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험지 출마 선언 후 한 달째 후보지 놓고 '장고'
종로? 다른 지역구? 비례대표? 여전히 오리무중
黃 결단 딜레마에 전체 공천전략도 줄줄이 악영향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찬 당대표가 그립을 강하게 잡고 본격적인 4·15 총선 판짜기에 나선 것과 달리, 황 대표는 출마지역을 놓고 장고가 너무 길어지다보니 야권의 통합신당 전체 선거판 짜기가 꼬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정치권에서는 "과거 선거와 비교할 때 아직 제대로 된 공천을 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당의 총선 준비는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말이 나온다.
황 대표는 4월 총선을 100여일 앞둔 지난달 3일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한 달이 넘도록 험지를 놓고 결단을 계속 미루고 있다. 당 주변에선 공천 전략에 대한 관측만 무성해 잡음만 더 키우고 있다.
황 대표가 출마할 험지로는 서울 종로가 가장 우선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구로, 마포, 양천, 영등포, 용산 등도 후보지로 오르내리고 있다. 당 내에선 서울 각지에서 황 대표의 당선 가능성을 점치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과는 함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종로에 출마할 경우 이 전 총리에게 밀려날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가야하는 점이 황 대표에게 부담이고, 종로 외에 다른 지역에 출마할 경우 이 전 총리와의 정면 대결을 피한 '겁쟁이'로 전락할 것을 황 대표가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벌써부터 황 대표의 출마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구의 해당 의원들은 '한판 붙자'며 황 대표의 처지를 역이용한 선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정치 신인' 차출론까지 불거졌다. 2012년 총선 때 부산 사상에 출마했던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맞수'로 당시 27세에 불과했던 손수조 후보를 등판시킨 사례를 벤치마킹하자는 것이다.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체급'에 맞추기보다는 참신한 신인을 내세우는 역발상으로 선거 구도를 흔들고 이 전 총리의 힘을 빼는 전략으로 흥행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당 내에서는 황 대표를 지역구 출마 대신 비례대표로 돌리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 역시 명분과 실리 모두 챙길 수 있는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황 대표가 중진들을 험지로 내몰면서 본인은 비례대표로 공천받아 원내에 무난하게 입성할 경우 의원들의 따가운 시선도 문제지만, 한국당이 이번 총선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시행에 따라 지역구(자유한국당)와 비례대표(미래한국당)로 이원화한 선거 전략을 세운 만큼 황 대표는 한국당을 떠나 비례 위성정당으로 이적해야 한다. 당대표가 탈당을 해서 당적을 옮겨야 한다는 것인데, 이 경우 여러가지 문제와 모순이 발생한다.
실제로 황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대구지역 의원들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는 인위적인 인적 쇄신, 즉 '공천 물갈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일부 의원은 권역별 컷오프 비율 차등화와 관련해 "50%, 70% 컷오프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대구 시민들이 동요하고 우려하는 상황"이라며 "명확한 기준 없이 (컷오프) 할 수 있는 부분을 우려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황 대표에게 전달했다.
황 대표의 총선 출마 지역구는 5일 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논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 일각에서는 종로에서 20여년 거주한 이력이 있는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황 대표 대신 종로에 출마할 중진으로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당초 대구 수성갑에서 출마할 계획이었으나 당에서 험지 출마를 요구받고 뜻을 접었다. 황 대표는 지난달 중순께 김 전 위원장을 직접 만나 수도권 험지 출마 의사 여부 등을 확인했으며, 이후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을 만나 종로 공천 등과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김 전 위원장은 당에서 종로에 공천하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황교안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게 되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선거 유세를 지원할 수 없다는 게 가장 고민"이라며 "지역구로 출마한다면 강남과 같은 안정권 대신 당선 가능성이 아슬아슬한 지역에 공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당이 정권심판론으로 총선을 치르는 전략이라면 여권의 대권주자에 맞설 후보로 황 대표가 출마하는 게 바람직해보인다"면서도 "어떻게 보면 이낙연 전 총리는 이 정권의 실정에 가장 책임있는 사람 중 두 번째로 서열이 높다. 이 전 총리의 출마가 오히려 한국당에는 정권심판의 기회가 될 수 있는데도 이런 중요한 선거에 정치 신인을 내세우는 것이 말이 되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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