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공식 EU 탈퇴
영국인들 "앞으로 변화 누구도 몰라"
드디어 브렉시트를 맞은 영국의 현지 분위기와 앞으로 찾아올 변화, 그리고 남은 과제 등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①3년 7개월만에 현실된 브렉시트...영국은 지금
"유럽연합(EU) 탈퇴는 우리도 처음 겪는 일이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진 누구도 모를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31일(현지시간) 브렉시트를 앞뒀지만 영국은 여전히 안갯 속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현지인들은 드디어 브렉시트 논란의 종지부가 찍혔다면서도 다가올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다는 심정을 전했다.
29일 런던에서 만난 직장인 제인은 "사람들이 지난 총선에서 보리스 존슨을 지지한 이유는 그나마 그가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브렉시트가) 나쁜 소식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부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길을 찾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12일 조기 총선에서 '브렉시트 완수'를 공약으로 내걸고 압승했다. 작년 7월 총리직에 오른 뒤 '죽어도' EU 탈퇴를 마무리짓겠다던 그는 보수당이 의회 과반 지위를 되찾아 이를 바탕으로 마침내 EU 탈퇴협정법안(WAB)를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존슨 총리의 승리는 브렉시트를 둘러싼 영국인들의 피로감을 공략한 결과로 풀이됐다. 분열에 빠진 영국 의회는 지난 3년여간 수차례 탈퇴 합의안을 부결시키면서 탈퇴를 추진하는 것도 잔류를 택하는 것도 아닌 도돌이표 논의를 이어갔다.
직장인 라이언은 "10년 뒤에나 할 줄 알았는데 그 건 아니었다"고 농담하면서도 "지금으로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이 건 우리 역시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바로 생활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 거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합의에 따라 영국은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떠난다. EU 회원국 아일랜드와 국경을 맞댄 영국령 북아일랜드만 영국의 법적 관리 아래 EU 관세 규칙과 절차를 따르기로 했다.
브렉시트가 이뤄져도 영국과 EU 간에 곧바로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는다. 올해 12월 31일까지는 이별 이후의 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전환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양측은 이 기간 현 사이를 그대로 유지하며 무역 등 미래 관계 협상을 실시한다.
따라서 31일 이후로도 당분간 영국인과 영국 내 EU 시민의 생활에 뚜렷한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전환기 동안 영국은 기존의 EU 규칙을 따르고 EU 회원국 간 자본, 인력, 상품, 서비스 등의 이동의 자유 역시 보장된다.
대학원생 로지는 "이미 끝난 얘기였는데 논의를 계속 하면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어 온 것 같다"면서 "나쁜 영향이 있더라도 결국엔 다시 안정을 찾을 거라고 본다. 처음엔 혼란스럽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바뀐 것들에 익숙해질 테니까"라고 말했다.
전환기가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과도기 연장 가능성을 차단하고 나선 존슨 총리와 달리 EU 지도부는 복잡한 무역 협상을 고작 11개월 안에 마무리짓는 건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결국 EU를 떠난 영국의 앞날은 지금부터의 협상을 어떻게 매듭짓느냐에 달렸다. 원활한 합의가 되면 영국과 EU는 2021년 1월 1일 최종적으로 질서있는 안녕을 고한다. 합의도 과도기 연장도 무산되면 무역 합의 없는 '노-트레이드-딜'(no-trade-deal) 브렉시트가 벌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