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어려움이 우리 어려움…비상 상황 함께 극복"
"中 방문 외국인 입국 제한…국민 안전 위한 조치"
"경제 큰 부담 예상…경제보단 국민 안전 우선"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 모두 발언에서 "후베이성 체류 또는 방문 외국인에 대한 일시 입국 제한과 제주 무사증(무비자) 입국 잠정 중단 등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출입국 관리를 보다 강화하고 엄격하게 통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세계 각국도 감염병의 유입과 확산을 막기 위해 다양한 수준의 입국 제한이나 출입국 강화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일본·이탈리아 등 다른 국가들에서도 감염병 유입과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후베이성 방문 이력의 외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가 이어지고 있고 정부 역시 그러한 세계적 추세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당초 전문가들의 예측과 달리 해외에서 무증상자의 확진 사례가 보고되는 등 무증상자의 전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위험 지역 방문 외국인에 대한 제한 조치가 불가피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설명이다.
이러한 언급에 앞서 문 대통령이 중국이 우리 경제 속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의미를 언급하며 연대 의식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을 엿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은 우리의 최대 인적 교류국이면서 최대 교역국"이라며 "중국의 어려움이 바로 우리의 어려움으로 연결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서로 힘을 모아 지금의 비상 상황을 함께 극복해야 하고, 이웃 국가로서 할 수 있는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나누고 연대할 때 진정한 이웃이 되고 함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국 정부에 대한 연대 의지를 밝히면서도, 후베이성을 비롯한 위험 지역 방문 외국인 입국 금지와 제주 무비자 입국 잠정 중단 조치 과정 이면에는 한국 정부의 고심이 녹아있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 안전'에서 정부 조치에 대한 명분을 찾음으로써 '뒷북 대응'이라는 야당의 비판을 피하고, 나아가 중국 정부에 대한 양해를 구한 것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그동안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라 우리 경제가 입게 될 타격을 반복적으로 우려해왔던 것과 달리 지금 당장의 경제적 피해보다 국민 안전을 우선시 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제보다는 국민 안전을 우선에 두는 자세로 임해 주기바란다"며 "현재의 어려움이 더 커질 수도 있지만 결국 우리는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민 안전'을 반복적으로 강조한 것은 어려울수록 원칙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경험적 교훈에 충실히 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국민이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선 공약 이행의 의미도 함께 담겨있다.
어려운 선택을 앞두고 마지막 결단 과정에서 항상 문 대통령을 다잡은 것은 "원칙에 타협하지 않는다"는 평소 신념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마지막에 수용한 것도 검찰개혁이라는 숙원 과제 실현보다는 '공정'이라는 가치를 훼손할 수 없다는 원칙론에 따른 선택이었다.
원칙에 대한 소신과 일화는 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2002년 대선 하루 전 후보 단일화를 철회한 정몽준 후보에 힘들어하던 노무현 대통령에게 원칙 대로 돌파할 것을 조언하며 "원칙 얘기를 했다. 어려울 때 원칙에 입각해서 가는 것이 정답이었다. 뒤돌아보면 늘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회고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발간한 문답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도 "타협하는 것이 정치의 원칙이지만, 그러나 원칙을 타협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원칙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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