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충북 진천·충남 아산 분산 격리수용 발표
충북혁신도시 공무원인재개발원 앞 300명 집회
"조 편성해 진입 막을 것…격리 조치 철회하라"
[진천=뉴시스] 임선우 기자 =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위기에 놓인 중국 우한 체류 한국인 694명 중 절반을 충북 진천에 격리 수용하는 방안을 확정·발표하자 인근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 결정이 전해진 29일 오후 4시40분 충북 진천군 덕산읍 충북혁신도시 내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인재개발원) 앞에는 우한 체류 한국인의 격리 수용을 반대하는 주민 300여명이 몰려들었다.
트랙터 등 농기계로 인재개발원 입구를 봉쇄한 주민들은 "인재개발원 인근에는 2만6000여명이 밀집 거주하고 있고, 6500명의 학생이 있다"며 "이곳에는 대형 병원이 없어 감염시 응급대처가 어렵다"고 정부 결정을 정면 거부했다.
이어 "여러 요소를 고려할 때 인재개발원은 우한 체류 한국인을 집단 수용하기 어려운 곳"이라며 "진천 격리수용을 결사 반대한다"고 성토했다.
덕산읍 주민 A(56)씨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한 충북혁신도시에 우한 교민을 수용한다는 정부 방침은 충북도민을 만만하게 여겨 내린 결정"이라며 "주민들이 조를 편성해 밤새 입구를 지키며 인재개발원 진입을 막을 것"이라고 분개했다.
입구를 봉쇄한 농기계에는 '천안시민은 자국민이고, 진천군민은 외국인이냐'는 문구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어린 자녀를 안고 나온 30~40대 여성들도 많았다. 한 30대 주부는 "신생아와 어린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해 감염병에 매우 취약하다"며 "어린 아이와 젊은 부부가 대거 거주하는 신도시에 수백명의 우한 체류민을 수용하는 조치를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관 300명을 인재개발원 주변에 배치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행정구역상 충북혁신도시를 양분하고 있는 음성군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음성군의회 의원들은 충북혁신도시 출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감염병 확산을 비롯한 국가적인 재난 시에는 피해 추가확산 방지와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합리적 결정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조치는 지역주민과 자치단체의 입장이 전혀 반영이 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진천군의회도 이날 오전 군청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주거 밀집지역인 덕산읍 충북혁신도시에 우한 교민의 격리 수용 방침을 결정한 것은 진천·음성은 물론, 충북도민을 무시한 결정으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증평·진천·음성), 진천 사회단체, 혁신도시 상신초등학교 학부모들도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어 인재개발원 수용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 의원은 "인재개발원은 외부와 격리 차단이 불가능한 장소로 우한 폐렴 전파 위험성이 높다"며 "정부가 공동 주거형 아파트와 공공기관이 밀집한 혁신도시에 우한 교민을 수용하겠다는 방침은 명백히 잘못된 결정"이라고 힐난했다.
상신초 학부모들도 "혁신도시는 10세 미만 아동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2배가 넘는 데다 상신초는 인재개발원과 불과 5분 거리에 있다"며 "병원도 들어서지 않은 인구 밀집 지역에 우한 교민을 수용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정부가 우한 체류 한국인 격리 수용을 결정한 인사혁신처 산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은 국가·지방 공무원을 교육하는 곳이다. 중앙·지방직 9급~5급 신입 공무원과 고위 공무원 승진자를 교육한다.
1949년 설립돼 서울·대전·과천을 거쳐 2016년 9월 덕산읍 충북 진천 혁신도시로 이전했다. 신축 건물에 기숙사 수용 인원만 519명에 달한다.
인재개발원 반경 1㎞ 내에는 아파트 등 6285가구에 1만7237명이 거주하고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등학교 등 교육기관 10곳에 3521명이 다닌다.
정부는 당초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 우한 교민을 분산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뒤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격리 장소를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30일과 31일 네 차례 전세기를 띄워 우한 체류 한국인 694명을 김포공항으로 송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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