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여성들, 미국 등에서 비싸게 난자 냉동
테리사 쉬 '여성 혼자 아이 가질 권리' 주장
부인과 갔지만 동결 거부하며 결혼 권유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여성인권운동가이자 프리랜서 편집자인 테리사 쉬(31)는 언젠가 아이를 갖고 싶다면서, 난자 동결 시술을 거부한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중국은 결혼한 부부에게만 임신을 위한 의료 행위를 허용하고 있다.
쉬는 "선택할 권리가 항상 다른 누군가에 의해 통제되는 느낌"이라고 밝혔다.또 남성들은 아무 조건 없이 정자를 냉동하거나 기증할 수 있다며 난자 냉동 금지는 본질적으로 성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자와 다르게 난자 동결은 지하 산업으로 거론된다"고 짚었다.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캐피털 메디컬 대학 병원의 부인과 의사는 쉬에게 난자를 얼리는 대신 얼른 결혼해서 아이를 가지라고 권했다.
쉬는 난자 냉동을 거부함으로써 사실상 독신 여성을 차별했다며 이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3일 열린 재판에서 병원 대변인 차오웨이는 병원이 정부의 규제에 따르고 있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구체적인 다음 재판 날짜를 정하지 않은 채 심리를 연기했다.
이 소송은 중국의 미혼여성이 생식권을 가질 권리가 있는지에 관한 문제다.
중국 정부가 내세우는 공식적인 반대 이유는 난자·대리모 암시장의 활성화다. 오랫동안 지속해온 산아 제한 기조와도 관련이 있다.
더 나아가 이면에는 중국 사회의 보수적인 성별 고정관념이 있다. NYT는 수십년 동안 남자가 전통적인 가족 단위의 중심이자 사회의 기반이며, 미혼 여성은 혼자 아이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사상을 관료들이 퍼트려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성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난자 냉동 수요가 커지고 있다.
쉬의 이번 결정은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미혼 여성들이 미국, 태국 등 외국으로 가서 난자를 얼리는 데 수만달러를 쓰는 경우가 드믈지 않다.
2015년 배우 겸 영화감독 쉬징레이는 미국에서 난자를 얼렸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 예약 사이트인 씨트립(Ctrip)이 일부 매니저들에게 난자 동결 비용을 지원해주겠다고 제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영화제작자인 장징이(32)는 4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난자 6개를 얼리는 데 1만4000달러 이상을 썼다. 그는 "법이 현실에 뒤처져있다. 우리 여성 직장인들은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쉬의 요구는 성평등뿐 아니라 진정한 개인적인 욕망을 반영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몇년 뒤 누군가와 혹은 혼자서 아이를 가질 계획인 그는 난자 냉동을 미래의 보험으로 보고 있다
활동가들은 내년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기를 바라고 있다.
베이징대학교의 의료윤리학 교수 충야리는 "미혼 여성도 엄마가 될 권리가 있다"며 "생식의 권리는 인권에 기반한다. 결혼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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