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인파로 뒤엉켜 붐비던 명동 '텅텅'…'임시휴점' 안내문만

기사등록 2020/02/07 16:56:03

점심 시간에도 한산한 명동 거리..약국 문엔 "마스크 없다" 써붙여

확진자 방문에 휴업하는 백화점, 마트..메르스 사태보다 더 독하고 오래갈 수도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입춘 한파가 찾아온 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 등으로 인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2.04.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7일 오후 12시께 서울 명동. 평소 같았으면 외국인 관광객과 점심을 먹으러 나온 근처 직장인들이 뒤엉켜 붐볐을 거리가 한산했다. 근처 상인들은 가끔씩 지나는 행인들을 보며 가게 안으로 들어와 보라고 팔을 잡아 끌었지만, 이들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뿌리치고 제 갈 길을 갔다. 화장품 가게가 발이 채이듯 많은 지역이건만 테스트를 하거나 제품을 사려는 소비자들은 극히 적었다.

한 액세서리 전문점은 점포 앞에 마스크 몇 박스를 내놓고 팔았다. 다른 상품에는 별다른 흥미를 못 느끼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 앞에서는 유독 발길을 멈췄다. 다만 1매에 2500원이라는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했는지, 구매하지는 않고 자리를 떠났다. 이 점포의 중국인 직원 A씨는 "원래도 마스크를 팔긴 했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로 찾는 사람이 많아 대량으로 들여놨다"며 "개수 제한 없이 팔고 있는데,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최근 며칠 동안 중국 보따리상이 대량으로 마스크를 사들이면서 이들이 자주 찾는 명동 일대에는 마스크 품귀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KF94 마스크가 없다'는 내용의 알림문을 중국어와 병기해 출입문에 붙여둔 약국도 보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사태로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집 밖 출입을 삼가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유통가는 울상이다. 단축영업을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확진자가 다녀가 아예 문을 닫아야 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23번째 확진자의 롯데백화점 명동점 방문이 확인된 7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명동점에서 한 관계자가 임시휴점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2020.02.07. misocamera@newsis.com
중국 우한 출신의 23번 확진자가 다녀간 롯데백화점 본점과 이마트 마포공덕점은 당분간 문을 닫는다. 롯데백화점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안내방송을 내보내고 쇼핑 중이던 고객들을 급히 귀가 조치했다. 임시 휴업 기간에는 방역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현대아울렛 송도점도 싱가포르에 방문한 뒤 귀국한 19번 확진자가 다녀가면서 임시 휴점을 결정했다.

전국 대부분 백화점은 오는 10일 문을 닫는다. 하루 동안 휴점하고 대대적인 방역작업을 할 계획이다. 아예 문을 닫고 철저하게 소독을 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더 주효하다는 판단이다.

확진자가 다녀가 문을 닫았던 면세점들은 이날 영업을 재개했지만 단축영업을 하기로 했다. 신라면세점 서울점은 오전 9시~오후 6시, 제주점은 오전 9시30분~오후 6시30분으로 영업시간을 줄였다. 롯데면세점 제주점도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만 운영한다.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여파로 4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도매시장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2.04. radiohead@newsis.com
스타벅스도 평균 1시간 가량 영업시간을 단축할 예정이다. 오는 10일부터 확진자의 동선과 가까운 지역을 중심으로 300~400개 매장이 단축 영업을 한다.

휴업하거나 단축영업을 하지 않아도 지난 주말 백화점 매출은 전년 대비 1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태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에도 소비자들이 외부 출입을 꺼리며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오프라인 유통업계와 외식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메르스는 중동발 전염병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는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교류가 많은 중국에서 시작됐다"며 "5년 전에 비해 유튜브 등 SNS 이용이 활발해져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상황도 소비자들을 집 안에만 머물게 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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