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교민 격리' 지역 반발…경찰 물리력 행사 시험대?

기사등록 2020/01/31 09:27:44

우한 교민 격리 예정 아산·진천 지역서 반발

정부 인사에 공격 성향 등…경찰, 병력 배치

과격 양상 땐 진압 가능성…물리력 기준 도마

행위 수준 따른 단계 지침…'무기' 사용 하나

항의 대다수 노인, 인권침해 논란 등 변수

[아산=뉴시스] 이영환 기자 =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30일 오후 중국 우한에서 귀국하는 교민의 임시 거주시설인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인근에서 주민들에게 항의받고 있다. 2020.01.30.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심동준 기자 =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우한 교민·유학생 격리 예정지의 지역사회 반발이 상당한 가운데, 주민 시위에 대한 경찰력 행사 방향이 주목받고 있다.

31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중국 우한에서 우리 교민 등 367명을 태운 대한항공 전세기는 이날 오전 7시58분께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충남 아산 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나눠서 격리 조치된다.

격리 지역인 아산과 진천 주민들은 이들 시설 앞에서 집단행동을 벌이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날까지 대형 충돌은 없었으나 현장 분위기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어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지난 29일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찾았다가 물병 세례와 더불어 옷이 찢기는 등 수난을 겪었다. 지난 30일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는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을 향해 달걀이 날아들기도 했다.

경찰은 병력을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데, 교민들이 시설로 옮겨지는 상황 속에서 현장 분위기가 급변하는 경우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산=뉴시스]이종익 기자 =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양승조 충남도지사가 지난 30일 오후 중국 우한에서 국내로 이송하는 교민과 유학생을 임시 거처하는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을 찾았다가 항의하는 주민들이 투척한 계란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2020.01.30.007news@newsis.com
충돌 국면이 과격하게 흘러가는 경우, 경찰이 지난해 마련한 물리력 행사 새 기준 안착 여부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경찰은 상대방 행위 수준에 따른 5단계 물리력 행사 기준을 지난해 11월부터 시행했다. 이후 다수의 집회와 시위 등이 있었지만, 이번 경우처럼 주민 반발과 유관한 진압 가능성을 두고 이목이 집중되는 경우는 없었다.

기준에 따르면 경찰은 원칙적으로 물리력 행사를 언어적 접근 등 낮은 수준에서부터 적용한다. 하지만 난동 등 적극적 저항이나 집단 폭행 등 폭력적 공격 상황에 이르게 되면 분사기나 전자충격기 등 무기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범죄 발생이 아닌 집회 및 시위 상황에서 물리력 행사 기준은 완화된 방향으로 유연하게 적용된다. 개별 행위자의 불법 행위에 대한 대응을 집단 전체에 획일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 등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집회 및 시위 상황에서 무기 사용은 되도록 배제하는 등 원칙적으로 낮은 수준의 물리력을 행사하는 쪽으로 별도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충돌이 있더라도 방패나 안전 펜스 등을 이용해 이격을 시도하거나 대화로 설득에 나서는 등 조치 위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서울=뉴시스]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 단계별 위협 수준과 대상자의 상태, 현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장 임장, 언어적 통제, 수갑, 분사기, 전자충격기, 권총 등 물리력 수단을 사용하게 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하지만 집회 현장에서 흉기 난동이나 시설물 훼손 등 시민 안전에 상당한 위협이 있다고 판단되는 상황이 크게 발생하는 경우에는 물리력 행사 5단계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즉, 현장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불법 행위가 발생하거나 해산 시도 과정에서 도구 등을 이용한 과격한 저항이 있는 경우에는 물리력 행사 기준에 근거해 무기 사용까지 가능한 상황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게 되는 셈이다.

다만 이 같은 경우라도 물리력은 점진적으로 행사하고 적용 상대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등의 원칙이 있어 곧바로 강한 공권력 집행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또 현장에서 항의하는 주민 중 노인이 많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강한 물리력이 실제 행사되는 경우 밀양 송전탑 사건 등 과거 인권침해 사례와 비슷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점치는 시선도 있다고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도로 점거 상황에 대해 해산을 유도하는 등 대화 위주의 대응을 하고 있다"면서도 "이후 상황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현장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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