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검찰권, 절제 필요해"…정권수사 대폭축소 예고(종합)

기사등록 2020/01/13 12:18:24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취임식

"절제와 자제 거듭하는 검찰권 필요"

민생 역량 집중·형사부 전문화 주문

"새 사법통제 모색…경찰은 동반자"

'현 정권 수사 차질' 질문엔…'침묵'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제61대 검사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0.01.13.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김가윤 기자 =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13일 "검찰은 지금 새로운 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며 "국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지검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수사의 단계별 과정 과정마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절제와 자제를 거듭하는 검찰권 행사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발언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 중인 정권 관련 수사를 대폭 축소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취임식에는 서울중앙지검 1·2·3·4차장 검사와 전문공보관 등을 비롯해 구성원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지검장은 취임사를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본회의 표결 절차가 진행되는 등 검찰을 둘러싼 형사절차가 앞으로 크게 바뀔 것이라 예상된다"며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와 열망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는 검찰구성원 한 분 한 분이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되새기고 국민들이 진정으로 검찰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소통함으로써,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그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민 인권 보호를 위한 절제된 검찰권 행사 ▲민생 관련 검찰 본연의 임무에 역량 집중 ▲형사부 전문화 및 인권보호를 위한 새로운 사법통제 모델 모색 등 변화하는 수사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와 노력을 구성원들에게 주문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제61대 검사장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0.01.13. mangusta@newsis.com
이 지검장은 "저는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검찰은 인권을 보호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하며, 이것은 검찰의 존재이유"라며 "검찰권 행사의 목표와 과정도 이러한 국민들의 인권 보호 관점에서 생각하고 정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절제된 수사과정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고 인권보호도 이뤄져 종국적으로는 당사자 모두가 수긍하는 수사결과도 나올 수 있다"며 "이러한 점에서 최근 제정된 '인권보호 수사규칙'과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등 수사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 도입된 법령을 철저히 준수해 인권보호 수사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지검장은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건 수사가 검찰에 맡겨진 중요 업무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과정에서 민생범죄 등 일반 형사사건에 대한 수사기능도 정상적으로 작동돼야 한다"며 "국민 입장에서는 사건 하나하나가 중요 사건이고 허투루 취급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비단 형사부만의 문제가 아닌 서울중앙지검 모두가 함께 이뤄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한정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역량을 현안 수사는 물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매우 중요한 민생과 직결된 사건에도 투입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효율적인 수사 시스템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보고 절차와 형식을 간소화하고 불필요한 업무는 과감히 축소해 검찰 본연의 업무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자유롭고 수평적인 의사소통의 조직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저부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제61대 검사장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0.01.13. mangusta@newsis.com
아울러 "검찰이 국민의 인권 보호와 공정한 수사라는 두 가지 중요한 가치의 실현을 위해 새로운 사법통제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며 "경찰을 형사절차의 협력과 동반자로 확실히 인식하고 경찰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우리 검찰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검장은 취임사가 끝난 뒤 식장을 나가는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직원들은 '축하한다', '환영한다' 등의 말을 건넸다.

다만 이 지검장은 현 정권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이 지검장은 취임식 직후 '현 정권 수사팀을 해제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어떻게 보는지' 등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고위 간부 인사 이후 전보 대상자에게 조롱성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 제기 관련 물음에도 답변하지 않은 채 집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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