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시간에도 한산한 명동 거리..약국 문엔 "마스크 없다" 써붙여
확진자 방문에 휴업하는 백화점, 마트..메르스 사태보다 더 독하고 오래갈 수도
한 액세서리 전문점은 점포 앞에 마스크 몇 박스를 내놓고 팔았다. 다른 상품에는 별다른 흥미를 못 느끼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 앞에서는 유독 발길을 멈췄다. 다만 1매에 2500원이라는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했는지, 구매하지는 않고 자리를 떠났다. 이 점포의 중국인 직원 A씨는 "원래도 마스크를 팔긴 했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로 찾는 사람이 많아 대량으로 들여놨다"며 "개수 제한 없이 팔고 있는데,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최근 며칠 동안 중국 보따리상이 대량으로 마스크를 사들이면서 이들이 자주 찾는 명동 일대에는 마스크 품귀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KF94 마스크가 없다'는 내용의 알림문을 중국어와 병기해 출입문에 붙여둔 약국도 보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사태로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집 밖 출입을 삼가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유통가는 울상이다. 단축영업을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확진자가 다녀가 아예 문을 닫아야 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전국 대부분 백화점은 오는 10일 문을 닫는다. 하루 동안 휴점하고 대대적인 방역작업을 할 계획이다. 아예 문을 닫고 철저하게 소독을 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더 주효하다는 판단이다.
확진자가 다녀가 문을 닫았던 면세점들은 이날 영업을 재개했지만 단축영업을 하기로 했다. 신라면세점 서울점은 오전 9시~오후 6시, 제주점은 오전 9시30분~오후 6시30분으로 영업시간을 줄였다. 롯데면세점 제주점도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만 운영한다.
휴업하거나 단축영업을 하지 않아도 지난 주말 백화점 매출은 전년 대비 1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태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에도 소비자들이 외부 출입을 꺼리며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오프라인 유통업계와 외식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메르스는 중동발 전염병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는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교류가 많은 중국에서 시작됐다"며 "5년 전에 비해 유튜브 등 SNS 이용이 활발해져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상황도 소비자들을 집 안에만 머물게 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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