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찾은 조원태, 숨 고르는 조현아…주총 전 행보 '눈길'

기사등록 2020/01/31 06:00:00

한진칼 정기 주총, 3월 20일 혹은 27일 열릴 듯

조 회장, 우한행 전세기 탑승 등 여론 회복 나서

조현아 전 부사장, 공개 반격 이후 물밑 작업 중

KCGI 주주제안도 관심…오너가 압박 본격화할 듯

[서울=뉴시스] 조원태(왼쪽)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2020.01.30.(사진=한진그룹 제공)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오는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한다.

현재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간 대치 전선이 형성된 가운데, 주요 주주들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표 대결 향배가 결정될 수 있다.

결과에 따라 '조원태호' 그룹 경영 체제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어, 총수 일가 입장에서는 한진칼 주총일이 그룹 내 지배력을 결정 짓는 '결전의 날'이다.

한진칼 주총은 지난해에는 3월 넷째주 금요일, 재작년에는 3월 셋째주 금요일에 열렸던 만큼 올해는 3월 20일 혹은 27일께 열릴 것으로 점쳐진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은 이날 전까지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이들의 최근 행보도 주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진칼 지분 구조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6.52%, 조현아 대한항공 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 KCGI(그레이스홀딩스) 17.3%, 델타항공 10.0%, 대호개발 등 반도건설 관계사 8.28%, 국민연금 4.11% 등이다.

◇여론 회복 나선 조원태…우한행 전세기 탑승에 평가 엇갈려

지난해 '크리스마스 소동'으로 큰 비난을 받은 조 회장은 최근 들어 여론 회복에 절치부심하는 모습이다.

31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 회장은 전날 늦은 저녁 출발한 우한행 전세기에 탑승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 체류 중인 교민 송환을 위한 전세기 파견에 전세기를 보냈다. 조 회장은 혹시 모를 긴급 상황에서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해 이번 비행에 동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 회장의 이 같은 행보에 외부에서는 "자발적으로 탑승한 직원을 격려하며 솔선수범에 나선 것"이라는 반응과 "실무자도 아닌데 탑승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퍼포먼스일 뿐"이란 지적이 동시에 나왔다.

사측은 조 회장의 전세기 탑승에 대해 "승무원들의 자발적 탑승에 대한 감사와 솔선수범해서 어려운 임무에 동참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조 회장은 운항항공사의 책임자로 탑승한다"고 했다.

조 회장은 또한 가족들과 경영권 분쟁 위기에 놓인 현 상황의 논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이 최근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자택을 다시 방문, 경영권에 대해 논의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해 12월25일 이 고문과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누나 조현아 전 부사장의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언쟁을 벌인 바 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한진그룹이 차기 총수 지정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족간에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새 총수 지정이 늦어지면서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을 비롯한 재산과 경영권을 놓고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은 9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모습. 2019.05.09.  photocdj@newsis.com


◇조현아, '공개 반격' 이후 물밑 작업 중인 듯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해 연말에 동생 조원태 회장에 대해 공개적인 반기를 든 이후, 공식적으로 확인된 행보는 눈에 띄지 않는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23일 "조 회장이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라고 비판하며 한진 3세 간 '남매의 난'에 불을 붙였다.

새해 들어서는 조 전 부사장이 한진칼 단독 최대주주인 KCGI, 3대 주주 반도건설과 '3자 회동'을 나섰단 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러한 회동설이 나온 이후 KCGI가 조 회장에 대한 공개 비판에 나서자, 조 전 부사장과 KCGI 측이 조 회장을 끌어내리기로 합심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KCGI는 지난 21일 입장문을 내고 "최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3월 주총 업무를 돕기 위해 대한항공 임직원 여러명을 한진칼로 파견 보냈다는 보도가 있다"라며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의 이사 연임 안건이 상정될 것인 만큼 총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임직원을 동원해 의결권 위임 작업을 하면 공정거래법 상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하고 파견법 위반의 소지도 크다"고 주장했다.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지난해 연말 '공개 반격' 이후부터 다른 주주와의 연대 가능성도 언급한 만큼, 가족 간 갈등이 벌어진 이상 표 대결을 위한 '물밑 작업'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1년 벼른 KCGI…시한 임박한 '주주제안' 관심

한편, 한진칼 단독 최대주주인 KCGI의 행보도 '주주제안' 시한을 앞두고 주목된다.

KCGI는 지난해 한진칼 주총에서 한진가와의 정면 대결이 한 차례 불발된 바 있다. KCGI는 당시 김칠규 이촌회계법인 회계사를 감사로, 조재호 서울대 교수와 김영민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하라는 등 내용의 주주제안을 했다.

그러나 한진칼은 상장사가 주주제안을 하려면 6개월 전부터 0.5%의 주식을 보유해야 하는데, KCGI는 이 같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측은 첨예하게 맞서며 법리 다툼까지 벌였는데, 2심 재판부가 한진칼 주장을 받아들이며 KCGI의 한진가에 대한 경영권 위협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올해는 KCGI가 한진칼 지분을 17.29%까지 늘리고,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 반기를 드는 등 상황이 달라졌다. KCGI가 한진그룹에 날릴 견제구의 윤곽은 주주 제안을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주주제안은 주총 6주 전까지 할 수 있다. 이번 주총 예상일 3월 20일 혹은 27일을 기준으로 하면 2월5일 혹은 2월12일이 주주 제안 시한이 된다.

재계에서는 KCGI가 주주 제안을 통해 지난해 실패한 사외이사 선임에 나서거나, 지난해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로 공석이 된 사내이사 1석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한 KCGI의 주주 제안 내용에 조 전 부사장에 불리한 내용이 없다거나 조 전 부사장 측과 가까운 인물을 이사로 추천한다면 '연합' 여부는 더욱 확실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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