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언론사, 모든 진실 알릴 책임" 반발
2003년 사건 당시 여성 목에 멍, 옷에 피
브라이언트 성명서 "시각 달랐던 점 인정"
27일(현지시간) 악시오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WP 기자 펠리샤 손메즈는 26일 트위터에 브라이언트의 성폭행 의혹을 다룬 2016년 기사 링크를 올렸다. 브라이언트가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였다. 해당 기사는 미국의 인터넷 언론사인 데일리 비스트 기사였다.
브라이언트의 팬들이 반발하자 WP 편집국장 마틴 배런은 오후 5시38분 손메즈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실상 업무 정지인 행정 휴가 조치를 내렸다. 그는 "이걸 트윗한 건 정말 판단력 부족이다. 제발 멈추라"며 "당신의 이 행동은 이 조직(WP)을 해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이메일이 발송된 뒤 손메즈는 또 다른 트윗을 통해 엄청난 협박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문자 그대로 1만명이 나에게 이메일로 살해 협박을 했다. 제발 숨 좀 돌리고 3년도 더 전에 작성된 이 기사를 읽어봐라. 내가 쓴 게 아니다"라고 게시했다.
손메즈는 부국장 트레이시 그랜트의 지시대로 모든 트윗을 삭제했다. 하지만 다른 사용자들이 손메즈의 트윗을 캡처해 올리는 이른바 '박제'를 했다. 현재도 손메즈가 올린 최초 트윗의 캡처본을 트위터에서 볼 수 있다.
그랜트는 뉴스룸의 소셜미디어(SNS) 정책을 위반했는지 결정될 때까지 손메즈는 휴직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해당 트윗은 잘못된 판단력을 보여줬고 동료의 작품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WP의 노조로 뉴스룸 직원 1000명을 대표하는 WP 길드(Guild)는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사측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들은 "손메즈는 브라이언트에 관한 트윗 이후 자신의 집 주소를 포함한 폭력적인 메시지를 받았다. 기자를 이런 폭력에서 보호해주진 못할망정 WP는 손메즈가 SNS 정책을 위반했는지 따져볼 동안 행정 휴가 조치를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브라이언트처럼 사랑받은 인물과 다른 많은 사람의 죽음은 비극이다. 하지만 우리는 언론사로서 대중에게 우리가 아는 모든 진실을 알려야 할 책임이 있다"며 "해당 인물이 인기 있는 사람이든 아니든, 시기적으로 적절하든 적절하지 않든 말이다"라고 밝혔다.
또 "손메즈는 2년 전 자신의 이야기를 용감하게 꺼낸 성폭력 생존자"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다른 언론사가 손메즈를 공격할 때 WP는 존경받는 정치 기자인 손메즈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며 "대신 경영진은 손메즈가 모호하고 비일관적으로 강제되는 WP의 SNS 지침을 어겼다는 경고를 보냈다"고 지적했다.
브라이언트는 지난 2003년 당시 19세이던 스파 시설 직원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브라이언트는 해당 직원과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면서 성폭행 혐의를 부인했다. 이 직원이 증언을 거부해 브라이언트는 형사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가 법원 서류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여성의 목에 멍이 있었고 속옷은 피투성이였다. 브라이언트는 경찰에게 명시적으로 동의를 구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사건이 기각된 뒤 브라이언트는 성명을 통해 "비록 나는 이 관계가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고 믿지만, 이제 나는 그(피해자)가 이 사건을 나와 같은 방식으로 보지 않았다는 걸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음해 이 직원은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브라이언트가 합의금을 건네는 조건으로 양측은 합의했으며, 구체적인 합의금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NYT는 브라이언트 사망 이후 "기각 됐지만 잊히지 않은 코비 브라이언트의 성범죄"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해당 사건을 재조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t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