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5명 괴력으로 英 꺾어…3명이 40분 풀타임

기사등록 2020/02/09 01:02:22

1승 상대로 정한 영국에 사실상 올인…12년만의 올림픽 본선에 성큼

4쿼터 막판 체력 저하로 쫓겼지만 위기 넘겨

[베오그라드(세르비아)=AP/뉴시스]한국 여자농구 박지수
[서울=뉴시스] 박지혁 기자 = '벼랑 끝 승부'라는 표현에 어울리게 모든 것을 쏟은 한 판이었다.

이문규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농구대표팀은 8일 오후 10시 30분(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영국과의 2020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82–79로 승리했다.

1승1패를 기록한 한국은 중국과의 최종전에서 이기면 자력으로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한다. 패하더라도 이날 중국(2승)에 덜미를 잡힌 스페인(1승1패)이 영국(2패)을 꺾으면 12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다. 중국은 도쿄행을 조기 확정했다.

4개국이 한 조에 속한 이번 최종예선은 풀리그를 통해 순위를 정하는 방식이다. 최하위만 하지 않으면 도쿄에 갈 수 있다.

일찌감치 한국이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 18위 영국을 '1승 상대'로 정한 이유다. 한국은 19위다.

이 감독의 선수 운용에서 '오늘만 보자'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로스터 12명 중 코트를 밟은 선수는 6명이다. 강이슬(하나은행), 박혜진(우리은행), 김단비(신한은행)가 40분 풀타임을 뛰었고, 박지수(KB국민은행)가 37분19초, 배혜윤(삼성생명)이 36분42초를 소화했다.

김한별(삼성생명)은 5분59초만 뛰었다. 사실상 5명으로 치른 경기다.

지난 6일 스페인과의 1차전에서 주축 선수들의 출전 시간을 20분가량으로 조절하며 영국전을 대비했다.

그렇다고 해도 35분 이상을 뛴 5명은 괴력을 발휘한 셈이다. 몸집이 크고 힘이 좋은 영국 선수들의 거친 몸싸움에 피하지 않고 맞섰다. 특히 골밑을 책임진 박지수는 성실한 스크린으로 공수에서 쉬지 않았다.

로테이션 없이 소수로 경기를 치르면서 위기를 자초한 면도 있다. 4쿼터 중반 이후 체력 저하가 두드러졌다. 선수들의 발걸음이 무거웠고, 공수에서 버거워했다.

[베오그라드(세르비아)=AP/뉴시스]한국 여자농구 강이슬
4쿼터 5분여를 남기고 80-64, 16점차로 크게 앞섰지만 막판 80-79, 1점차까지 쫓겼다. 이 감독은 교체 없이 끝까지 밀어붙였다.

다행히 종료 13.8초를 남기고 강이슬이 상대 반칙으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하며 승리를 지켰다.

베테랑 김정은(우리은행)이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닌 점도 이 감독이 주전에게 강한 의존을 보인 배경으로 보인다. 이날 영국은 9명을 활용했다.

슈터 강이슬이 3점슛 7개를 시도해 6개를 성공하는 신들린 감각으로 승리의 중심에 섰다. 26점을 올렸다.

대들보 센터 박지수는 15점 9리바운드로 페인트존을 굳건히 지켰다. 특히 6블록슛으로 공헌도 높은 수비력을 뽐냈다.

박혜진과 김단비는 고비마다 소중한 3점포로 지원했다. 박혜진이 17점, 김단비가 16점을 올렸다. 배혜윤은 박지수를 도우며 8점을 올렸다.

결과적으로 13개 터진 3점슛이 영국의 수비를 흔들었다. 한국 선수들은 체력 부담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정확한 슛으로 도쿄행에 한걸음 다가섰다.

한국은 9일 중국을 상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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