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군 52만명 이외에 '시아파 벨트' 병력 동원 가능
객관적인 전력은 미국 보다 크게 열세
미사일 드론 사이버전 능력 있어
영국 BBC가 지난 3일 '이란의 군사력은 어느 정도인가'라는 기사에서 인용한 국제전략연구소(IISS)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정규군 35만명, 이란혁명수비대(IRGC) 15만명 등 52만3000명에 달하는 군사 분야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유사시 국제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담당할 2만명 규모 해군과 다수의 무장 경비정도 산하에 두고 있다. 이란혁명수비대는 반정부 시위 진압 등 준경찰 역할을 하는 바시즈 민병대도 거느리고 있다. 바시즈 민병대는 유사시 수십만명을 동원할 수 있다고 BBC는 전했다.
솔레이마니가 지휘했던 이란혁명수비대 산하 쿠드스군은 5000명 정도다. 이란의 해외 공작을 총괄하는 쿠드스군은 자금과 무기, 군사훈련 지원 등을 통해 시리아와 레바논, 이라크, 예멘 등 이른바 '시아파 벨트'에 이란의 대리인 격인 친이란 무장세력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에 힘입어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 보유한 '비국가 행위자'가 됐다. 이라크 시이파 민병대 하시드 알 아사비(PMF)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퇴출시키는데 일조하면서 이라크의 합법적인 준군사조직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란은 경제 제재로 사우디아리비아 등 지역 적성국에 비해 무기 수입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실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09∼2018년 이란의 국방 분야 수입은 같은 기간 사우디의 수입액의 3.5%에 불과하다.
대신 이란은 지역내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열세인 재래식 무기 대신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사이버 공격 등 비대칭 전력에 집중해왔다. 이스라엘, 사우디 대비 공군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미사일이 군사력의 핵심이라고 BBC는 전했다.
미국 국방부는 중단거리 미사일이 주축인 이란의 미사일 전력은 중동에서 최대 규모라고 평가했다. 사우디와 걸프 지역의 많은 목표물은 이란의 중단거리 미사일 사정거리 안에 있다. 이스라엘도 이란의 사거리안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은 드론 전력도 상당한 편이다. 이란은 예멘 후티반군에게 무인기를 공급하는 등 지역내 동맹국과 대리세력에게 관련 기술을 이전하는 것에도 적극적이다.
이라크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이란산 드론이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전투에 활용되고 있다. 이란이 시리아내 기지에서 운용 중인 드론이 이스라엘 영공에 진입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사우디 주요 석유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았을 때도 예멘 후티반군이 범인을 자처했지만 미국과 사우디는 이란을 배후로 지목했다.
이란은 지난 2010년 자국 핵시설에 대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받은 이후 상당한 수준의 사이버전 능력을 확보한 상태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상업과 군사 분야에서 스파이 활동을 하는 독자 사이버 부대를 운영하고 있는 것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지난해 이란이 전세계 우주항공기업, 방위업체, 에너지·천연자원 기업, 통신사 등을 상대로 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같은해 이란과 연계된 해커집단이 미국 대통령 선거 캠페인 개입을 시도하고 미국 관리들의 이메일을 해킹하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란의 전력은 미국에 비해 객관적으로 열세인 것은 사실이다. 영국 메트로가 지난 3일 미국과 이란의 군사력을 비교한 기사에서 미국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 파이어파워를 인용해 미국은 1위, 이란은 14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란이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꾸준히 공을 들여온 광범위한 네트워크와 비대칭 전력은 미사일과 드론 공격, 이라크내 미군 기습, 호르무즈 해협 해상 교통 방해,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 미국의 중동내 동맹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등 객관적인 군사력 이상의 작전을 수행할 충분한 가능성을 남겨둔다고 IISS 등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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