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항공 업황 나빠진 가운데 경영권 분쟁 가능성마저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4월24일 그룹 회장직에 오른지 반 년 만에 또 한 번의 고비에 처했다. 주력인 항공업의 시장 상황이 나빠지며 비용절감에 전력투구하는 가운데, 가족 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마저 불거진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기습적인 입장문 발표를 통해 '조원태 체제'의 그룹 경영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 대리인 법무법인 원은 이날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란 제목의 자료를 내고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동안 조원태 회장이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밝혔던 경영 논의 상황과는 상반된 내용이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6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기간 중 진행된 대한항공 기자간담회에서 "선대회장께서 평소에 말씀하셨던 내용이 '가족 간 화합에서 회사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지분 상속과 관련해 "가족과 많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가진 특파원들과의 기자간담회에서도 "아버님 뜻에 따라서 맡은 분야를 충실하기로 셋이 합의했다"며 "때가 되고 준비가 되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이 공동 경영에 대한 협의에서 조 회장이 무성의하게 임했다는 취지로 반격하자, 한진가 3세 간 '경영권 다툼'이 현실화될 위기에 처했다. 한진그룹 측은 조 전 부사장의 공세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태 회장은 일단 조 전 부사장 측의 자세한 입장과 요구를 파악하고 갈등 봉합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조 전 부사장 측에 '강대강'으로 맞서면 한진그룹을 둘러싼 대외환경이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진그룹은 주력인 항공업의 업황이 악화하자, 수익성 개선에 방점을 찍은 상황이다. 조 회장은 취임 이후 첫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서도 임원 직위체계를 간소화하고, 임원 수를 줄이며 비용 절감에 나섰다.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올해 2분기 101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3분기에는 흑자전환했지만 영업이익 규모는 1년 전보다 70%나 감소했다. 최근에는 2013년 이후 약 6년 만에 희망 퇴직 신청에 돌입했다.
내년 3월에는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다. 한진칼은 내년 주총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인데, 조 전 부사장 측이 제동을 걸면 경영권 유지가 어려워질 여지도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조 회장의 최대 과제는 '불확실성 최소화'이며, 조 전 부사장 측과 이견 좁히기를 통한 협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재계의 중평이다.
한편, 한진그룹 측은 회사 경영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한진그룹과 관련해 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국민과 고객 및 주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며, 국민과 주주 및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전 회장 작고 이후 한진그룹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국민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 및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것이 곧 고 조양호 회장의 간절한 소망이자 유훈이라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의거하여 행사돼야 한다"며 "최근 그룹이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새로운 변화의 기초를 마련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금번 논란으로 회사 경영의 안정을 해치고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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