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종결·영장독점' 검찰 철통 깨졌다…형사소송법 개정

기사등록 2020/01/13 20:11:01

수사권 조정 관련 형소법 개정안 통과

경찰, '불기소 판단 시' 사건 자체 종결

고소·고발인 등 이의제기때 검찰 송치

수사지휘 폐지…보완·시정조치 요구권

영장심의위 설치…조서 증거능력 제한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이 지난해 12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상정되어 가결되고 있다. 2019.12.30.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13일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그동안 검찰이 독점해오던 사건종결권을 경찰과 나누고, 수사지휘권도 폐지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또 영장심의위원회 설치로 경찰이 이의를 제기해 신청할 경우 영장 청구 여부를 심의하며, 재판에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도 제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런 내용을 담은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형사사법 시스템의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재석 167인 중 찬성 165인 반대 1인 기권 1인으로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때로부터 1년 내에 시행하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점부터 시행한다고 돼 있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5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참석해  더불어 민주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0.01.13. photothink@newsis.com
개정안은 경찰에 1차 사건 종결권을 부여한다. 기존에는 경찰이 기소 또는 불기소 의견을 달아 모든 사건을 검찰에 넘겨야 했지만, 법 개정으로 불기소 의견 사건은 자체적으로 종결할 수 있게 됐다.

개정되는 형소법 245조의5는 사법경찰관이 고소·고발 사건을 포함해 범죄를 수사한 때에, 범죄의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경찰이 수사 후 무혐의로 판단한 경우 사건을 자체 종결할 수 있다. 다만 고소·고발인 등 사건 관계자가 이 같은 통지를 받고 이의를 신청할 수 있는데, 이때 검사에게 관련 서류와 증거물 등 사건을 송치해야 한다.

검찰은 90일 내에 이를 살펴보고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경찰은 검찰 요청에 따라 재수사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리는 제375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앞서 '검찰학살, 추미애 퇴진'이 적힌 손팻말을 모니터에 붙여두고 있다. 2020.01.13.  bluesoda@newsis.com
또 검찰의 수사지휘가 폐지되는 대신 보완수사와 시정조치 요구 조항이 도입됐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법에 명시된 '정당한 이유'라는 단서가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어 추후 갑론을박의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공소제기 여부나 공소 유지, 영장 청구 여부 결정에 관해 필요한 경우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형소법 개정안 197조2에 따르면 경찰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이를 이행하고, 그 결과를 검사에게 통보해야 한다.
검사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법령 위반이나 인권 침해, 수사권 남용이 신고되거나 이 같은 사실을 인식했을 경우 사건기록 등본 송부를 요구할 수 있고, 이후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은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지체 없이 이를 이행하고 결과를 통보해야 하며, 시정조치가 이행되지 않았을 경우 검사 요구에 따라 사건을 송치해야 한다.

이때 검찰총장 또는 각급 검찰청 검사장은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를 하지 않거나 수사권 남용 등이 있었던 때에는 경찰의 직무배제 또는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징계 절차는 '공무원 징계령' 또는 '경찰공무원 징계령'에 따르도록 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5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0.01.13.kkssmm99@newsis.com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영장청구권도 일부 변화가 생긴다. 현행 헌법은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영장을 발부토록 정하고 있어, 경찰이 영장을 필요로 할 때 검찰을 통해 법원에 청구해야 했다.

하지만 신설되는 형소법 221조5는 검사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정당한 이유 없이 판사에게 청구하지 않은 경우 경찰이 그 검사 소속 지방검찰청 소재지 관할의 고등검찰청에 영장 청구 여부에 대한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에 따라 각 고등검찰청에 10명 이내의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영장심의위원회가 설치된다. 심의를 신청한 경찰은 위원회에 출석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으며, 심의위 구성 및 운영은 추후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검사가 작성하는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도 제한된다. 형소법 개정안 312조1항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당초 검찰 신문조서는 피고인이 재판에서 부인을 해도 신빙할 수 있는 상태가 증명되면 증거로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부분 규정을 삭제하고 개정하면서 증거 인정 여부가 더욱 엄격해지게 됐다. 이로 인해 향후 재판에서의 진술에 무게가 더해지면서 공판 역시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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