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까지 전환기...현 관계 유지하며 미래 관계 협상
일상서 브렉시트 체감은 어려워...당분간 '이동의 자유' 그대로
英, EU 내 의사결정 권한 사라져...정상회의·유럽의회 배제
[런던=뉴시스] 이지예 기자 = 오는 31일(현지시간) 브렉시트가 이행돼도 영국과 유럽연합(EU) 사이에 당장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전환기(올해 12월 31일까지) 동안은 현 관계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분명한 점은 31일 오후 11시(한국 시간 2월 1일 오전 8시)부터 영국이 공식적으로 EU와 '남남'이 된다는 사실이다. 영국은 법적으로 더 이상 EU의 일원이 아닌 별개의 국가로서 나홀로 갈 길을 간다.
양측 정부 설명과 현지 매체 분석을 종합하면 과도기가 끝날 때까지 영국은 EU 관세 동맹과 단일 시장에 계속 남아 있는다. 다만 더 이상 한 식구가 아닌 만큼 EU의 법적 정치적 제도들로부터 역할이 배제된다.
기본적으로 영국과 EU 모두 "전환기 동안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대비 공식 웹페이지에서 "전환기에는 무역, 통행, 사업에 대한 현재의 규정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EU 핵심국인 독일 정부도 "영국 내 EU법이 계속 적용되는 전환기가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시민들과 기업 모두에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다만 영국은 EU 기관의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영국과 EU 사이 자본, 인력, 상품, 서비스 등의 이동의 자유도 일단 유지된다. 항구나 공항에서의 절차도 특별히 변하는 것은 없다. 영국 내 EU 국민 300만 명과 EU 내 영국인 100만 명의 권리도 그대로다. 양측 국민들 모두 기존과 같이 상대쪽을 방문해 공부하거나 일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인들은 31일이 지나도 당분간은 실생활에서 브렉시트 사실을 체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양측 지도부와 협상가들은 전환기가 끝난 뒤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한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간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제부터 초청을 받지 않는 한 EU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 EU 집행위 영국 측 위원도 임무를 정리한다. 유럽의회 내 영국인 의원 73인의 자리도 사라진다. 영국이 EU의 의사결정 절차에 참여할 권한이 더는 없기 때문이다.
영국과 EU의 공식적인 미래 관계 협상은 2월 말 시작될 전망이다. 양측은 무역 뿐만 아니라 안보, 농어업, 환경, 교통, 외교 정책, 교육 등 광범위한 영역을 놓고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않는다.
존슨 총리는 과도기 연장 없는 신속한 합의를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EU는 영국이 EU 기준을 따르길 거부하고 상호 호혜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강경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면서 협상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멀어지려 할수록 협상은 어려워 진다'는 경고다.
영국과 EU 정부는 사람들에게 이제 본격적으로 과도기 이후 준비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촉구하고 있다. 양측 모두 상대국에 거주하는 자국민과 기업들에 최종 브렉시트 이후 대비를 위한 방대한 양의 자료를 제공하고 나섰다.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안내 웹페이지에서 "지금 당신과 당신의 가족, 사업은 2021년을 준비하기 위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U 역시 "EU 사업체가 아직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면 영국 탈퇴 대비가 이제 시급하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31일 오후 11시 브렉시트를 기념하기 위해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카운트다운을 실시한다. 중요한 국가적 행사가 있을 때마다 울리던 빅벤(국회의사당 시계탑)은 보수 공사 중인 관계로 이번에는 침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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