨 자녀 역시 보석조건 준수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해왔다. 재판부도 미리 병원을 찾아 보석조건 준수 점검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법원은 지난 2014년에도 찾아가는 재판으로 병원에서 판결 선고를 내린 적이 있다.

당시 재판부는 지하상가에서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던 B(54)씨가 전염성이 높은 결핵으로 병원에 입원하자 B씨가 입원한 병원으로 찾아가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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